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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성 Nov 05. 2023

[k-pop] New Jeans_Ditto MV

캠코더, 잊고 있던 그 시절의 감정

‘여름 쿨톤'을 의인화한다면 이들이 아닐까 싶다. 뉴. 진. 스.

민희진 걸그룹’으로 기대를 모았던 뉴진스는 성공할 수밖에 없는 곡과 퍼포먼스, 비주얼을 갖추고 등장했다. 신인답지 않은 능숙한 데뷔무대와 무대만큼 화제가 되었던 인터뷰! 긴장한 기색이 모니터를 뚫고 나왔던 엠카운트다운의 데뷔 인터뷰는 보는 이조차 숨죽이며 응원하게 했다. 작고 귀여운 실수들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뉴진스다웠다. 데뷔앨범 EP.1《New Jeans》는 기존의 k-pop 문법과는 다른 자연스럽고 순수한 매력으로 멤버들 본연의 모습을 살려 자꾸만 보고 듣게 했다. 음원 발매 8일 만에 빌보드차트에 진입하고, 초동 앨범 발매량 44만 장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흥행에 대중은 입을 모아 말했다. ‘이런 음악을 기다렸다’고.


'어느새 여름 지나 가을, 기다렸지 all the time'


여름이 가고 코끝이 시려올 때쯤 뉴진스가 돌아왔다. ‘겨울 쿨톤’ <ditto>를 가지고.

<ditto>는 볼티모어 클럽 댄스 장르로 ‘choir pad’ 사운드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묵직한 저음과 투박한 멜로디, ‘올드 스쿨 드럼 브레이크’가 매력적인 곡이다. ‘이지 리스닝’을 추구하는 뉴진스답게 최소의 세션만 레이어해 멤버들의 목소리를 돋보이게 했다. 곡을 들었을 때 느껴지는 애틋함과 몽환적인 분위기는 뮤직비디오를 통해 더욱 극대화되는데 광고계의 아이돌 신우석 감독의 돌고래유괴단에서 맡아 side A와 side B, 두 편으로 제작되었다.

side A


오래된 상자 속먼지 쌓인 비디오테이프. 그 속엔 그 시절의 나, 우리가 있다. 춘추복이 풍기는 약간은 쌀쌀하고 포근한 촉감과 빛바랜 화면, 그 속엔 나를 보고 웃어주는 멤버들이 있다. ‘희수’는 그런 멤버들을 캠코더에 담는다. 우산이 있더라도 함께 비를 맞고, 희수의 깁스에 낙서도 하고, 때론 캠코더 렌즈 너머로 말을 걸어오기도 한다. 함께하는 시간은 행복하다. 그러나 잠에서 깬 희수 옆엔 아무도 없고 반친구들은 혼자 캠코더를 들고 있는 희수를 이상하게 바라본다. 이때부터 장르가 청춘물에서 호러로 바뀌나 싶었다. 이와이 슌지의 《릴리슈슈의 모든 것》이나 《여고괴담》 시리즈가 떠올랐다. 빗속을 홀로 걸어가는 희수와 그 뒤로 희수를 부르는 멤버 혜인의 목소리. 그렇게 sideA가 끝이 난다. 이게 뭐지? 단편영화의 반만 본 느낌. 재빨리 sideB로 넘겨본다.

ditto M/V

side B


오래된 비디오테이프에서 멤버들은 지워져 가고 희 수의 캠코더는 더 이상 그들을 향하지 않는다. 그래도 멤버들은 같은자리에서 춤을 추고 변함없이 희수를 바라보며 웃어준다. 그러나 희수는 캠코더를 던져버리고 민지에게 오는 연락을 피한다. 모든 게 혼란스러운 희 수. 그런 희수 앞에 나타난 사슴은 눈동자로 ‘모두 괜찮다’ 고 말하는 듯 눈을 맞추곤 떠난다. 어른이 된 희수. 먼지 쌓인 비디오테이프 속 멤버들은 여전히 환하게 웃고 있다. 그리고 기다렸다는 듯 방문을 열고 들어와 희수를 그 시절로 데려간다.

ditto M/V

캠코더


<ditto> M/V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사랑받았다. 특히 캠코더를 활용한 '레트로 퓨처리즘'은 30, 40대에게 강렬한 노스탤지어를 경험하게 했다. M/V가 공개되고 디지털 캠코더의 중고가가 오르고, Y2K라는 말보다 ‘디토 감성’이라는 말이 쓰일 정도다. 요즘 세대들은 ‘저 커다란 게 카메라?’라고 하겠지만 80, 90년대생에겐 그야말로 1인 영상 제작 시대를 여는 신문물이었다.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찍고 싶은 것, 내가 사랑하는 것을 기록하는 것. 지금으로 따지면 일종의 브이로그인 셈이다. 맥락상 캠코더는 희수와 뉴진스의 매개체다. 10대 시절을 책임지던 스타는 캠코더로 소환된다. 시간여행은 미래의 장치에서 가능한 것이 아니라, 때론 과거의 물건으로 이뤄진다. 세대를 불문하고 마음속에 하나씩은 품고있 던 길티 플레저 플레이리스트가 무심코 귓가에 꽂힐 때, 우리를 저항 없이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하는 것처럼.


캠코더는 증명의 도구다. ‘그때 내가 거기 있었고, 너도 곁에 있었고, 우린 함께했었다’는 기록이다. 그 시절엔 스타를 보며 나의 상처를 치유하는 날도 있었고, 나의 응원이 스타의 화살을 막아주는 우산이 길바라기도 했다. 지금은 서로 멀어졌지만, 그 시절은 어디까지 않는다.

우리도 그땐 반희수였다. 데뷔 1년도 되지 않은 뉴진스가 이런 메시지의 뮤직비디오를 냈다는 건 의외였다. ‘어른이 된 후 우릴 떠나도 괜찮아요’라 말하는 것 같지만 뮤직비디오를 다시 보면 ‘언젠가 그날이 올 테니 지금 서로의 시간을 아름답게 채워봐요’처럼 느껴진다. 뉴진스 민지는 ‘뮤직비디오 리액션 영상’에서 이런 말을 했다. “약간마음이 이상해, 지금 봐도 이렇게 울컥하는데, 나중에 다시 보면 어떤 느낌일까? 진짜 우리가 다 어른이 되고 나서 보면?”

ditto M/V


궁금해진다. 그때의 우린 <ditto>를 보며 어떤 ‘나’를 떠올리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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