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봄비...

by 이경원

하루 하루 살아내는 3월을 보내면서 연초록빛 여유로운 4월의 막연한 바람을 가졌는데,,,, 여전히 살아내는 4월인 듯 싶다. 출근하면 교무실에서 컴퓨터를 켜고 업무상황(?)과 시간표를 확인하며 소소한 출발준비를 하고 과학실로 향한다.

나를 챙기기 위한 아침 시간.

등교하는 아이들 마주하지 못하는 미안함에 종종 창 밖을 내려다 보며 아이들 아침을 바라보는 마음도 잠시 다시 책으로 시선을 돌린다.

20분의 아침시간이 어제, 과거, 현재, 미래, 교무실, 수업, 가정, 업무, 사회에서 오는 무거움을 자리하지 못하게 내몰려 마음의 빈 공간을 만들어 주니 하루를 살아낸다.


헐레벌떡 뛰어와 '안녕하세요. 선생님. 나도 선생님과 있고 싶은데 버스시간때문에 못해요. 그래서 인사하러 왔어요'하고 뒤통수에 인사하고 눈마주칠 시간도 안주고 조회시간에 들어가는 아이,

뒤 큰 책상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다가 나가는 아이,

옆 자리에 앉아 몸을 굽혔다 폈다 책을 들었다 놨다 하며 함께 책을 읽는 아이들이 주는 하루를 살아낼 고급 연료 주입 덕에 불순물이 적은 하루를 살아낸다.

전교생 11명. 누군가는 아니 대부분 참 편하겠다 말을 건넨다. 맞다 참 평안한 직장생활을 한다.

2명이 이 지역 아이고, 9명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우리 학교를 선택한 아이들. 아이들 한 사람 한 사람 삶의 이야기가 깊고 길고 넓기에 시선에 따라 편함도 있지만 마음에 무거움이 함께하는 작은학교 생활.


'어째요? 000평가 결과가 이래요. 000테스트 결과가 이래요. 마음이 아파요' 담당 교사의 이야기.

교육청, 교육부에서 줄기차게 내려오는 아이들에 대한 진단, 정서, 기초학력, 정기고사 등 맞춤형 교육을 위한다는 잦은 평가와 결과지.


살아온 날의 경험, 삶의 태도, 오늘의 감정, 날씨, 교우관계, 아침 가정상황, 학력 다양한 원인이 있을진대 학력이라는 길 하나를 만들어 두고 같은 평가지로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다그쳐야(?)하는 것이 맞을런지 고민이 된다. 맞춤형개별지도를 위한다는 선한(?) 목적으로...

평가 하나 하나 곱씹어 분석하고 아이들 삶에 연결지어 고민하고 이야기 나눌 시간도 주어지지 않고 밀려오는 평가를 위한 준비와 진행, 결과보고 등등.


삶이 다채로운 아이들을 같은 평가지 앞에 놓아야만 진단이 되는 현실과 압박에서 아주 초라한 힘으로 다채로움에 대한 존중을 지켜주려 살아내본다.


학교 방문이 사전에 예약 되어야 하고, 담임교사의 연락이 대표번호로만, 일과시간에만 진행되어야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학부모가 학교에서 아이 모습을 볼 수 있는,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든다는 것이 쉽지 않음을 아는 분들을 알리라. 그럼에도 그러한 시간을, 그러한 활동을 진행하는 작은 발버둥에 함께 해 주시는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 급식소가 없는 작은학교라 인근 초등

학교 급식소에 협조를 구하고, 아이가 먹는 급식을 함께 먹고, 아이들 수업 모습과 학교 생활을 모습을 볼 수 있는 시간. 괜찮은 활동 시간.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과정인지는 학교에 근무하는 분들은 알리라. 힘겨움에도 최소 분기별 1회는 아이들 주 공간인 학교에서 학부모-아이-교사-교직원이 함께하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보려한다.

짧고도 단편적인 함께하는 시간이지만,

가정에서 아이와 학교에서의 아이,

아이와 부모, 교사 삶의 차집합이 아이성장을 두고 작은 교집합이 만들어지도록....

학기초 전학을 의뢰한 학부모와 학생. 가장 혼란한 시기 그 선택이 미칠 영향이 어떨지몰라 학교 생활을 경험해 보고 선택하길 권한다.

작은학교. 전학의뢰 전화가 오면 즉각적인 여러 의견이 오간다.

