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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Oct 18. 2018

수능이후를 고민하며

  안녕하세요. 진부고 교사 이경원입니다.

  겨울을 알리는 차가운 가을비가 내리니 2018년도 마무리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낍니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고민하고 고민하는 생각을 송구스럽게 꺼내봅니다. 

 '11월 15일 대학수학능력 시험 이후 고등학교 3학년 교실문화'가 그 고민입니다. 


  길지않은 인생경험이지만, 살아오면서 아무런 조건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 수능이후부터 대학입학까지 3개월의 시간이더라구요. 그 소중한 시간 아이들의 잠자고 있는 재능과 끼를 깨울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쉽지 않음에 이렇게 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12년간의 맹목적인 입시와 진학준비에 지쳐서일까, 아이들은 생각의 번잡함과 움직임의 번거로움을 극단적으로 밀어내고 예전 어느 TV 광고처럼 '아무것도 하기 싫다. 죽도록 하기 싫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줍니다. 그 마음 충분히 공감이 가면서도 다시 오지 못할 시간, 무얼해도 크게 질책받지 않은 그 시간에 그간 꼭꼭 눌러놨던 자신의 꿈과 끼를 표현하고 만들어가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능력도 시간도 환경도 어려움이 많아 고민을 던져봅니다.  그래도 인생선배로서 귀찮더라고, 번거롭더라도 움직여두는게 남은 인생 더 멋지게 꾸며줄 수 있음을 알기에 부모님과 지역사회의 도움을 요청하며 또다시 도전을 해보려합니다. 


  학교에서 운영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습니다(1주일 정도). 그 기간 부모님과 지역사회의 재능기부로 아이들의 소질을 계발할 수 있는 시간을 운영해보고자 합니다. 종종 아이들은 피아노, 기타, 여행, 당구를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친구들을 봅니다. 골프, 그림, 사진, 멍때리기, 글쓰기, 영업, 미용, 독서, 켈라그라피, 뜨개질, 배드민턴, 외국어, 농업, 지구환경, 수질탐구, 지역역사, 부모의 삶 등등 어떠한 것도 좋으니 재능기부 가능한 부모님 아님 지역시설을 알려주시면 계획을 세워보려합니다.  재능기부 희망하시면 아래 링크 클릭하시고 내용입력을 두 손 모아 부탁드립니다.


https://bit.ly/2CQbbHr 


  진부고등학교는 졸업식을 졸업생들이 직접 준비하고 진행합니다. 올해 고3 아이들은 거기에 더해 졸업앨범까지 스스로 제작한다고 합니다. 스스로 진정한 진부고등학교의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아이들, 이제는 진부지역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지도 부탁드립니다.


  아래는 5년전 졸업생들이 준비하는 졸업식을 처음으로 시도하며 적었던 고민의 편지글입니다. 2018년 졸업식은 지역의 진정한 축제로 여겨지길 희망하며 그 때의 그 고민을 다시 꺼내어봅니다. 긴 글이니 시간 나실 때 읽어보세요.

  





                                                ****** 넋 두 리****** 


고민1. 수능 후 자유로운 시간(?) 교실이 영화관이나 게임장이 아닌 자신만의 취미나 특기를 만들어 가는 능동적인 공간과 시간이 될 수는 없을까?


 고민2. 졸업식이 형식이 아닌 3년간의 학교생활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수능 후 배운 특기나 취미를 발표하는 자리, 3학년 학생들 스스로 준비하고 표현하는 문화행사로 우리 이제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습니다라고 이야기하는 자리가 될 수는 없을까?


 고민3. 졸업식 날이 우려와 염려로 순찰과 감독이 강화되는 날이 아닌 사회인으로 우리 지역의 동료로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을 축복 속에서 맞이해주는 지역 축제의 날이 될 수는 없을까?


  수학능력고사,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공룡 앞에 생각할 겨를 없이 절제하고 인내하며 고등학교 3년간의 시간을 지낸 학생들이 있습니다. 진정한 배움이란 ‘학교에서 암기한 것을 제외하고 자신에게 남아있는 것’이라는데 수능 후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우고 체득하였을까요? 또한, 수능이라는 지상최대의 과제가 사라진 지금 아이들의 모습은 어떠할까요?


  표현하고, 경험하며 적성과 재능을 찾고 함께 어울리고 나누며 성장해야 할 아이들이 수능준비라는 막연한 목표하에 생각의 여유없이 달려오다 수능을 치르고 명확한 목표가 사라진 허망함에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건 아닌데 하는 교사들의 고민도 매년 반복되지만 바뀌지 않는 입시현실을 탓하다 지금의 고3들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수능과 입시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지만 수능을 치른 고3들이라면.......

