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작년에 트위터에 입사했다. 사실 트위터에 갈 생각은 별로 없었는데, 다니던 회사가 나에게 일을 점점 주지 않기 시작했다. "나를 곧 자르려는 셈이로구나" 생각하고 슬슬 딴 직장을 알아보던 차에 헤드헌터가 연락이 왔다. (알고 보니 날 자르려던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나 혼자 설레발친 것이었다) 내 링크드인을 보니까 딱 자기네들이 찾는 인재인 거 같은데 이력서 좀 내 보라는 것이었다. 사실 북미의 헤드헌터들은 처음에 접근할 때는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이 굴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그네들이 하는 말은 다 믿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다가 면접에서 삐끗하면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화도 주지 않고 연락을 끊어버린다. 이를 ghosting이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1차 전화 면접을 봤다. 1차는 주로 인사과 사람들이나 헤드헌터랑 30분 정도 이야기하는데, 사실 1차에서 떨어지는 경우는 딱 두 가지이다. 내가 완전 또라이라는걸 알아차렸거나, 아니면 자기네들이 내 이력서를 제대로 안 읽고 내 전문분야와 전혀 상관없는 자리에 날 집어넣으려 했거나이다. 1차는 사실 준비할 것도 없다.
2차는 hiring manager와 한 시간 정도 대화를 한다. 내 과거에 대해 묻고, 내가 뭘 할 줄 아는지 묻고, 나도 하게 될 일이 무엇인지, 팀 내부사정이 어떤지 묻는다. 가끔 테크니컬 한 질문이 나올 때도 있다. 전화로 하니까 뭐 어려운 건 없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그러는 게 최선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중요한 건 똑똑한 질문들을 던져야 된다. 단순하게 "무조건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럼 "어 이 새끼 급한가 보네, 촉이 안 좋아" 그러면서 떨어뜨리기 마련이다. 팀 구조는 어떤지, 지금 technical debt는 주로 어떤 분야인지, 이런 질문들이 다 그렇듯이 뻔한 답이 나올 확률이 높지만 그래도 물어봐야 한다.
3차는 코딩 시험이다. Leetcode 나 hackerrank 연습문제는 뭐... Easy와 Medium 합해서 한 삼백 개 정도 풀면 웬만한 문제가 나와도 망신은 당하지 않는다. 모르면 소리 내어서 내가 무슨 생각을 지금 하고 있는지, 어떻게 풀려고 하는지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사실 난 이 3차 면접에서 좀 황당했던 게, 시험이 너무 쉬웠다. 2년 전에 본 구글 면접과는 비교도 되지 않게 쉬워서 난 얘네들이 뭘 좀 헷갈린 게 아닌가 싶었다. 비슷한 시기에 Meta에 들어간 옛 동료 말로는 자기도 코딩 테스트가 너무 쉬워서 황당했다고 한다. 심지어 내 경우에는 3차를 이틀에 걸쳐 봤는데, 이틀째에 나온 문제가 첫날 문제와 똑같았다.
"어 이거 어제 물어봤던 건데... 뭐 또 풀 수는 있지만 그러면 안 되겠죠?" 하고 말하니 면접관들이 충격을 먹은 표정으로 날 쳐다봤다. 아마 거기서 "정직" 뭐 이런 쪽으로 점수를 좀 딴 거 같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2022년에는 특히 IT업계들이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뽑아댔던 거 같다. 그러니까 연말에 가서 그렇게들 잘라댔겠지.
4차는 Culture Fit이라고 팀에서 얼마나 다른 사람들과 잘 융화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는 면접이다. 사실 이것도 상식만 있으면 되는 거라서, 난 구글 면접에서도 culture fit은 떨어진 적이 없다. 이를테면 "팀원과 코딩하면서 의견충돌이 있을 때 주로 어떻게 하시나요?" 뭐 이따위 문제인데, 정말 교과서적으로
"네 그런 경우에는 서로 각자 방식대로 작게 실험을 한 뒤 비교해서 좀 더 효율적인 쪽으로 정할 것 같습니다. 상대방이 더 나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면 빨리 배우는 게 이롭죠" 이런 식으로만 얘기해도 사람들이 끄덕끄덕 한다. 왜냐면 이 IT라는 분야에는 사회생활이 뭔지도 모르는 놈들이 득실득실하기 때문이다. 나도 면접관 노릇을 몇 번 했었는데, 정말 기상천외한 인간들이 많다. 컴퓨터라는 게 발명이 되지 않았다면 매 맞고 동네 밖으로 쫓겨났을 사람들이 세상이 좋아져서 억대 연봉을 번다. MZ 세대가 어쩌고 하는데 IT 분야만큼은 노인네들도 MZ 못지않게 자기만 아는 사람들이 많다.
트위터의 경우에는 4차가 끝나고 난 직후에 면접관들이 전부 모여서 평점을 매긴다. 내 경우에는 면접 한 시간 후에 통보가 왔다. 헤드헌터는 다 된 것처럼 얘기했다. 나도 어 진짜 합격인가? 싶은데 그건 아직 사실이 아니다. 관문이 하나 더 남아있다. 부서 디렉터나 부장급 매니저와 한번 더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이다. 헤드헌터들 설레발에 속아서 이 마지막 관문을 그르치면 헤드헌터는 바로 그다음 날로 안면몰수할 것이다. IT 업계뿐만 아니라 어디나 다 그렇겠지만 서류로 확답이 온 게 아니면 아무것도 믿지 않는 것이 좋다.
5차는 역시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아저씨들이 물어보는 질문이라 여기저기 함정이 있다. 대충 듣고 대답하면 실수하기 딱 좋은 그런 질문들만 한다. 사실 5차가 끝나고 나도 긴가민가했다. 특히 나는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이니 더욱 그랬다.
그런데 합격이랜다.
여기서 끝이 아닌 게, IT 면접의 꽃은 연봉협상이다. 그러고 요새 IT 쪽에서 일하는 젊은 애들은 서로 만나면 지 얼마 번다고 돈자랑 하기 바쁘다. 이 바닥 일하는 사람들 다수가 돈 보고 뛰어든 애들인데 처음 제시하는 연봉에 만족할 리 없다. 어떤 경우에는 협상하는 데 2주나 걸린다.
하지만 난 흥정하는 걸 그닥 즐기지 않는다. payscale.com이나 levels.fyi 같은 사이트에 들어가서 내가 사는 도시에서 내 경력으로 얼마나 벌 수 있나 보고 평균보다 충분히 높으면 그렇게 연연하지 않는다. 어차피 자를 때는 많이 받는 놈부터 자르니까.
그렇게 들어간 트위터인데 9개월만 일하고 내 발로 걸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