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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Mar 26. 2020

걱정 속에 바라보지 못했던 희망.

  2월부터 진행하려던 농촌학교 교육실험(https://brunch.co.kr/@red7469/23)이 코로나 19로 불확실한 연기를 거듭하고 있다. 첫 개학 연기가 발표된 후엔, 일정만 조절하면 되었지만, 지속되는 휴업연장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고민이 깊어졌다. 언제 새 학기가 시작될지 모르는 큰 어려움 속에, 여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러한 마음졸임이 일상도 흔들어 곤한 잠도 쉬이 청하지 못하게 했고, 맛난 식사도 잘 소화시키지 못하게 했다.


  어려운 상황과는 달리, 연고도 없는 농촌학교 학생을 만나겠다며 찾아오려는 선생님들이 있다. 바로 여행하는 선생님들(이하, 여쌤)이다. ‘여쌤’들은 매일매일 온라인 대책회의를 열고, 프로그램 진행 등을 고민하고 있으니 그 열정에 감사할 뿐이다. 


  만남이 주된 활동인 우리의 프로젝트.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모임 자제’라는 큰 장벽과 마주하고 있다 보니, 여러 생각이 오간다. 


 ‘우리 지역은 청정지역이니 그냥 계획대로 밀어 부칠까?’

 ‘아이들의 기억 속에 너무 멀어지면 의미가 없어질텐데, 그냥 포기할까?’

 ‘일정을 바꿔 진행하면 프로젝트 효과가 있을까?, 그래도 해야 되나?’


  갑갑한 생각 속에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지난 한 달을 되돌아봤다. 예정대로 였다면 2월부터 시작하려던 첫 만남, 첫 시작이 미뤄지며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걱정으로 보지 못한 희망이 보인다.


  코로나 19라는 큰 장벽에도 포기하지 않고, 수 없이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며 대안을 만들어 내는 여쌤들의 열정, 그리고 대안적 방법으로 아이들과의 연결고리를 놓지 않고 이어가고 있는 실천을 보며 감탄. 감동. 되돌아 생각하니 참 대단한 일을 정말 잘하고 있었음을 본다.

아이들 또한, 수줍게 참여했던 처음의 낯선 화상 만남, ‘small step’이라는 작은 실천으로 여쌤들과 조금 더 가까운 관계를 만들고, 직접 기획자로 참여해 프로젝틀 기획하고 진행하며 성장을 한다. (재미파의 여플리 프로젝트, 의미파의 의미심장한 라디오 프로젝트)



  낯설고 수줍은 만남에서, 아이들이 기획자로 참여하는 단계까지 갔다. 호응도 반응도 좋았으니 아이들은 낯선 상황임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성장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다. 정말 잘하고 있었음을.....  


정말 대단 대단한.... 이게 바로 미라클^^


  처음의 계획한 오프라인 만남이라는 형태에 갇혀, 언제 시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으로 생각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만남과 그 시작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 19로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 가려져 있던 커다란 ‘긍정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참여하고 있는 23명의 아이들 모두가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라는 느낌이 덜하다는 느낌에 고민은 된다. 그러나 프로젝트를 위한 단톡방에서 메시지를 통해 프로젝트 실천과 과정을 확인하고 있음을 본다. 

  선뜻 나서며 주도적으로 참여하진 않지만, 내면의 꿈틀거림은 누구나 다 가졌으리라 생각한다. 각자의 감정 속도의 차이겠지. 그리고 적극적으로 나서진 않더라도, 그 꿈틀거림 자체가 해당 학생에게는 유의미한 변화이기도 하다. 목적을 정해놓고 채찍질하듯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아이들 각자의 속도에 맞추기로 한 처음 기획 의도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된다. 


  교사로서 욕심은 프로젝트 후에 아이들의 모습이, 지금 여쌤들의 모습(하고 싶은 도전, 의미 있는 도전을 실천하며 ‘관계’를 만들어가는 청춘)이었으면 했다. 그런데 23명 중 벌써 7-8명은 여쌤 모습이 보이니 긍정적인 발견이 아닐까? 나머지 친구들도 언젠간 여쌤의 모습처럼 성장할 거라 믿는다. 다만, 꽃 피는 시기가 다르듯 속도의 차이 있을 뿐. 걱정에 앞서 보지 못했던 아이들의 성장과 그것을 끄집어내고 있는 여쌤들의 노력을 본다. 

  긍정의 작은 변화라는 희망을 키우면서, 23명 모두가 변화가 아니더라도 1명의 변화와 성장에 집중하면서 실천을 하다 보면 시기가 다를지라도 23명 모두가 꿈꾸는 그 모습에 다가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니, 다시 긍정의 에너지가 생긴다. 나의 내면의 꿈틀거림도 느껴지기 시작했다.


  오늘도 화상 회의가 예정되어 있다. 이러한 열정인데 과연 무엇이 불가능할까?


  여쌤들의 고민의 과정(매일 매일의 회의와 생각, 힘겨움, 하고픈 것, 걱정 등)도 아이들과 함께 공유하며, 아이들이 혜택(?)을 받는 수혜자가 아닌 함께 고민하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생산자가 될 수 있다면, 이 ‘위기’도 의도치 않은 ‘발판’이 되지 않을까? 


  아이들이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고커뮤니티를 만들어가는 것이 프로젝트의 목적이었는데, 이미 몇몇 아이들은 하고픈 기획을 하고, 여쌤들을 통해 새로운 방법과 고민을 하며 자기와 세상을 이해해 나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꼭 23명만이 아닌 자기 친구들과 지인(부모, 교사, 친척 등)과 이야기를 나누며 커뮤니티를 만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각자의 방식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가고 있을 지도...


  교사인 내가 집중을 했어야 했는데, 걱정으로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지금의 성장으로 이끈 여쌤들의 저력과 열정에 또 한 번 감탄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하고 있는 평창고 23명의 마음과 실천, 참여에 너무나 감사하다.


여쌤들의 기록 - https://www.notion.so/ab044a104e3c4d3f8305932e5ed6d37a


  코로나 19라는 변화(위기)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여쌤들과 평창고 아이들은 이미 미래핵심역량을 갖추고 있는 건 아닐까>  ^^




  미래학자 유발하라리(Yuval Noah Harari)의 저서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에서는 미래핵심역량이라 불리는 4C를 ‘변화에 대처하고 새로운 것을 학습하며 낯선 상황에서 정신적 균형을 유지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그리고 저자는 미래사회에서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이 중요해진다며, 자기 자신을 알라고 제안하고 있다. 

  작지만 가능성이 많은 이곳, ‘평창고’에서 세상을 이해하고, 관계를 만들어가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가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진행해보려 합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https://brunch.co.kr/@red7469/23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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