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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혜성 Nov 07. 2023

[책] 『여성들, 바우하우스로부터』

축소되고 가려진 또 하나의 이야기

 1919년에 문을 열어 1933년 나치에 의해 폐교된 바우하우스는 고작 14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운영되었지만, 건축부터 타이포그래피, 산업디자인, 순수 미술, 공예, 텍스타일등 각 분야가 공학 기술과의 통합으로 예술의 진보적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학문의 진보와는 다르게 바우하우스의 젠더문제는 제자리걸음이었다. 진보적 교육기관이라는 명성에 뒤떨어지게 개교 첫 학기 여성의 입학금을 남성보다 높게 책정하고 건축, 목공 등의 분야에서 여성 교육을 반대했다. 심지어 여성의 입학 수가 올라가자 ‘예외적 재능’을 가진 여성만 입학시켜야 한다며 여학생을 정원의 1/3로 제한하는 등 겉으론 지성의 최전선을 표방하면서 속으론 가부장적인 젠더관념을 요구하는 모순적 제도는 폐교되기 전까지 유지됐다.


 『여성들, 바우하우스로부터』는 2019년,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아 축소되고 가려진 여성 7명을 소개한다. ‘바실리 의자’ 직물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군타 슈퇼츨’, 모듈 어린이 가구를 디자인한 ‘알마 지드 호프 부셔’ 외 공예, 미술, 사진, 텍스타일 등 분야의 여성활약상을 조명한다.

 이들의 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 주변의 가구, 건축, 디자인으로부터 그들의 손길을, 평범한 남성들과 함께 보편적 교육을 받기 위해선 ‘특출’ 나야 했던 그녀들의 고군분투를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묘미는 여성의 가치 회복에만 중점을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 명 한 명 예술가의 능력을 나름 객관적으로 회고하면서 평등을 외치던 시대에 그렇지 못한 사회적 인식에도 예술엔 절대적 남성성도 절대적 여성성도 존재하지 않음을 다시금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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