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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팥 Nov 30. 2016

주변 광고인 이야기

광고를 하게 되면 생기는 직업병이 있다.

그건 바로 '결벽증'이다. 

내가 사수나 동기들을 관찰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정말 깔끔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그 깔끔함 때문에 그들 자신은 매우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수 밑에 일하는 인물도 마찬가지다. 


나열하자면,

카톡에 1이 남아있는 걸, 아니 카톡 방이 많은 걸 싫어한다.

자간이나 행간, 글씨체에 따라 그 날의 기분이 좌우된다.

모든 것은 계획표에 따라 진행되어야 한다.

컴퓨터 정리선이 눈에 보이는 걸 못참는다. 무조건 무선이다!

무인양품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바탕화면에는 탐색기와 인터넷 익스플로러 밖에 없다. 


심지어 취미로 쓰던 기타도 마음 한 켠에 짐이 되는 것 같아서 버린다고 하였으니, 

요즘 유행하는 '비움'의 가치를 가장 먼저 실천하는 것이 광고 기획자들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와 정반대의 나 같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개 성공하거나 '일 잘한다'고 평가 받는 광고인들은

아마 위와 같은 특징을 하나 정도는 가졌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직업적 특성에서 반영된 것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AE나 PD는 많은 광고주, 많은 업체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조율할 일이 많다 보니, 정리를 해서 전달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AE가 컴퓨터 앞에서 가장 많이 할애하는 것은 바로 '정리' 이다. 아이디어 정리, 기획서 정리, 정리.. 정리... 조율자의 역할을 하다보니, 서로의 언어로 제대로 '정리'를 해야하고, 그러다보니 그 이외의 것에 신경쓰기는 매우 귀찮아지기 마련이다. 모든 것을 본인이 컨트롤하기 위해서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을 최소화하고 오직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이는 반대로 더 깊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 

광고 회사 국장님과 '미식'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 

" '미식'이라는 것은 단순히 다양한 것을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 하나를 먹을 때 밥알 하나가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차이를 느끼고, 이 음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이야기를 알고 느끼는거래. 남들은 똑같은 밥을 먹고 단지 배를 채우는 것으로 끝나는 거겠지만, 미식가는 만약 새로운 식당을 가서 정말 맛있는 밥을 먹는다면, 남들이 모를 단맛을 느끼고, 음미하면서 자기 나름대로 자신의 느낌을 더하게 된다는 거지. 그런거 생각해보면, 어떠한 것에 높은 관여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즐거움과 행복을 느낄 여지도 많다는 것 아니겠어?"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은 그 만큼 발견하는 것도 많아진다는 것이다. 여러 곳의 웅덩이를 얕게만 파던 에너지를 한 웅덩이에만 집중하게 되면서, 이를 어떻게 팔지, 이 웅덩이의 모양은 어떻게 될지, 재질은 어떤 것을 입혀야 할지 신경쓰게 된다는 것이다. 그 만큼 감각하고 남들이 찾지 못하는 행복한 가치를 찾아낼 가능성도 높은 것. 그러니 광고인들의 직업병은 축복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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