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관은 10점짜리, 편의성은 5점짜리
본격적으로 기아 EV3에 대해 살펴보기에 앞서, 디자인에 대해 몇 가지 언급하고 싶다. EV9을 작게 줄여놓은 듯한 외부 디자인에는 별다른 불만이 없다. 누가 보아도 만족할만한 세련된 외형을 가지고 있고, 점점 디자인이 과장되게 변하는 기아의 내연기관 차들에 비해 단정한 인상을 가지고 있다. 기아의 지나친 디테일이 부담스러운 필자 입장에서는 EV3가 기아차 중 가장 뛰어난 디자인을 가진 차라고 평가하고 싶다. 물론 이것은 취향의 영역이다.
EV3는 동시에 기능적인 디자인을 찾아볼 수 있는 차기도 하다. 휠과 휠하우스 부근에 공기저항을 위한 디자인들을 넣어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공기저항을 줄여 전비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근래에 등장하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에서는 이런 형태의 휠 디자인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이런 자잘한 노력과 더불어 요즘 전기차 시스템의 효율이 상당히 좋아진만큼, 그리고 아이오닉5와 EV6에 비해 작은 차체를 가진만큼, EV3도 높은 효율을 가지고 있다. 1kwh에 7km 정도고 회생제동과 연비 주행을 잘하는 운전자라면 600km 이상의 주행거리를 누릴 수 있다. 장거리 운전이 잦은 운전자라면 저렴한 충전비용의 이점을 같이 누릴 수 있다.
직물을 적극적으로 사용한 인테리어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한국 소비자들은 직물 위주의 인테리어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옛날 국산차 특유의 털복숭이 직물 시트에 대한 기억이 좋지 않아서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직물 소재들은 질감이 상당히 좋고, 알칸타라(가죽처럼 느껴지겠지만, 알칸타라는 직물 소재다.) 같이 천연가죽보다 더 고급 사양으로 여겨지는 소재도 나왔다. 천연 가죽처럼 가죽을 얻기 위해 동물을 죽일 일도 없고, 생산과정에서 배출하는 탄소도 적다. 최근에는 이런 직물 소재들을 PET병 재활용 소재로 만드니, 여러모로 친환경적인 차라는 이미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요즘 직물 소재들은 오염에도 강한 만큼, 좀 더 자동차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기대해본다.
미래지향적인 척하는 불편한 디자인들
EV3는 사용한 소재도 고급스럽고, 전체적으로 깔끔한 동시에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실내 디자인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낮은 편의성이 디자인의 감각적인 만족감을 많이 퇴색 시키는데, 대표적으로 이 차의 스마트키 디자인을 지적하고 싶다. 촉감을 자극하는 좋은 소재를 사용한 것은 좋지만 버튼을 스마트키 테두리에 숨겨놓았다. 기능은 많아 좋은데, 버튼을 찾아 누르기 어렵다.
스마트키의 기능들을 생각하면 이런 불편한 디자인은 더 큰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현대·기아는 스마트키로 차를 앞뒤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원격 주차기능을 넣어두었는데, 좋은 기능을 넣어 두고 쓰기 어렵게 만들면 무슨 소용인가. EV3를 구입할 계획이라면, 가급적 스마트폰에 디지털키를 설치해놓고 이용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수납공간 면에서 가장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로 센터 콘솔이다. 별다른 기능이 없는 암레스트에 콘솔박스가 없다. 다른 차들처럼 콘솔박스를 열 듯 암레스트를 당겨 올릴 수는 있는데, 그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다. 용도를 알기 어려운데, 암레스트 아래로 컵홀더와 수납함이 보인다. 현대·기아는 이런 디자인을 작은 차에 주로 사용하는데, 캐스퍼를 타보면 EV3보다 다소 단촐하지만 비슷한 구성을 찾을 수 있다. 암레스트 아래로 공간을 두어 탑승자가 운전석과 조수석을 가로지르는 센터콘솔 때문에 답답함을 느끼지 않게 하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해는 하지만, 암레스트 하단 수납함을 이용하기도 쉽지 않고, 컵 홀더 이용 또한 쉽지 않고, 센터 콘솔을 대신한 암레스트 아래의 그 거대한 플라스틱 받침에 아무런 수납기능이 없는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
운전석 디자인도 아쉬운 부분이다. 처음 탑승했을 때, 시동 버튼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는데, 핸들 뒤편에 있는 기어 레버 옆에 버튼이 있었다. 기어 레버 자체도 눈에 잘 띠지 않는데다가, 시동 버튼도 핸들 틈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수준이다. 차에 타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하는 버튼인데, 굳이 여기에 둔 이유는 알 수 없다. 주차 모드 버튼도 썩 직관적이지 않다. 기아 전기차를 처음 타는 운전자라면 좀 당황스러울 것 같다. 이런 시동 버튼 디자인은 EV9에서 처음 선보였는데, 납득하기 어려운 디자인이다.
추가로 현대차의 디지털 클러스터 설계를 지적하고 싶다. 최근 현대와 기아는 가로로 긴 단일 패널 디스플레이를 계기판과 통합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핸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이 계속 있었다. 공조장치 조작부 역시 핸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다. 에어컨 온도 조절을 하려면 이 부분을 봐야하는데, 운전자가 보이지 않는 위치에 정보를 표시하는 디자인은 개선하기 어려운 것일까? 차라리 타사의 사례처럼 단일 패널을 이용하는 대신, 패널을 나누는 쪽이 좀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미디어 클러스터를 조작하기 위해 도입한 터치식 버튼도 눌렀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어 아쉬움이 있었다. 최근 적잖은 제조사들이 ‘미래차’의 이미지를 구현하려는 인터페이스를 도입하다 편의성이 오히려 떨어져 많이 다시 물리 버튼 중심의 인터페이스로 회귀하고 있는데, 기아 역시 편의성을 좀 더 개선한 디자인을 고민해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