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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Dec 02. 2022

엄마는 몇 살이야_ 017. 우산

슈룹, 너만 젖지 않는다면



요즘 드라마 슈룹에 한창 빠져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고 연출도 멋지다. 궁중 내에서 벌어지는 권력 싸움이 주된 내용이지만 여타 사극과는 결이 다르다. 엄마들의 전쟁이다. 왕의 엄마인 대비 vs 세자의 엄마인 중전.

그리고 그 사이에 있는 왕자들의 질투와 경쟁. 사극에서 중전이 욕하고 '엄마'라고 본인을 지칭하는 드라마는 처음이다. 신선하고 또 재미있다. 


슈룹은 우산, 우비라는 뜻의 옛말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초반에 비 오는 장면도 많았고 우산을 씌워주는 장면도 많았다. '엄마니까 우산처럼 널 지켜줄게'라는 드라마의 주제를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참 공감이 많이 갔다. 우산이라서. 우산이니까. 


어른들은 알고 있다. 비를 맞으면 축축하고 춥고 감기에 걸린다는 것을. 그래서 내 아이는 어떻게든 비를 맞게 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비 오는 날 아이를 차에 태울 때, 차에서 내릴 때. 놀이터에서 놀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질 때. 엄마들은 자기 머리 젖는 생각보다 '이 아이를 어떻게 해야 비를 안 맞히고 목적지에 무사히 내려놓을까'를 생각한다. 그 맥락으로 장마 기간은 어린아이들을 가진 엄마들이 사투를 벌이는 시기이다. 비는 주룩주룩 오고 아이는 장화 신었다고 물 튀기며 까부는데 엄마는 어떻게든 우산 두 개를 들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연결되어 있지 않다. 그래도 지금은 첫째가 스스로 차에 오르고 내릴 수 있어서 좀 수월해졌지만, 작년까지만 해도 비 오는 날 애 둘을 등원시키려 차를 태우는 건 엄청난 미션이었다. 한 녀석을 태우는 동안 한 녀석이 우산을 잘 붙들고 기다려주면 그날은 성공인 거다. 바람이 불어 우산이 날아가기라도 하면 망하는 거고. 등원의 승패와 관계없이 엎치락뒤치락 등원시키고 돌아온 후에 나는 적당히 젖은 몰골인 거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만 뽀송하다면 만족스럽다. 신기할 정도로.


나는 쫄딱 젖어도 내 새끼 어깻죽지 축축해지는 건 못 보겠다. 나는 슬리퍼를 신어도 너는 장화를 신겨야겠다. 네가 웅덩이 물텀벙이 즐겁다면 우산 들고 쫓아가 주겠다. 엄마 마음이 이런 거라는 걸 알게 된 후에는 비 오는 날이 다르게 느껴진다. 무한한 책임감이 뿜뿜 솟아나는 날. 비장하게 우산을 무기로 들고나가는 날. 


제목부터 우산이라니. 다시 한번 말하지만 슈룹은 정말 엄마들의 심리를 잘 파악한 드라마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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