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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음악산책

절대반지가 다시 깨어난다

반지의 제왕 OST - The Bridge of Khazad Dum 듣다가

by 고요한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재개봉 됐다.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인 ‘왕의 귀환’이 마무리 된 2003년 이후로 14년 만이다. 게다가 팬들이 바래왔던 확장판 재개봉이라는 큰 선물까지 주어졌다. 얼치기 판타지 장르 팬으로 감회가 새롭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보이후드>를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가 발매될 때마다 등장인물로 코스프레한 채 서점 앞에서 부모나 친구와 함께 자정이 되기만 기다리는 꼬마들의 모습이 나온다. <반지의 제왕>은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개봉했는데 그 무렵에는 팬 문화가 지금처럼 정착되지 않았을 뿐더러, 나 역시 극장을 자주 찾지 않아서 축제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호빗: 뜻밖의 여정>이 개봉했을 때는 아침 7시에 IMAX로 영화를 보겠다고 지인들과 왕십리 원정대를 꾸리기도 했으니 아쉬운 일이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재개봉 첫날인 오늘 <반지원정대>를 봤다. 처음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봤을 때는 가장 재미없는 게 반지원정대였는데 여러 차례 정주행을 하고나니 지금은 오히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 된 것 같다. 스펙타클한 대규모 전쟁씬을 위해 드라마를 끌고나가는 2,3부보다 상상으로만 그려왔던 환상의 세계에서 여행을 시작하는 두근거림이 ‘판타지‘라는 장르에 더 충실하게 녹아든 느낌이기 때문이다.

2,3부에 비해 다채로운 장르를 접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원정대가 결성되기 전에 리븐델로 향하는 프로도를 나즈굴이 추격하는 씬은 여러 번 본 장면인데도 스크린으로 접하니 스릴과 공포감이 대단했다. 모리아 갱도 입구에서 크라켄의 등장은 괴수물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아르웬과 나즈굴, 간달프와 발록의 대결장면은 이후로 도드라지지 않아서 아쉬운(원작에도 별 거 없지만...) 화려한 마법의 세계를 화끈하게 구현하며 환타지 장르만의 쾌감을 선사한다.

이외에도 절대반지를 둘러싼 원정대의 갈등, 프로도와 간달프의 대화에서 나타나는 주제의식처럼 할 이야기는 넘치지만 밤은 깊고 내일 할 일도 많다. 『반지전쟁』으로 처음 중간계를 접했던 초딩 시절에는 밤새는 게 일도 아니었는데...어쨌든 CGV에서는 편당 1주일씩만 상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즉 이번 주말이 지나면 1부는 보고 싶어도 못 보니 판타지 팬이라면 억지로 시간을 내서라도 꼭 광활한 스크린으로 중간계 여행을 떠나보기 바란다.




<반지의 제왕 – 반지원정대> OST이다. 하워드 쇼어(Howard Shore)가 담당했다. 하워드 쇼어는 데이빗 크로넨버그와 무려 15편의 작품을 같이했는데, 크로넨버그의 영화처럼 기괴하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가견이 있다. 웅장한 음악이 전반에 깔린 <반지 시리즈>에서도 나즈굴이나 오크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그의 장기가 발휘된다. ‘The Bridge of Khazad Dum’은 모리아에서 반지원정대가 고블린과 발록을 피해 도망칠 때 나온 곡이다. 크하잣 둠(Khazad Dum)은 모리아의 본래 이름이다.


음악듣기: https://youtu.be/NUIZvAe3RBg

반지의 제왕 OST - The Bridge of Khazad D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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