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예의 작업 방식과 태도
가구를 만드는 목공, 즉 서양의 캐비넷 메이킹(Cabinet making)과 우리의 전통 소목(小木)은 정확한 평면과 직각을 기본으로 한다. 일단 평면과 직각을 만들고 그걸 기준으로 삼아 정확한 사각형을 만들고 정밀한 작업을 이어가야 한다. 작업의 모든 단계에서 최대한 오차를 줄여서 결과적으로 사각형의 상자 구조가 딱 맞아들어가도록 정확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가구 작업을 Flat Woodworking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처음 가구를 계획할 때부터 정확한 설계도를 기초로 모든 부분을 정확한 수치로 재단하고, 짜맞춤을 위한 모든 결구를 계획대로 정확하게 만들어나가야 한다. 작업의 단계마다 조금씩 오차가 생기고, 그 오차가 쌓여서 커진다면 불량이 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기계적인 정확도가 요구된다. 그러나 사람은 언제나 실수할 수 있고 늘 일정한 결과를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갈수록 목공 기계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그게 빠르기도 하지만 정확하기도 하니 합리적이기도 하다.
반면에 체어메이킹을 포함한 그린우드워킹은 기계적인 정확도를 요구하지 않는다. 면을 연결하는 캐비넷 메이킹과 달리 선을 연결하는 체어메이킹은 나무의 탄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약간의 오차는 결과적으로 거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체어메이킹 수업에서 15도 각도로 구멍을 뚫으라고 요청했으나 실수로 20도나 25도로 뚫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되는데, 당황하는 수강생에게 ‘괜찮아요!’라고 외칠 때마다 약간의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실수로 인해 당황하고 걱정하는 사람을 안심시키고 해결하는 과정은 일종의 위로처럼 여겨진다. 캐비넷 메이커는 0.1mm의 세계에 살지만 나는 1cm의 세계에 산다고 말하는 것은 농담처럼 하는 말이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의자를 만들 때에 나는 어떤 의자를 만들겠다고 대략 정해두기는 하지만 그 의자의 모든 것을 정확한 숫자로 정해두지 않는다. 대신 의자를 쓰는 사람과 용도를 생각하면서 기준이 되는 의자의 높이나 등받이 각도 등의 중요한 수치만 대략 잡아둔다. 그리고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하나씩 구체적으로 정해지게 된다. 나무마다 다른 결의 흐름이 나무를 깎는 사람의 성격에 따라 형태나 깎은 면의 느낌이 다르다. 실수를 하기도 하고 사람마다 다른 취향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그런 모든 과정이 쌓이면서 결과적으로 만들어진 의자는 나름대로 독특한 차이를 가지게 되는데, 나는 그런 과정과 결과 모두를 즐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모든 의자가 각자 아름답고 튼튼하고 편안하지만 조금씩 다르다. 사람이 깎아서 만든 의자의 파트들은 매번 다르고 차이(오차가 아니라)가 있다. 완벽하게 동일하지 않고 직선도 평면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파트를 연결해서 의자를 만들면 갑자기 훌륭한 의자가 만들어진다. 나는 이런 변화가 마치 마법처럼 기분이 좋고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훨씬 인간적(humane)이라고 느껴진다.
캐비넷 메이킹에서는 작은 오차가 쌓이면서 점점 커지면서 문제가 된다.
체어메이킹에서는 작은 차이가 사라지고 포용되면서 개성을 가지게 된다.
핸드메이드 의자를 만들면서 모든 과정을 완벽하게, 정확하게, 일정하게 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는 없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고 모두 조금씩 다르다. 두께와 모양이 조금씩 다르고 자연스럽게 나무의 결을 따라 휘어진 등받이살(spindle), 사람마다 다른 칼자국, 손으로 깎아서 만드는 의자는 그런 차이가 합쳐져서 각자가 특별한 의자로 만들어진다. 물론 정확한 작업은 좋은 일이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하면 된다. 그러나 의자를 만드는 과정은 평면과 수직의 강력한 지배에서 벗어나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가구 작업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낯설고 받아들이기 힘들 수도 있다. 미국의 유명한 체어메이커 피터 갈버트(Peter Galbert)는 돌아가신 데이브 소이어(Dave Sawyer)에게 ‘이건 의자야. 당신은 지나치게 캐비넷 메이커로군.’ (It’s just a chair. You’re too much of a cabinet maker)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피터 갈버트는 원래 맨하탄의 가구 공방에서 작업을 시작한 사람이었다.
설계를 가능한 정확하게 하고 모든 작업과 단계를 설계대로 정확하게 한 후에 그대로 조립해서 목표한 품질과 수준을 달성하는 방식의 캐비넷 메이킹은 산업화 이후에 정밀한 기계를 이용한 현대의 생산 방식과 잘 맞는다. 목공 기계를 잘 사용하는 방식으로 현대의 목공이 발전한 것은 당연한 결말일 것이다.
