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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비나 Mar 24. 2021

오늘은 봄꽃을 가지고 놀았다

편히 누워 쓰는 글

글을 좀 쉬어가며 쓰고 싶어서,  각 안 잡고 몸도 마음도 편히 누워 오늘 일상을 썼어요. 독자님들도 누워서 편히 읽어 주세요.





야무지다. 똑부러진다. 꼼꼼하다.


나의 고객들이 나에게 가장 많이 하는 말들이자, 이 바닥(저는 사교육에 종사합니다.)에서 강조되는 생존 덕목이다.(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말들이기도 하다.)  오래 본 사람말고 처음 내 얼굴을 보고 몇 마디 나눈 후에도 종종 저런 말을 하는 걸 보면, 내 얼굴이나 말투가 좀 그런 쪽이 아닐까 싶다. 사람들은 의외로 논리보다는 직관이나 느낌으로 타인의 인상을 판단한다. 그런 판단은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저런 면이 나에게 없지는 않지만, 내 자연스러운 천성은 저런 말들과 꽤나 거리가 있다.


나는 사실 사적으로는 굉장히 루즈하고 자유분방하고 게으른 인간이다.


나는 논리나 이성, 숫자나 계산에 오래 머무르기를 꺼린다. 우선 재미가 없고 내 기질이 깎이는 느낌이 들어서 싫다. 시간의 반 이상을 꺼리는 세계에 희생하다 보면, 마음이 시든 꽃잎처럼 마른다. 파릇하고 난만한 천성이 그리울 때, 나는 감각과 감성에 탐닉한다. 글쓰기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감각과 감성의 세계이다. 하지만 이루고픈 것이 많기에, 애를 쓰고 싶기에 그것은 일면 자유를 해친다. 목적없이, 더 분방하게  감각과 감성에 탐닉하고 싶은 때, 나는 좋아하지만 잘 하지 못해도 되는 놀이를 한다.


오늘은 봄꽃을 가지고 놀았다. 꾸준히는 아니지만 봄이나 여름과 깊이 친하고 싶을 때 플라워 레슨을 받고 있다. 아주 기본적인 틀만 제시해 주고, 주어진 재료를 이용해 '마음대로' 만들면 된다. 정해진 답이 없고, 까다로운 룰도 없다.


봄꽃들의 화사한 색감.

날아갈 것 같은 레몬빛 버터플라이.

덜 벌어진 봉우리가 새침한 연분홍 튤립.

통통하고 작은 꽃이 촘촘하게 맺힌 조팝.


보들하고 폭신한 꽃줄기의 촉감은 얼마나 좋은지. 마스크 때문에 향을 실컷 못 맡아 아쉬웠다. 한 시간 가량 귀만 막은 채 온몸을 열고 색과 향과 촉감을 마음껏 느낀다. 그러고 보니 꽃을 한 번 먹어보고 싶기도 하다. 예쁘고 싱싱한 것들을 실컷 보고 만지며 마음대로 만들다 보면 한 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눈 앞엔 내 마음에 쏙 드는 봄이 완성돼 있다.


아, 예뻐.


이러고 나면, 나는 다시 논리와 이성의 세계를 조금은 참을 수 있는 여유를 찾는다. 봄비를 맞아 웃는 꽃처럼 화사해진 마음을 챙겨 기분 좋게 일상으로 돌아온다.



제가 만든 봄이에요. 딱히 자랑할 데가 없어 여기다 자랑합니다. 예쁘게 봐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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