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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 빨간 쿼카 Feb 23. 2024

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46- 꼼지락꼼지락

오늘은 친구 J가 내가 있는 지역으로 오는 날이다. 우리가 함께 다니는 공방에서 원장님 개인전시회도 열리고 연말 바자회도 열린다고 하여 함께 보러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J는 나와 고등학교 친구이다. 나보다 먼저 도예를 시작하여 자신만의 작은 작업실도 있다. 도예 작업을 하면서 내가 감을 못 잡고 있으면 J가 많이 알려주고 도와준다. 사실 도예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J에게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가족들이 해외여행 간 사이에 첫 교통사고가 났을 때도 J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J는 나에게 여러모로 든든한 친구다. 나도 J에게 든든함 혹은 편안함을 주는 친구이기를 바라본다.(호불호가 명확한 친구라 아직 만나고 있는 거 보면 최소한 불편하게는 안 하는 것 같다. 휴)

무튼 J가 준비해 준 작은 케이크를 들고 공방으로 향했다. 공방 선생님들이 우리를 반겨준다. 케이크를 보더니 조금 있으면 수업이 끝나니 같이 먹자며 위층으로 안내해 주셨다. 공방은 원래 3층 만이었는데 4층까지 확장되어 카페 겸 전시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다리는 동안 마시라고 음료도 직접 만들어주셨다. J는 카페라떼, 나는 딸기라떼를 먹었다. 딸기라떼에 딸기청을 아낌없이 담아주셔서 마실 때마다 딸기가 씹혔다. 음료도 마시고, 전시된 원장님의 작품들도 보고 바자회 제품들도 보면서 우리가 만들고 싶은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간이 꽤 흘렀는데 선생님들이 오지 않으셔서 바쁘신 것 같아 3층으로 내려가 인사를 하고 공방을 나섰다. 공방에 오기 전에 J에게 말해두었던 카페로 향했다. 공방에서 음료 마시고 또 음료 마시러 갔다. 함께 간 카페는 지난번에 필로와 함께 갔던 ##호수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카페였다. 좋은 전망을 J와도 함께 보고 싶었다.

##호수공원이 한눈에 보이는 그 카페는 여전히 여유롭고, 배경음악이 몸과 마음의 안정을 주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는 창가 자리에 앉았다. 딱 둘이 앉을 수 있는 작업하기엔 테이블이 좁은 자리였다. 작업할 것이 없고 둘인 오늘, 딱 앉기 좋은 자리였다. 카페인을 줄이고 있는 나는 디카페인 아메리카노를 J는 이곳의 시그니처 메뉴인 너티밤라떼를 시켰다. ##호수공원과 아파트 단지를 바라보며 J와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야기를 실컷 나누다가 J가 가족들과 저녁을 먹기로 해서 집까지 얼마나 걸리나 검색해 봤더니 왔던 시간의 2배만큼 걸리는 러시아워였다. 그런데 걸리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J가 몸이 너무 힘들어 지금 당장은 운전을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상황을 J가족들에게 알리고 J를 우리집에 데려와 몸살감기약을 먹이고 전기장판으로 등을 따땃하게 하고 따뜻한 이불로 몸을 덮어주었다.

J에게 무슨 일이냐고, 몸살 조짐이 있었냐고 하니 이번주에 작업실에서 물레로 도자기를 만들었는데 작업실이 조금 추웠었는데 그게 원인인 것 같다고 한다. 작품을 만들다가 고통을 얻은 J. 갑자기 어릴 적 읽었던, 남들이 보기엔 잘 만들었는데 자신은 만족하지 못해 도자기를 깨뜨리던 노인의 이야기인 ’독 짓는 늙은이‘가 떠오른다. ’장인 정신‘하면 그 이야기가 떠오르는데 몸이 아파지는 줄도 모르고 작업에 몰두한 J 또한 장인 정신이 아닐까.

1시간 정도 쉬었을까. J가 집에 가본다고 한다. 뭐라도 먹고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자. 괜찮아졌을 때 얼른 가야한다며 발걸음을 서두른다. 혹시나 배고파지면 먹으라고 두유와 에너지바를 챙겨 보냈다. 시간이 흐르고, J에게 잘 도착했는지 물어본다.

“너희 집에서 안 쉬고 왔으면 큰 일 났을 뻔했어. 약 먹고 따뜻하게 있으면서 응급처치 한 덕분에 한동안 괜찮았는데 집에 도착할 때쯤 다시 열 오르고 힘들어서 에너지바랑 두유 먹으면서 겨우 버텨서 운전하고 왔어. 집에 오자마자 약 먹고 누웠어. “

아이고, J의 일을 문자로만 보아도 고생이 전해진다. 따뜻하게 푹 쉬어 몸살 기운이 점점 사라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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