영국의 가구 디자이너자 RCA(Royal College of Art)의 교수였던 데이비드 파이(David Pye, 1914-1993)는 공예와 장인정신(Craftsmanship)에 대해서 유명한 이론을 남겼는데, 그에 따르면 현대의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대량생산되는 상품들의 방식은 Workmanship of Cetrainty라고 정의한다. 데이비드 파이가 말하는 Workmanship은 Craftsmanship의 초기 단계로서 미숙련 작업자의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Workmanship이 충분히 숙련되면 Craftsmanship이 될 수 있고 최고 단계로 인정되면 Master Craftsmanship이 된다고 구분한다. 그리고 Workmanship of Certainty에서는 확실성이 기반을 두고 결과물의 품질이 이미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설계에서 정해둔 대로 만들어지지 않으면 그 차이가 좋든 나쁘든 불량으로 처리하게 되고, 오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캐비넷 메이킹의 작업 방식은 Workmanship of Certainty에 상당히 부합하는 동시에 확실함을 담보할 수 있는 숙련된 솜씨와 미적인 안목을 포함한 Craftsmanship을 요구하기도 한다. 그런 2가지 요소를 적절히 잘 활용해야 하는 것이 현대의 목공일 것이다.
그에 반해 전통적인 공예의 작업 방식은 Workmanship of Risk라고 정의한다. 여기서 Risk는 작업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실수, 재료의 특성, 개인의 취향 등의 모든 변수를 포괄하는 용어다. Risk는 위험요소라고 생각되지만 그런 모든 변수를 잘 관리하고 결과적으로 개성있고 아름다운 결과로 이끌어가는 방식이 바로 Workmanship of Risk이며 전통적으로 귀중하고 가치있는 물건으로 여겨온 공예품들이 바로 그렇게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아이폰, 전기자동차처럼 똑같은 상품을 수만개씩 일정하게 만들어내고 그 물건에 큰 가치를 더 부여하는 것은 인류의 오랜 역사에서 산업혁명 이후에 일어난 변화라고 설명한다. 공예로 만들어낸 물건들은 재료의 특성과 작업 과정을 섬세하게 관리한 장인의 솜씨가 고스란히 반영되기 때문에 동일할 수 없으며 그로인해 더욱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나는 어디선가 데이비드 파이가 설명한 개념에 대해 듣고 찾아보면서 내가 추구하는 방식이 이미 공감을 얻어왔으며 많은 사람들이 같은 방식으로 작업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의자를 만들면서 느꼈던 경험과 태도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었고 커티스 뷰캐넌의 데모크라틱 의자에 이어서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아래 내용은 데이비드 파이의 책 ‘The Nature and Art of Workmanship’의 서문을 번역한 내용이다.
Workmanship에서 존중을 담아 부르는 상위버전은 Craftsmanship이다. 누구도 어디서 공예가의 시대가 끝나고 대량생산이 시작되었는지 단언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 오랫동안 신랄하게 유지되온 관습들과 선입견들때문에 일반적으로 만족스런 정의를 내리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Craftsmanship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필수적으로 과거 지향적이며 현대 세계가 의지하고 있는 새로운 기술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있게 된다. 그런 사람들에게 Craftsmanship은 취미와 정원의 헛간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식이고, 예술은 갤러리의 작품들에 대한 것으로 인식한다. 많은 사람들은 Craftsmanship을 문명의 가치있는 구성요소를 만드는 소스로서 바라본다. 또 어떤 사람들은 Craftsmanship이 신비하고 깊은 어떤 정신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
만약 내가 Craftsmanship이란 단어의 의미를 설명해야 한다면 어떤 기술과 도구를 사용하는 작업이며 결과물의 품질 또는 가치가 미리 정해지지 않은채로, 판단력과 손재주, 숙련된 작업자의 세심함으로 평가가 이루어지는 방식의 Workmanship이라고 말할 것이다. 여기서 결과의 품질에 영향을 주는 여러가지 risk들이 제작 과정 도중에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 근본적인 전제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종류의 workmanship을 투박하지만 개념을 잘 서술할 수 있는 표현으로서 Workmanship of Risk라고 한다. 여기에서는 작업자의 습관적이고 무의식적인 세심함이 판단력과 숙련된 손재주보다 더 중요하다.
그에 대조되는 개념으로 Workmanship of Certainty는 대량생산에서 볼 수 있으며 자동화공정에서 가장 순수한 상태를 발견할 수 있다. 여기에서 결과의 품질은 첫번째 시제품이 만들어지기도 전에 미리 정확하게 결정되어 있다. 덜 발전된 형태에서는 각 작업 단계의 결과가 생산과정이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온다.
Workmanship of Certainty는 발전되지 않은 초기 형태로 중세로부터 간혹 쓰여왔고, 내 생각에는 그보다 훨씬 이전 시대부터 있어왔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가 시작된 이후에 인간의 작품들 중에 존경을 받아온 대부분 것들은 Workmanship of Risk의 결과로 만들어져왔는데, 최근의 3~4세대만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