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6- 우리 모두 판을 벌려보자!
“얼쑤!”
판소리를 뮤지컬에 접목한 창작뮤지컬 ‘판’에 자주 나오는 소리다. 뮤지컬에 판소리를 접목하다니! 이 뮤지컬은 친구 A가 함께 보러 가자고 제안하여 보게 되었다. 내 친구 A는 연극과 뮤지컬을 사랑하여 다양한 공연을 찾아보고, 푹 빠진 작품은 여러 번 회전문을 도는(연극, 뮤지컬계에서는 한 작품을 여러 번 보는 것을 ‘회전문을 돈다.’라고 표현한다.) 뮤덕이다. 자신이 본 연극, 뮤지컬 중에서도 엄선하여 나와 친구 B에게 소개해준다. 친구 A의 안목을 믿는 나와 B는 군말 없이 보러 가자고 한다. A의 안목이 높은지라 티켓팅은 항상 피켓팅이다. 그래서 티켓팅 날에는 A, B, 나 셋 모두 긴장하며 준비한다. 하지만, 피켓팅에 성공하는 것은 매번 A뿐…ㅎ.ㅎ 거의 A가 떠 먹여주는 문화생활을 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늘은 그렇게 A가 떠 먹여주는 문화생활을 하기 위해 A, B, 나 셋이 대학로에 모였다. 공연을 보기 전 솥밥으로 배를 든든히 채우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제법 많다. 아니 제법이 아니었다. 오늘 거의 만석이었다. 이 인기의 비결은 무엇일까. 더욱 이 공연이 궁금해졌다.
A가 이 공연을 같이보자고 제안할 때 이렇게 말했다.
“풍자극인데 풍자가 장난 아니야, 이래도 괜찮나? 싶을 정도로 시원하게 풍자해.“
“오 그래?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궁금하다 보자 보자! 좋아!“
9월에 모인 우리는 그렇게 약속을 했고, 10월에 티켓팅해서 11월에 보게 되었다. 오픈하자마자 예매해서 선예매할인도 받았다. 그래서 그런가 공연 시작에 이런 대사가 있었다.
“여기 좀 보라구. 뻐꾹이들이 많아. 심지어 일찍 약속한 뻐국이들이라 얼리뻐꾹이들이라고.“
“어머 그래? 이를 ‘얼’자를 쓰나?”
얼리버드 혜택을 이렇게 표현할 줄이야. 애드리브가 찰지다.
조선시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풍자하고, 대본과 애드리브를 넘나드며 호흡하는 정말 멋있는 연극이었다.(자세한 멋짐은 무대로 확인하시길!) 무대 연출도, 배우들의 연기도, 각 세션들의 연주도 뭐하나 빠지는 것이 없었다. 나는 누군가가 반짝이는 순간이 좋다.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눈을 반짝이며 몰두하고 땀을 흘리는 배우들이 좋았다. 그 일을 즐기는 듯 산받이와 함께, 다른 악기 세션들과 함께 호흡하는 그 무대가 좋았다. 무대 연출을 보며 제한된 공간에서 최대로 연출하고자 노력한 스탶들의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순간이 상상되어 좋았다. 이 공연을 보려고 대학로에서 이 극장에 모여 무대를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좋았다. 공연장은 어디하나 빛나지 않는 곳이 없다. 가슴이 몽글몽글해지고 기분이 좋다. 이때만큼은 무기력하지 않다. 이런 순간에 살아있음을 느낀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관객이 아닌 내가 주인공일 때도 반짝이고 싶다. 내가 반짝이기 위해서 무대의 환경을 바꿔야 할 지, 무대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 지 고민이 되지만 그것은 병가일지를 써보며 더 고민해봐야지. 내가 반짝반짝이는 순간, 그 순간을 위하여 우리 모두 판을 벌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