  입시에 대한 부담도, 그간의 수능준비에 대한 어른들의 암묵적 허용으로 공부에 대한 압박도 없이 자유로운 이때가 지금껏 표현하지 못했던 자신만의 색깔을 나타내기 가장 좋은 시기가 아닐까?  11월부터 이듬해 2월말까지 봉.인.해.제로 일컬어지는 자유의 시간. 이때라면 표현하며, 경험하며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찾아갈 충분한 기회와 시간이 될 수 있겠다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시작해 보려합니다.

  눈떠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학교생활이지만, 정작 자신의 모습을 가장 보고 싶고 알고 싶어 하시는 부모님은 자녀들의 일상을 모른다는 것과 친구들끼리도 입시에 눌려 서로가 잘 모르고 지낸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달래고 고등학교 마지막이자 사회의 첫 발을 내딛는 졸업식을 자신들의 진솔한 모습으로 꾸며보는 고등학교 3학년들의 ‘학생주도의 졸업문화축제’ 프로젝트입니다. 

  작가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가 대본과 홍보물을 만들고, 기자가 되고 싶어 하는 친구가 학생들의 소소한 모습을 담아냅니다. 방송동아리 학생들이 특기를 살려 영상을 만들고 가수가 꿈인 학생이 노래를 부릅니다. 악기를 다루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기타반주를 하고, 친구들과의 잊지 못 할 추억을 만들어보겠다며 댄스 팀을 만들어 준비합니다. 그간 표현하지 못했던 친구, 선생님, 부모님께 건네는 말과 부모님의 화답이 이어지는 졸업문화축제를 고3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무대를 자신들의 손길로 꾸미기 위해 뜨개질을 하는 친구, 명화를 그리는 친구들의 모습이 대견하기만 합니다.


  아이들의 움직임과 참여가 어설프고 많이 부족합니다. 아이들의 심정과 어려움이 깊이 이해됩니다. 선생님의 지도와 안내만 받아오던 학생들이 처음으로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함에 부담되기도 하고 수능 끝난 고3으로 아무런 제약 없이 편히 쉴 수 있을 시기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귀찮을까요? 지금껏 입시라는 괴물 앞에 절제하고 인내하며 수동적으로 익히기만 하다보니 익숙해진 습관 때문에 능동적으로 솔직한 자신의 민낯을 들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까요? 그 마음 충분히 공감가면서도 꾸밈없이 자신을 표현해 볼 수 있는 경험, 그 경험을 통해 사회 첫 발을 능동적으로 시작해 볼 수 있도록 해주고 싶습니다.

  대부분 학생이 초등학교부터 함께 해온 농촌지역 학생으로 지금까지의 졸업식에 대해 딴지를 걸며, 중고 병설학교임에도 사회인으로의 첫 발을 당당하게 내딛는 자신들의 추억을 만들고자 의미있는 도전을 합니다.   


  덴마크의 졸업생을 다룬 다큐를 본 적이 있습니다. 입시가 끝나면 영화관과 게임방이 되어버리는 우리의 고3교실에 대비되는 고등학생으로의 마지막 추억만들기로 세계일주를 계획하는 덴마크 아이들. 경찰과 자율방범대, 유관기관들의 협조로 졸업식장을 둘러싸고, 야간까지 순찰로 긴장하는 우리의 졸업식 날과 대비되는 사회의 첫 발을 내딛음을 응원하고 그간의 배움의 수고를 격려하는 카퍼레이드를 실시하는 덴마크의 졸업식을 보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봅니다.

  학생이 아닌 사회의 동료로서 우리 마을로, 사회인으로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을 어떻게 맞이해줘야 할까 생각해봅니다. 혹시 사고를 치지 않을까?, 문제를 일으키지 않을까? 의심과 예비범죄자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하게 됩니다. 

  카퍼레이드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등학교 배움의 마지막 날이 아닌 사회의 첫 발을 내딛는 날 지역자체의 응원과 축제가 되는 날을 생각해봅니다. 이 날 하루만이라도 지역 기관단체들이 거리의 졸업생들에게 응원과 박수를 보내고, 지역상가가 졸업생들에게 반 값 이벤트를 하는 풍경을 그려봅니다. 수고했다며 먼저 맥주 한 잔 건네는 부모님 모습도 생각해봅니다.

  고등학교 아이들에게 가장 힘든 건 입시도 수능압박도 아니라네요. 바로 외로움이랍니다. 혼자 떨어지면 어쩌지, 부모님이 실망하면 어쩌지 등 혼자됨이 가장 두렵다합니다. 무거운 이야기지만 성적으로 자살한 아이들의 유서에 공통된 문구가 ‘미안합니다’라네요. 

  미안함과 외로움의 힘겨움을 마무리하고 사회에 첫 발을 딛는 아이들이 스스로의 자리를 마련하려고 정말 큰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담백하게 보여드리고자 준비하는 아이들에게 응원과 격려가 절실히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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