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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때문에 이직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이직을 고려하는 직장인이라면 가지게 되는 고민은 이런 것들입니다. ‘이직을 하고 나서 후회를 하면 어떻게 하지?’, ‘알고 보니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이 회사가 이직을 하려는 저 회사보다 더 낫다면 어떻게 하지?’


 미래를 내다보는 신통력을 가진 예언자들이 아닌 다음에는 이를 알 수 없습니다. 예언자들도 이직을 한다면 똑같이 고민할 것입니다. 


  퇴사는 이직을 하기 위한 첫 단계에 불과합니다. 퇴사를 하는 것은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느냐 마느냐의 문제이지만, 이직은 다시 어떤 회사를 들어가느냐 마느냐의 또 다른 문제입니다. 


 퇴사를 하는 것도 힘든 결정인데, 다른 회사를 선택하는 것은 단순 계산적으로도 두 배 이상의 고민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퇴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직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를 그만두는 퇴사는 누구나 마음을 먹으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회사로 이직한다는 것은 퇴사에 이어 다시 다른 어떤 회사에 입사를 해야 하는 것이기에,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금 다니는 회사를 퇴사하는 문제와 다른 회사를 선택하는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고 고민합니다. 즉, 내가 지금 다니는 회사를 왜 그만둬야 하는지를 충분히 고민하고, 이와는 별도로 내가 옮기려는 직장이 좋은 곳인지 충분히 고민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냥 “옮긴다”라는 한마디로 그냥 두 문제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로 단순화됩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판단입니다. 


 이직을 해 본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이직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결정인지 잘 알 것입니다.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 생활을 시작할 때 느끼는 부담감은 경험한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또한 이직을 한 후에 그 직장을 선택한 것을 후회한 사람들도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나의 모습을 의식하여 자신의 이직을 후회한다는 말은 쉽게 하지 못합니다. 자신이 잘못된 결정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 들, 그 회사는 일단은 계속 다녀야 하기에 어쩔 수가 없습니다. 


 체면과 자존심을 중요시 여기는 우리 정서에도 이직에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기는 무척 힘든 일입니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못하지만, 이직을 하고 나서 후회하는 사람들은 셀 수도 없이 많습니다. 이미 지난 일인데 지금에 와서 후회를 해서 무슨 소용인가 생각이 되어 그냥 덮고 가는 것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돌이켜서 자신의 선택에 후회를 한들, 그것이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만약 이직을 하고 후회하는 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너무 속상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회사를 선택했다 하더라도 그런 후회를 또 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이런 글을 쓰는 저도, 그것도 평생 인사업무를 하며 이직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을 하고 다녔던 저도, 과거에 이직을 하고 나서 큰 후회를 했던 경험이 있었습니다. 부끄럽긴 하지만 있는 그대로 그 경험을 솔직히 나누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이 글을 쓰는데 제 경험을 보태어 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이직하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지 몇 가지 의견을 제안드립니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생각을 아주 단순하게 만듭니다. 


 첫째, 이직은 ‘여기가 싫어서’와 ‘그곳이 좋아서’라는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다 충족되는 것이 가장 최고로 이상적인 조합입니다. 그리고 ‘여기가 싫어서’ 그래서 ‘거기가 별로’ 임에도 불구하고 이직을 하는 것은 가장 안 좋은 조합입니다. 


 즉,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이직을 해야 할 만큼 문제가 있고, 내가 가려고 하는 회사가 이와는 상관없이 객관적으로 좋은 곳이라는 검증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조합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지금 있는 회사가 너무 맘에 안 들어서 어떻게 하든지 빨리 나가고 싶어서, 대충 옮길 회사를 서둘러 선택하는 것이 최악의 선택입니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복잡한 것을 기피합니다. 이런 본능은 아주 오래전 선사시대부터 인간이 본능적으로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위험한 상황에서는 의사결정구조를 단순화시키도록 인간이 진화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위험에 처한 인간이 그 위기를 신속하게 벗어나기 위하여, 모든 신경감각 체계는 오직 그 상황을 벗어나게 만드는 감각에만 사람을 집중시키는 것입니다. 수 만년 전부터 인간에게 극도의 위기의 상황에서는 불필요한 생각과 행동은 도망가는 시간을 지체하게 만들고, 늦으며 곧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도망가는 것 외에는 모든 생각과 감각은 그 상황에서는 다 필요 없게 되는 것입니다. 뒤에서 맹수가 뒤에서 쫓아오는데, 뛰면서도 방금 먹다가 남긴 고기를 아쉬워하는 원시인은 없었을 것입니다. 전쟁터에서 지금 눈앞으로 총알이 날아오는데, 설령 상한 음식을 먹었다 하더라도 도망가다 말고 화장실로 뛰어가는 병사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했던 사람들만 생존해서 이어져 내려온 유전자일 것입니다. 그래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인간의 뇌의 작동은 아주 단순한 논리로 돌아간다는 생각입니다. 


