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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자동차 Oct 10. 2024

미국 대선과 미국 자동차 산업 - 1

도널드 트럼프의 고립지향 정책은 미국 자동차 산업을 뒤흔들 수 있다.

지난 6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멕시코에 자동차 공장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하며,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200%로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약이 현실화된다면, 사실상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 자동차를 생산해온 멕시코 자동차 산업은 붕괴될 가능성이 크다.[출처: 매일경제, https://v.daum.net/v/20241007114202828]


사실 이런 공약은 그리 새롭지 않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기 행정부에서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탈퇴를 공언한 바 있고, 특히 멕시코에서 들어오는 농산물과 자동차를 타겟으로 삼아왔다. 현재 멕시코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 또한 도널드 트럼프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다. 현재 멕시코의 주요 산업단지는 2027년까지 개발될 부지까지 포함해서 모두 판매가 완료된 상황이다. 미국의 대중국 무역장벽을 회피하기 위한 창구로 멕시코가 선택된 것이다.[출처: BBC, https://www.bbc.com/korean/articles/c4n124xgwyko]


하지만 중국 자동차 기업이 문제일까?


하지만 트럼프의 주장은 다소 현실과 동떨어진 측면이 있다. 현재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주요 제조사들은 대부분 미국 자동차 회사들인데, 포드, GM, 스텔란티스 모두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운영하면서 내수와 수출 물량 모두 멕시코에 적지 않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계 제7위의 자동차 수출국, 그리고 세계 4위 수준의 자동차 부품 생산국이 된, 멕시코 전체 수출에서 16%를 차지하고 있는 멕시코 자동차 산업의 저력은 사실 저렴한 인건비를 노리고 진출한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만들어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멕시코의 주요 자동차 제조사는 전부 외국계 자본이다.

멕시코 자동차 산업 상위 10개 기업. 10위를 차지한 MG(영국 브랜드를 인수)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은 모두 미국, 일본, 한국 기업이다.(출처 KOTRA)

여기서 중국계 기업으로 라틴아메리카에만 진출한 MG를 제외한 나머지 9개 기업 모두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생산거점을 멕시코에 마련한 기업들이다. MG뿐만 아니라 BYD 역시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마련해서 미국 시장을 모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지만, 현실적인 제약이 커 아직까지는 계획 단계에 머물고 있는 형편이다.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 된다면, 그가 공언한대로 중국 기업들의 미국 진출을 차단하기보다는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많이 의존하고 있는 미국 자동차 기업들에 더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


보호무역주의를 키워드로 한 도널드 트럼프의 자동차 산업 정책은 이미 비판대상이 된 바있다. 2017년 하버드 대학교의 마크 멜리츠 교수는 트럼프가 NAFTA 출범 이후 멕시코를 대상으로 한 수출도 늘어났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93년 이후 미국의 대멕시코 수출은 470% 증가했다. 여기서 미국의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 부품으로, 특히 높은 부가가치를 지닌 품목들이 많다. 반대로 미국에 유입되는 멕시코산 자동차 부품들은 대개 시트와 대시보드 같은 노동집약적인 부품들이다. 멕시코산 자동차에 대한 높은 관세는 멕시코산 자동차 부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여기에 높은 관세로 인한 비용 증가는 멕시코 자동차의 생산량을 크게 줄여, 역설적으로 미국 자동차 부품사들의 거래처가 줄어드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관세 장벽을 없애는 형태의 자유무역 시장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점들이 있겠지만, 어쨌든 그 결과로 인해 형성된 산업 생태계는 미국과 멕시코를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만들었다.[출처: Econofacts, https://econofact.org/driving-home-the-importance-of-nafta]


고립을 지향하는 트럼프


다른 부문 정책에서도 그렇듯, 트럼프의 자동차 산업 정책은 국제 자동차 산업과 미국 자동차 산업 사이를 분리시키려는 경향이 있다. 트럼프는 최근 미시간에서 "내연기관차 금지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이는 지속적으로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경쟁력을 상실해온 미국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시도에서 역행하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배기가스 규제도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 고배기량, 고출력 엔진에서 부족한 남성성을 충족하려는 보수적인 운전자들에게는 희소식이겠지만, 이 역시 미국 시장만을 염두에 둔 정책이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전기차에 대해서도 시장 확대보다는 축소를 공언했다. "전기차의 큰 팬이지만, 세제 혜택은 옳지 않고, 시장 규모는 더욱 더 작아야한다"는 이상한 발언이 이어졌다. 유럽과 중국이 자국 생산 전기차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산업 전환을 더욱 더 독려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트럼프의 자동차 정책은 시대착오적이다. 더 큰 문제는 이 정책에 윤석열 정부가 너무 큰 영감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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