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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Sep 09. 2021

따스한 봄날

학교 곳곳에 이름 모를 노란 꽃, 보랏빛 꽃, 흰 꽃들이 피었습니다. 이제야 따뜻한 봄이 느껴지네요. 아이들은 ‘선생님~~ 금방 더워질 거예요’하며 저의 봄 설렘에 황둔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지만, 저는 월요일 따사로운 햇살이 너무 좋네요.

교실에도 초록 새싹들이 생명력을 더해 가네요. 매일 아침과 오후에 물을 주며 ‘내 싹 나왔다!', '내 것은 3개다’ 등등 떠들어 대는 와중에 두 명의 화분에서 싹이 올라오지 않아 내심 걱정했었습니다. 마침 오늘 화분을 보니 모든 화분에서 새싹이 나왔습니다. 식물도, 씨앗도 자기 속도에 맞게 생명력을 키워가는 모습에서 아이들 성장에 조급했던 마음을 쓸어 내려 봅니다.

망설이다가 지난 주에 잠시나마 세월호 7주기를 맞아 영상하나 함께보고 이야기 나눴습니다. 모르거나 관심 없을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기억하고 있어서 감사하면서도 많이 미안했습니다. ‘곁에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소중한 존재가 너희들이다’라고 얘기했네요.

저도 자주 잊고 지내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 아이 태어날 때 간절히 바랬던 소원.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지금 건강함을 넘어 너무 씩씩하게 곁에 있어주는 아이임에도 존재의 소중함에 감사하기보단 욕심을 더하기만 한 건 아닌지, 누군가에겐 축복같은 아이의 존재를 너무 당연히 생각하고 공부 욕심, 성적 욕심, 능력 욕심을 더해가며 아이를 힘들게 하고 못 미덥게 바라보진 않았는지….  이 맘 때면 늘 반성하게 되네요.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고, 존재해줘서 고맙다고 더 자주 얘기해야겠어요.^^

오늘 아이들과 ‘내 귀는 짝짝이’라는 그림책을 함께 봤어요.

https://bit.ly/3vePS9R

4월 20일(화)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로 다름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게 하고 싶어 영상을 보고 소감을 적어보게 했는데,,,,  ‘공감, 배려, 사이좋게, 대화로, 같은 것 찾기’ 등등 너무 따뜻한 단어들이 아이들에게서 나오네요.

역시 아이들은 계산없이 맑게 세상을 받아들일 수 건강함이 있음을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어설픈 어른의 시선으로 가르치려하기 보단 그 선함을 꺼내어 표현할 수 있게 아이들에게 더 많이 기회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장애공감교육활동으로 아이들한테 과제로 내어준 것이 있어요.

https://bit.ly/3mZaVtP   시간 되실 때 아이와 함께 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4개의 미션을 모두 해결하면 선물을 준다고 꼬드겼네요^^

그리고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적어 새 둥지에 넣는 활동도 했답니다^^

12월 30일 방학식 날에 나눠주려고요. 어떤 이야기를 썼는지는 저도 잘 몰라요.^^

오늘 아침 출근길 학교 앞.  쓰레기가 더 늘었습니다.

3월에는 마음이 참 불편했는데,  오늘은 기분이 좋아요.  왜일까요?   수업을 들어갔는데 아이들이 쓰레기가 늘었다는 것을 알고 있네요. 그냥 무심코 지나치던 아이들이 지난번 하천 청소를 계기로 주변을 바로보는 시선이 생긴 것 같아 너무 좋네요. 아이들 입에서 쓰레기가 늘었다는 이야기가 나왔으니, 스스로 해결해내지 않을까 기대감도 커지고요. 학교의, 황둔의 주인으로 자리매김하는 아이들. 저는 이런 모습 지켜보는것이 너무 즐겁답니다.^^

4월 23일(금)에는 학생들이 기획하고, 진행하고, 정리하는 ‘학생주도의 과학행사’가 진행됩니다. 이번주 아이들이 많이 복작복작거릴것 같아요. 난생 처음 자신이 준비한 체험부스를 남들 앞에 공개해야하니 부담도 클 거고요. 어떤 아이는 대충대충, 어떤 아이는 하나 하나 꼼꼼이, 어떤 아이는 무심한듯, 어떤 아이는 막막함이 표정에 묻어납니다.

그냥 지켜봅니다. 어떻게 되가고 있냐며 슬쩍 슬쩍 부담감을 주는 질문을 던지면서 그냥 지켜봅니다. 어설프고 때론 힘겹고, 짜증나는 감정도 성장과정이란 생각으로 바라만 봅니다. 그런데 참 잘해내고 있습니다. 저만 보기 아까울 듯 하여 코로나만 아니면 꼭 초대하고 싶은대 아쉬움이 크네요.

학생들에게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하네요. 제 22년 교직경험도 그랬고요. 그래서 지난주 아이들에게 요즘 마음이 어떤지 설문을 받아 봤습니다. 좋아하는 과목, 어려운 과목, 하고 싶은 것들 물어봤는데….  아이들이 참 건강하네요^^

‘가족이 보고 싶다. 공기놀이가 하고 싶다. 인라인 타고 싶다. 치킨이 먹고 싶다 등등’ 학교 생활도 대부분 즐겁게 해주고 있는 것 같아 내심 고마웠습니다. 현재, 다른 많은 학교는 중간고사로 아이들이 무척 힘들어하고 있거든요.

맑고 밝은 아이들.  곁에 존재하여 주는 소중한 아이들과 하천길도 걸어보시면서 학교 생활 이야기, 친구 이야기, 꿈이야기 나눠보시길 권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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