퇴사의 이유가 사람인 경우라면 더 침착해야 합니다.  


 사람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중요한 의사결정이라도 의외로 간단하게 결론을 내버리고, 이를 쉽게 바꾸려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누군가에 의해 감정적으로 큰 상처를 입은 경우, 논리적인 생각은 거의 불가능해지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고 퇴사를 결심할 때에 받는 스트레스의 지수는, 아마도 수 만년 전에 맹수로부터 쫓겨서 도망가는 사람이 받는 스트레스와 비슷한 수준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퇴사를 결심한 사람들은 이미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 매우 힘들어 있는 상황이고, 더군다나 다른 사람들과의 감정과 갈등이 지속된 상황이라면 이미 이 사람의 몸과 마음은 몹시 지친 상태일 것입니다. 


 그러니 빨리 이곳을 벗어가겠다는 생각이 모든 논리를 지배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직을 하기 위해 다음 회사를 선택하는 것이 신중하지 못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다음 회사를 선택하는데 실패하는 사람들이 속출하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관찰한 수많은 사람들의 퇴사의 이유는 결국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급여 수준이나 일이 너무 많아 힘든 것은 두 번째의 이유였고, 가장 많은 이유는 사람 때문이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직장상사, 그리고 동료나 일하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순이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사람에게서 받는 스트레스가 감정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큽니다. 아픔도 오래갑니다. 얼굴도 보기 싫은 직장상사나 동료를 매일 아침 봐야 하는데도, 매일 새벽에 일어나서 힘든 출근길에 오르는 것만큼 직장인을 힘들게 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상태가 누적이 되면 결국 벗어나고 싶은 본능만 남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일단 내가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그것을 정확하고 냉정하게 평가하기 전에 이미 마음은 그쪽으로 내닫게 됩니다. 일단 다른 생각은 다 중지가 되고, 누구 얼굴에 사직서를 던질 상상만 먼저 들기 마련입니다. 


너무 빨리 결정하고, 너무 빨리 마음의 문을 닫습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오묘해서 일단 한번 나간다고 생각이 되면, 급속도로 주변의 것들이 더욱 부정적으로 보이게 됩니다. 그전에 그냥 그렇게 넘기던 일들도 다 못마땅하고, 주변의 사람들도 하나 같이 다 못마땅하게 보이게 됩니다. 스스로 나갈 수밖에 없는 명분을 만들어 나가게 됩니다. 이미 답은 정해진 것처럼 말입이다. 


 이런 단계에서 이직에 대해, 어느 때 보다도 냉정하게 자신의 판단을 위해 객관적인 자료를 찾고, 조언을 구해야 하는데, 이미 마음은 닫혀버리게 됩니다. 이후에 자신의 선택을 바꿔야만 할 정도로 결정적인 정보나 조언을 접한다 하더라도, 그냥 무시하게 됩니다. 


일단 나간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나면,
다른 정보들은 무의식적으로 거부하게 되는 것입니다. 


 다들 잘 알다시피, 사람은 어차피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아무리 스스로 냉정한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사람조차도 그럴 것입니다. 그러니 자신이 힘든 상황에서는 더욱더 자신의 결정을 마음속으로 미리 결론을 내리지 않도록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다른 회사에 입사를 확정 짓기 전까지는 정말 많은 변수가 있습니다. 그런 것이 다 끝날 때 까지는 현재의 직장에 마음을 닫아서는 안 됩니다.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직을 위하여 지원한 회사에서 채용되지 않게 되자, 그냥 다니던 회사를 계속 열심히 다니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 오래지 않아 다른 회사로 너무 쉽게 이직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인사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한번 보따리를 싼 사람은 언젠가는 쉽게 떠난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퇴사를 하려는 직원을 만류해서 붙잡아 놓으면, 몇 개월쯤 있다가 훌쩍 퇴사를 하는 경우를 많이 보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직을 한 회사에 잘 정착하면 좋았을 텐데, 후회를 한다는 분들의 소식도 듣게 됩니다. 사실 이직을 하고 나서 만족하지 못하다는 말은 본인이 직접 하기 힘든 말인데, 그런 이야기가 들려온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옮기려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충분히 알아봐야 합니다. 한번 이직에 실패를 하면 그 영향이 그다음 경력에 바로 미치게 됩니다. 경력을 쌓고 잘 성장하던 사람들이 성급한 결정으로 휘청거리는 것을 너무나 많이 보았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도 성급한 이직으로 인하여 몇 년 전 아주 고생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당장 이 기회를 잡지 않으면 더 좋은 기회가 없을 것 같이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는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있고, 그리고 내가 지금 하는 일에서 잘 성과를 내고 있다면 좋은 기회는 반드시 만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때 정말 자신이 좋아하는 일과 직장을 발견하였을 때라고 확신이 드는 그때에 결정하셔서 늦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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