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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Dec 13. 2022

019. 오직 너의 2분을 위한 2시간

감기와 싸우는 너와 나와 그들의 시간



아이들에게 감기는 시즌이 없는 듯하다. 봄에는 봄대로 건조해서, 여름에는 여름대로 에어컨 때문에, 가을에는 가을대로 날이 오락가락해서, 겨울에는 겨울대로 찬바람이 불어서. 365일 내내 감기와의 사투다. 처음에는 콧물 비추자마자 병원으로 뛰어갔었는데 이제는 이렇게 약을 먹이는 게 맞는 건가 싶어 콧물 약간이야 혼자 나아봐라 하고 버틸 때도 있다. 그래 봤자 하루 이틀이지만. 


그래서 소아과는 늘 북새통이다. 이비인후과는 말할 것도 없다. 아이를 데리고 가는 시간부터 눈치 전쟁이다. 어떤 시간에 가면 조금이라도 덜 대기할까. 그럴 수밖에. 진료 좀 잘 본다 싶으면 대기가 기본 1시간이 훌쩍 넘으니 말이다. 혼자 병원에서 대기하는 것도 지루한데 아이까지 데리고 진료 대기하기란 정말... 처음에는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말리다가 지루해 아이들을 달래다가 함께 체력과 인내심이 고갈되어 갈 즈음 이름이 호명된다. 그래도 지금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 4살이 된 (만 나이로 하자) 아이들과 종알 종알 대화도 되고 나름의 가위 바위 보 같은 게임도 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갓난아이 시절 유모차에 태우고 아기띠로 업고 마냥 얼르던 시절에 비하면 뭐 양반이다. 


그래도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갈 때는 여전히 비장한 각오가 필요하다. 일단 병원에 전화를 한다. 

"안녕하세요. 지금 대기 인원 몇 명이죠?"

"네, 1번 진료실에 20명, 2번 진료실에 18명, 3번 진료실에..."

진료 대기 시간이 기니 진료 시간이 더욱 짧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목구멍, 귓구멍, 콧구멍 체크하고 숨소리 체크한 후 처방전 내리면 끝. 아이가 울면 거기서 1-2분 더 연장. 남의 아이 진료 시간은 마냥 긴데 내 아이 진료 시간이 어찌나 초스피드인지...!


짧은 진료를 마치고 나오면 두 가지 마음이 공존한다. 하나는 입원할 정도로 아프지 않아서 다행이다. 또 하나는 의사 선생님들도 대단하다. 한 아이에게는 2, 3분이지만 의사 입장에서는 그 2, 3분이 대체 몇 번이나 반복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하루 수십 명의 우는 아이들을 웃는 얼굴로 진료하는 것도 대단한 인내심이다. 오늘은 병원을 나서면서 한 가지 더 떠오른 생각이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더니, 감기 걸린 한 아이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을 아낌없이 투자하는구나. 이 시간들이 약이 되어서 빨리 건강하게 뛰려무나. 콧물 없이. 코막힘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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