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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비나 Dec 24. 2020

부자들이 원래 착한가?

부자’니까’ 착한 거지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송강호)의 가족이 동익'(이선균)의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기택: 부자들이 원래 착해. 고생을 안 해서 애들도 꼬인 데가 없고. 부잔데 착하다니까.

충숙: 부잔데 착한 게 아니고, 부자니까 착한 거지. 이게 이 돈이 다 내 거였어 봐? 난 더 착하지!


이미지 출처: 영화 ‘기생충’


나는 처음에 이 장면을 보며 저 대사는 분명히 부자를 바로 옆에서 실제로 관찰한 경험이 있는 사람의 통찰에서 나온 거라는 확신을 했다. 맞다. 부자들은 착하고, 부자니까 착하다. 부자가 착하다고 부자를 찬양하려고, 그래서 우리도 얼른 부자가 되자고 이런 글머리를 쓴 것은 아니다. 사람을 만들거나 바꾸는 환경에 대해서, 그리고 그 환경에 내가 어떻게 대처하며 살 것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고 싶다.




나는 영화 '기생충'의 '기택'의 가족들처럼, 부자가 아닌데 어쩌다 보니 부자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일을 오랫동안 해 왔다. 특히 부잣집 아이들과 그들의 엄마들. 물론 스스럼없이 가까운 친구처럼 지낸 것을 아니고 어느 정도의 예의와 격식이 동반된 관계였기 때문에 그들의 완전한 민낯은 잘 모른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꽤 많은 수의 부잣집 아이들과 사모님을 가까이서 봐 온 모든 통계를 종합해서 결론을 내자면,


부자들은 (꽤 높은 확률로) 착하고, 부자니까 착하다.



여기서 '착하다'는 것은 성격을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았을 때 선하고 정의롭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냥 무심히 표면을 봤을 때 '순수하고 젠틀하다'는 뜻이다. 척박한 토양에 뿌리를 박고 비바람을 버틴 억센 식물이 아니고, 질이 좋은 고급스러운 환경에서 별다른 어려움 없이 양분을 듬뿍 받고 곱게 자란, 보기 좋은 식물 같다. 조금도 상하지 않은 인간이라고 할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그런 그들을 보고 있자면 같은 인간으로서


솔직히 부럽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보면서 성찰 없는 열등감을 키웠던 것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진 게 없다 해도 상하지 말고 살자.

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무슨 일이든지 애를 써서  해내는 사람을 보면  가지 감정이 든다. 경심과 안타까움.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존경심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지는 것이다. 그는 누구도   없을 만큼 제대로 해냈지만, 해낼 테지만,   존재에 남는 흔적은 어떻게 하나. 간절함을 품고 행한 , 존재에 내리는 .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까? 지나치게 애를 쓰는 일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 찰스 부코스키가  명언이 있다.  "노력하지 . Don't try." 안심이 되는  아닌가? 나는 그의 말을 안달복달하지 말고 순리에 맞게 살라. 지나치게 애쓰다 상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사람이 상한다는  독해지고 비루해진다는 거다.

-박연준 산문집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박연준 작가님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고, 어떻게 평소에 내가 하던 생각을 이렇게 잘 써 놓으신 거야?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자기 자신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악착같이 무언가를 얻어낸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부자도 못되는데 상하지 말자.

부자가 된다고 한들 내가 상하면 무슨 소용인가.


찰스부코스키의 비문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


“Don't try.”



노력하지 마라. 보다는 애쓰지 마라.가 좀 더 개인적으로 딱 맞는 느낌의 번역인 것 같다. 어쨌든 이것 또한 과연 인생을 좀 아는 분의 통찰이 돋보이는 말이다.



어차피 인간은 오래 살아야 한 세기를 산다. 그리고 죽는다. 손에 쥐고 있던 것을 어떤 것도 죽은 뒤까지 가져갈 수 없다. 무언가를 손에 넣기 위해 내면의 신음을 무시하고 영혼을 상하게 하면서까지 악착같이 사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스스로의 고유한 가치를 수용하고 사랑하며 즐거이 하루하루를 음미하며 사는 것이 좋을까.




*표지 이미지 출처: 영화 ‘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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