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홍혜성 Nov 01. 2023

[k-pop] M/V 듣는 음악에서 참여하는 음악으로

‘서태지와 아이들‘에서 ‘뉴진스’까지

애플 공식 유튜브

“What’s your ETA, What’s your ETA,”


유튜브 영상을 튼다. 어김없이 중간광고가 나오고, 3, 2, 1 ‘광고 건너뛰기’가 뜨자마자 누른다. 광고를 끝까지 보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요즘은 다르다. 14초, 때론 긴 버전의 광고도 웃음 지으며 보게 된다. 뉴진스와 애플의 협업으로 제작된 아이폰 14프로의 광고! 뉴진스 EP2 《GET UP》의 수록곡 ‘ETA’ M/V 가 7월 21일 공개되었다. 한국과 일본의 애플 공식 홈페이지의 대문을 장식하고,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애플코리아와 재팬 채널에서 공개 일주일 만에 조회수 40만 회와 23만 회를 기록했다. 뉴진스가 애플을 광고하는 건지 애플이 뉴진스를 광고하는 건지 순서는 상관없다. 양 쪽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만은 확실하다.

apple japan 공식 홈페이지

한국 음악시장에서 M/V 프로모션 비중은 여전히 크다. 시작은 3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1980년대, 미국에선 영상매체로 음악을 소개하는 전문프로그램인 MTV가 등장했고, 대중음악 소비 형태를 확장했다. 94년부턴 국내에서도 MTV 프로그램 방영이 시작되었는데 케이블에서 ‘음악 방송 전문 채널’을 표방하는 ‘m.net’으로 흐름을 이어갔다. 이로 유입된 외국 M/V가 대중을 사로잡으며 기존 국내 방송사에서 제작하는 천편일률적 서사와 신파의 M/V는 외면당하는 추세였다. 그리고 그 자리를 한방에 차지한 아티스트가 등장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외부 제작사가 아닌 자체적으로 음악, 안무, 의상, 심지어 M/V까지 직접 제작했는데, 96년 ‘컴백홈’ M/V가 MTV 아시아 뮤직비디오상을 받으며 본격적인 음악 영상 콘텐츠의 변화를 알렸다. 기세를 이어 H.O.T, S.E.S, 핑클 등 1 세대 아이돌은 화려한 연출과 메이크업, 컨셉츄얼한 M/V로 아이돌 산업 구축에 한몫했다. 댄스 장르에서 안무 위주와 아티스트의 얼빡샷(?)이 중심이 된 단순한 M/V가 주류를 이뤘다면 발라드 시장은 서사 중심의 이야깃거리를 제공했다. 톱스타가 출연한 한 편의 영화 같은 ‘드라마타이즈’ M/V가 반향을 일으켰다. 얼굴 없는 가수로 데뷔한 조성모는 IMF 시절에 1억이라는 거금을 투입한 이병헌, 김하늘 출연의 뮤직 드라마 ‘to heaven’의 성공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3집《Let Me Love》의 수록곡 ‘아시나요’ M/V 는 해외 올 로케이션으로 조성모, 신민아, 정준호, 허준호가 출연해 총 1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되었다. 3 집은 출시일에만 40만 장이 팔리는 기록을 세웠다.

조성모 ‘to heaven’ 뮤직비디오

2000년대, 인터넷 보급과 MP3 플레이어가 가져온 음반시장의 축소로 또 한 번 생태계는 변한다. 2005년 유튜브의 등장으로 TV로 방송국이 송출해 주는 M/V만 감상하는 것에서 벗어나고, 소비자가 콘텐츠를 선택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2012년, 하나의 작품이 판도를 흔들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M/V는 해외방송이나 프로모션 없이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를 달성, 싸이는 미국의 제작사와 계약 후 본격 적인 미국 활동을 시작해 빌보드 2위까지 기록했다. 2015년엔 유튜브 최초 10억 뷰 달성, 2023년 7월 현재 47억 뷰를 기록하고 있다. ' 강남스타일'은 M/V가 가져올 수 있는 바이럴의 최대치를 보여줬다. 이 신드롬은 외국 리스너들이 한국 M/ V를 찾아보게 했고, 빅뱅이나 엑소의 M/V 1억 뷰 달성을 견인했다.


2014년, 미국 내 k-pop 청취 경로의 81.5%가 유튜브였다. (<한국 콘텐츠 미국시장 소비자 조사> 한국 콘텐츠진흥원, 2019) 발 빠른 한국 엔터테인먼트는 망망대해 같던 미국 시장의 정박지로 유튜브를 노렸다. 그리고 그 파급력은 미국시장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됐다. 2015년 드디어 미국시장에 깃발을 꽂았다. BTS의 등장이다. 앨범과 앨범을 유기적인 세계관으로 엮어 단편의 M/V의 파급력뿐만 아니라 연속성을 만들며 한 단계 진화했다. 화양연화 시리즈는 공식 트위터에 올린 한 장의 사진과 가상의 ‘Smeraldo’ 꽃에서 시작해 팬들이 직접 떡밥으로 뭉친 블로그를 찾게 하고, 마지막엔 M/V 까지 이어지는 치밀한 전략으로 구성되었다. 조금씩 공개되는 떡밥은 오히려 불친절하기에 소비자의 즐길 거리를 다양하게 만들었다. 주어진 해석이 아닌 능동적으로 참여해 2차 창작을 이끌어내면서 새로운 소비의 지평을 열었다.

bts ‘I need you’ 뮤직비디오

MTV 채널에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영상이 나오기를 기다리던 시대에서 직접 찾아보는 시대를 지나 이젠 참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내가 보탠 M/V의 조회수는 아티스트를 향한 자부심의 상징이고, 챌린지는 좀 더 적극적인 참여이다. 또한 뮤직비디오의 서사를 분석하고 떡밥을 조합해 유튜브에 올려 새로운 창작을 끌어내기도 한다. 1,000만 뷰 달성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시대에 수치에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시선과 형태로 뮤직비디오 프로모션이 탄생하는 것은 고무적이다. 시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도전하는 열정은 또 다른 케이팝 변곡점의 초석이 될지도 모른다. 아무도 ‘강남스타일’과 ‘화양연화 시리즈’ 열풍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k-pop] New Jeans_Ditto MV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