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빨간 쿼카의 기록(0)
작년 말, 나의 정신 건강 회복을 위해 병가를 냈었다. 그리고 잘 회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나의 병가를 기록했다. 매일 기록하겠다는 나의 다짐. 그 다짐을 혼자만 가지고 있으면 안 지킬 것 같아 브런치를 가입하고 작가등록을 했었지. 그래도 브런치가 있어서 52편은 썼다!! 주 7회 기록, 3편 발행. 하다 보면 복직한 뒤에도 세이브 원고로 연재를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쌓여가는 세이브 원고는 뿌듯함의 원천에서 점점 나태함의 근거가 되어 버렸다.
하루의 키워드만 적어두고 넘어가는 날들이 늘어났다. 그래도 그 키워드를 붙잡고 다시 꺼내어 글을 쓸 수 있는 때도 있었는데 점점 글 쓰는 텀이 늘어나더니 키워드를 봐도 그 이상은 생각이 안 난다. 쓴다면 쓸 수 있지만, 그때의 그 마음은 아닐 것이다. 8편만 더 쓰면 병가 일지 5편, 외전 3편 해서 병가 일지는 마무리할 수 있었는데…. 제목도, 키워드도 있는데! 아쉽지만 멈춘다.
8편을 요약해 보자면 '도자기 구우면서 잘 지냈고, 복귀하기 전에 싱숭생숭했는데 복귀하자마자 바빠서 단숨에 학교에 완벽적응하여 어찌어찌해냈다.'는 이야기다. 후문으로는 '6학년 아이들 졸업식에서 담임선생님들도 안 우는데 영어만 가르친 내가 펑펑 울며 졸업식을 보았다.'가 있다.
그 뒤로 학교를 옮기고, 다시 담임을 맡게 되었다.
앞으로 기록될 이야기들은 그 이후 이야기들이다. 병가일지를 마무리 못해서 브런치에 다시 글을 올리기가 민망했는데 민망함을 무릅쓰고 여기저기 기록했던 것들을 정리해서 글로 남기고 싶다. 이번에는 내가 쓰고 싶을 때 쓰는 것으로. 그래도 다음 편이 2주는 넘기지 않는 것으로.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