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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성 Feb 07. 2024

[책] 『불편한 편의점』 김호연

“어김없이 여덟 시면 똑같은 복장과 똑같이 엉거주춤한 걸음걸이로 그가 출근했다. ”


청파동 골목길에 위치한 편의점 ‘ALWAYS’는 편의점의 ‘편리’와 는 거리가 멀다. 빈약한 신선식품, 폐기를 남기지 않기 위해 적게 들여오는 도시락, 게다가 사장이 서울역에서 야간 알바로 스카우트해 온 노숙자 독고 씨까지. 소설은 ‘불편한 편의점’을 배경으로 독고와 7명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편의점 사장 염영숙 여사, 알바를 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시현, 속 태우는 아들이 있는 오전 알바 선숙, 퇴근 후 ‘참참참’(참깨라면, 참치김밥, 참이슬)으로 편의점에서 혼술 하는 세일즈맨, 마지막 희곡을 쓰기 위해 청파동에 온 작가 인경, 편의점을 팔게 하려는 사장의 아들 민식, 민식의 사주를 받고 독고를 미행하는 곽. 그들은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굼뜬 노숙자 출신 독고가 내뿜는 ‘편의’로 자기 삶 주변의 공기까지 송두리째 바꿔놓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겨울, 야외 벤치에서 혼술하는 손님 곁에 슬쩍 난로를, 어르신을 위한 1+1 조합 추천과 배달서비스를. 독고는 머물 다 가는 손님, 직원들에게 마음을 다하고 그들의 편의를 위해 자신의 불편을 감수한다. 타인과 교감한 시간을 통해 잊고 있던 기억을 하나씩 찾아가는 독고씨. 그가 건 넨 마음은 타인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치유했다.

21년 봄 출간된 책은 23년 현재까지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3년은 코로나와 싸우며 만남의 단절이 미덕이자 생존인 시간이었다. 이 책이 오래 사랑받는 건 각자 힘든 시기를 지나는 길목에서 머무른 ‘불편한 편의점’에서 위로와 온정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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