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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한 Dec 28. 2017

내맘대로 2017년 최고의 해외영화 TOP 10

<문라이트>에서 <덩케르크>까지

작년에 이어 올해도 별 5개 영화는 없었다. 그나마 별5개는 <고령가소년살인사건>이었는데 이건 사실 재개봉이나 다름없으니 빼고. 크게 나누면 1~5위, 6~10위가 될 것이고, 대체적으로는 4.5~4.0 사이를 미묘하게 왔다갔다 한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예전에는 작품의 완성도쪽에 가중치를 뒀는데, 올해부터는 쭈욱 내가 어떤 상황에서 봤느냐가 더 높다는 것. 


공동 9위 - 문라이트 (베리 젠킨스), 겟아웃 (조던 필레)


난폭하게 말하자면 '흑인이 다 했다'고 평가할 수도 있는 두 작품. 그럼에도 간과할 수 없는 작품인 이유는 그 동안의 시도들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어떤 임계점이 있어서 아닐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하기 때문.     


8위 - 언노운걸 (다르덴 형제)


세월호가 생각나면 이상한가. 다음은 후지이 다케시의 칼럼 <명복을 빌지마라>의 일부분.


"세월호 유가족, 특히 부모의 이야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이 이 ‘가해자로서의 승인’이다. 유가족들이 계속 싸울 수 있는 것은, 그들이 ‘피해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가 가해자임을 깨닫고 자신을 가해자로 만든 위치에서 벗어나기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피해자 집단’을 이루고 있는 것은 ‘이제 지겹다’고 투덜대는 이들이다. 자신의 위치를 깨닫지 않기 위해 집단 속으로 몸을 숨기며 잊히기만을 기다린다. 4월16일이 되면 대통령을 비롯해 많은 이들이 희생자의 명복을 빌겠지만, 이 명복을 빈다는 행위는 희생자들을 저승으로 내보내 자신들의 가해 사실을 떨쳐버리려는 몸짓이 아닌가?"     


7위 - 잃어버린 도시 Z (제임스 그레이)


영화가 끝나면 남는 한 마디. 두려움이 미래를 결정하게 만들지마요. 불확실한 정체성을 확실함으로 바꾸기 위해 불가사의를 찾아 떠나는 탐험가의 가슴을 더 많이 채운 것은 희망이었을까 두려움이었을까. 불확실한 시대에 더욱 유효해지는 미지로의 여정.     


6위 - 세일즈맨 (아쉬가르 파르하디)


아쉬가르 파르하디의 사고실험은 멈추지 않는다. 가슴과 머리의 불협화음을 위해 일상적인 복선들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치밀한 설계에 이번에도 두손두발 들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를 가장 쉽게 지워버리고 도덕적 판단의 고통을 선사하는 지적인 고문자.     


5위 - 컨택트 (드니 빌뇌브)


인간이 감당할 수 있는 비극은 어디까지일까. 가장 추상적일 수 밖에 없는 위대한 의지를 가장 과학적인 상상력을 통해 스크린에 구현하다. 외계인에게도 전달될 따스함을 품은 SF.     


4위 - 로건 (제임스 맨골드)


마블과 디씨에 빚지지 않은 폭스만의 제3의 길. '없는 존재'가 '있는 존재'로 인정 받기 위한 투쟁은 젠더이슈가 화두인 지금도 뜨거운 현재진행형. 다만 김혜리 기자의 지적대로 폭력에서의 자유를 위해 그보다 더 잔인한 폭력을 사용해야만 했는지는 여전히 의문.     


3위 - 맨체스터 바이 더 씨 (켄 로네건)


호의를 보내는 게 권리인줄 아는 세상. 상처 입은 영혼을 구원하게야 말겠다는 오만함에 맞서는 고독한 투쟁기. 귀찮게하지말고 나를 좀 내버려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상황에 보기에 이만한 영화가 없다.     


2위 - 블레이드 러너 2049 (드니 빌뇌브)


안드로이드를 다룬 영화의 최후의 도달점. 1편이 열어젖힌 위대하지만 불운한 여정이 이제야 목적지에 도달했다. 정교하게 실현된 삭막한 2049년의 풍경보다 훨씬 피부로 와닿는 안드로이드의 막강한 존재감.     


1위 - 덩케르크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감상을 위해 극장을 찾는 이유. 육해공에서 따로 진행되던 세 가지 시점이 합쳐지는 순간의 카타르시스는 어떤 매체에서도 재현이 불가능하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와 인터스텔라로 연이어 실망시켰던 놀란에 대한 기대감을 다시 한번 품게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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