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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 빨간 쿼카 Feb 26. 2024

볼 빨간 쿼카의 병가일지

EP.47- 동짓날

오늘(2023.12.22)은 동지이다.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며 계절에 대해 가르칠 때 절기도 공부도 함께 했었는데 그 이후로 절기면 어떤 특징이 있는 날인지 떠올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겨울이어서 해가 빨리 지는 것이 아쉬울 때가 있었는데, 이제 점점 낮이 길어진다니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동지는 ‘작은설’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절기에 대해 대충 알고 있을 땐 언제부터 낮이 길어지는지 그냥 느낌으로만 느꼈는데 절기를 알고부터는 계절의 변화가 더 확연히 느껴진다.

‘동지에는 역시 ‘팥’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야지!’

라는 생각이 들어 아침에 피아노연습을 한 뒤, 근처 시장으로 향했다. 오늘이 동지라는 것을 알리듯 이곳저곳에서 동지 팥죽을 팔고 있었다. 새알이 가득 들어 있는 팥죽이 너무나 맛있어 보였다. 팥죽 만원 어치를 사고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데 이번에는 방앗간에서 시루떡을 팔고 있었다. 원래도 좋아하는 떡이었지만, 오늘은 동지라는 이유로 더 선뜻 손이 간다. 방앗간 사장님께서 오늘 동지라 시루떡이 아주 잘 나간다며 시루떡만 계속 만들고 있어 방금 나온 떡이라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냥 시루떡도 좋은데 갓 나온 시루떡이라니! 더 좋다. 팥죽과 시루떡, 그리고 든든한 마음으로 가는 길에 붕어빵을 만났다. 에피소드 44에서도 밝혔지만 나는 붕어빵을 정말 좋아한다. 그런데 마침 동지이고, 마침 붕어빵에는 ‘팥’이 들어있다! 지나갈 수 없었다. 붕어빵 오천 원어치를 사서 더 든든한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팥으로 가득한 나의 점심상을 본 친구들은

“잡귀를 얼마나 쫓으려는 거냐. 얼씬도 못하겠다.” 고 하기도 하고

동지 제대로 즐긴다며 웃기도 했다. 팥죽, 시루떡, 붕어빵 정말 환상적인 조합이었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다들 조금씩 먹고 나중을 위해 소분해두어야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이 행복함을 종종 떠올리며 다음 동지를 기다려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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