'받지 말자', '안받았으면 좋겠다'가 주류가 되는 이야기. 한 학생이 새로 온다는 것이 쉽지 않은 힘겨움을 동반하고 있음을 알기에 공감이 간다. 내 마음속에도 '지금 괜찮은데,,, 또 변수가 생기네' 머리 속에 해야할 일들이 실타래처럼 떠올라 안오길 바라는 마음이 쑤욱 올라온다.

그럼에도 아이가 옴을 교사가 거부하는것이 맞는가하는 자책과 한 아이가 선물처럼 다가올 수 있다는 희망에, 아이도 자기 삶을 신중하게 고민해보고 판단하길 바라는 마음과 주체로서 생각하길 바라며 학교생활을 경험해 보고 선택하길 권한다.

이틀 혹은 더 길게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학교 환경을 체험하고 생각하길, 그렇게 황둔에 자리매김을 하는 아이들. 지난주 이틀을 함께한 아이와 부모도. 꼭 전학오고 싶다는 말을 전하고 갔지만 아직까진 연락이 없다.

'연락이 오길...아니 연락이 없길...'


학교를 그만 두어야 하는 아이를 우리반에 배정해 달라했던,

학교를 그만 두고 싶어 하는 아이들을 모아 새로운 교실을 열어 생활했던,

낭만의 시절 나는 어디가고, 아이가 희망하며 오고 싶다는 것을 마다하는 현재의 마음은 평안함을 택하는 옹졸함과 나 챙김의 이기와 현실의 각박함에 대한 불만이 겹친다.

매일 쏟아지는 공문과 계획서 지침들에 쉬이쉬이(?) 처리해내는 나를 마주하며 일 잘해내는 괜찮음에 어깨 살짝 올리다 교과서 한 번 제대로 훑어보지 못하고 수업에 들어가는 나를 본다.

교사인가? 행정공무원인가?


뒤늦게 머리를 치는.

'선생님 죄송해요' 라는 말에 담긴 크나큰 아이의 성장변화.

'선생님 소프트웨어 해결 되었나요?'

'물품 준비되었나요?'

'구상세포 관찰 어떻게 하죠?'

'카메라 원리를 어떻게 보여주죠?'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등 아이들 기댐과 손 내밀음에 답하지 않고 있는 게으른 교사를 마주한다.


그럼에도,

크게 미안하지 않는 마음, 변명이 가능한 현실에 살며 뒤늦게 머리를 친 감정에 뒤늦게 반응하며 뜬금없이 아이에게 다가가

'엊그제 네가 이런말 해줘서 너무 고맙다'라는 내 마음 덜어내기를 한다.


매일매일 장난을 걸어 오는 아이(나를 피해다니는 아이들도 있지만 ㅜㅜ),

아침 시간 뒤통수에 인사하고 가는 아이,

'옥수수 씨앗 주셔요'. '텃밭 작물 관리해주셔요' 당돌한 교사 부탁에 언제나 흔쾌히 함께 해 주시는 부모님들,

고집스럽고 불편하게 만드는 교육과정 운영과 편협한 활동에도 '참 귀여워. ♡♡이 너무 이뻐'하며 아이들을 바라보고 각자의 방식으로 즐겁게 협조해 주시는 선생님들.

책 읽는 아이 사진 보냈더니 바로 손편지와 함께 독서대를 선물로 주겠다는 어른과 여름방학 캠프를 하고 싶은대 학교공사로 고민하니 시설과 장소를 제공해 주는 지역사회, 아주 먼거리 벽지학교를 매년 찾아주는 대구대학교 사범대학생들

게으르고 이기적인 교사가 하루하루 살아낼 수 있는 이유는 참 따뜻한 정과 낭만을 간직한 분들이 곁에 있는 복을 누릴 수 있기에 가능하다 싶은 삶이다'


나 챙김. 시들지않게, 담백한 삶, 그리고 조금은 다정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다짐을 수시로 새기며,

불쑥 팍~~ 확 때론 톡 올라오는 불편한 감정을 다그치고 위로하고 지우며 하루를 산다. 지금까지는...


봄비가 반가움 설렘이 아닌 왠지모를 가라앉음과 회색마음을 주는 주말 아침. 큰 딸아이가

'아빠 나 스벅가서 공부하려는데 같이 갈 생각있어?' 생각할 필요도 없는 반기움에 '당근 ^^' 또 이렇게 복이 불편함이 자리할 공간을 내쳐준다.


딸아이가 만들어 준 소중한 시간 덕에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 글을 써본다.


집이 아닌 공간이, 낯선 사람 넘어 익숙한 사람도, 새로운 만남도 어색하고 어려운 기간 속에,

봄비 내리는 4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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