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3 시승기 2.

by 빨간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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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3를 몰고 도로에 나왔다. EV3에 장착된 모터는 내연기관으로 비교하면 현대 1.6 터보 가솔린 엔진과 엇비슷한 출력을 내지만, 전기차 특성상 막힘 없는 가속을 보여준다. 오히려 차급에 비해 모터의 출력이 지나치게 높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차가 출력을 감당 못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액셀을 밟으면 앞이 살짝 들리고, 회생제동 레벨이 높게 들어가면 급제동이 들어가는 듯 훅 꺼진다. 페달을 아주 느릿하게 조작하면 반응이 좀 나아질까 싶었지만, 앞뒤로 들썩거리는 움직임이 나아지진 않았다. 같은 회사의 EV6나 현대 아이오닉5을 운전했을 때는 이런 주행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가족과 함께 타는 차로서도, 혼자 운행하는 차로서도 좋다 말하긴 어려웠다.

다만 해결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회생제동 단계를 1단계, 혹은 회생제동 기능 자체를 꺼두면 일반 내연기관 SUV 수준으로 승차감이 향상된다. 사실 급격한 고저차의 고갯길이 아니라면 회생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전비 이점은 승차감과 충분히 타협할 수 있다. EV3는 다른 전기차에 비해 특히 소프트한 서스펜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승차감에 영향을 줄만한 요인들은 최대한 억제하는 것이 좋다.

흥미로운 점은 소프트한 서스펜션으로 차가 많이 기우뚱하면서도 직선도로에서의 거동이 불안하지 않다는 점이다. 흔히 소프트한 서스펜션을 가진 차들 중에는 직진성도 좋지 않을 정도로 밸런스가 좋지 않은 차들을 볼 수 있는데, EV3는 어느 정도 만족할만한 주행을 보여줬다. 차량의 성향은 한 박자 늦은 스티어링 응답과 함께 언더스티어 성향이 나타나는데, 시승하는 동안 고속으로 통과하는 일부 완만한 고속 코너 구간에서 살짝 오버스티어가 발생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공도였기 때문에 ESC(차체자세제어장치)를 끄지는 않았고, 전기차에서 오버스티어를 발생시키는 원인 중 하나인 회생제동은 멀미가 심해 꺼둔 상태이기 때문에(물론 기능을 꺼두었더라도 회생제동이 미미하게 들어가는 차들도 있다.) 다소 의아한 부분이다.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EV3는 상당히 부드러운 서스펜션을 가지고 있다. 방지턱을 부드럽게 넘고, 자잘한 요철도 잘 소화한다. 급격한 커브에서는 차체가 상당히 많이 기우는 편이지만, 한국 소비자들 취향에는 승차감이 좋게 느껴질 것이다. 다만 요즘에는 승차감을 챙기면서 롤링을 억제하는 차들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 제조사들은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탓하곤 하지만, 사실 그 취향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제조사들의 영향은 과연 없는 것일까.

물론 이 모든 단점들은 일상을 위해 운전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이다. 회생제동만 꺼두면 된다. 어떤 운전자들은 전기차는 전기차만의 운전법이 있어 회생제동을 적극적으로 쓰면서 운전하길 권유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렇게 운전하는 전기차 운전자를 만난 적은 없다. 회생제동으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매우 적기 때문에 가급적 회생제동을 쓰지 않고 주행한다는 전제하에 EV3는 상당히 좋은 차다. EV3를 구매하는데 고려해야할 부분은 중고차로 다시 매각할 때, 전기차는 상당한 감가를 감수해야한다는 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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