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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Jan 16. 2023

024. 엄마냄새

나이가 든 너의 기억에 내 냄새는 어떠할까?




딸아이가 품에 안겨 강아지처럼 코를 비비적대더니 한마디 한다.

"음, 엄마 냄새."

내가 내 몸을 킁킁대보지만 알 수 없는 냄새다. 


어릴 적 내 엄마는 한 가지 향수만 쓰셨다. 엄마가 지나가는 동선에는 늘 그 향이 따라다녔다. 향수를 뿌리지 않는 날에도 그것과 희미하게 비슷한 향이 엄마 주위를 맴돌았다. 신기한 건 같은 향수를 쓰는 사람에게는 엄마 같은 냄새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같은 향수를 써도 엄마 냄새는 다르다. 향수의 향인 줄 알았던 그것이 사실 엄마 냄새였다. 내가 기억하는 엄마 냄새는 수 십 년 간 똑같은 향으로 머릿속을 흘러 다닌다. 


나이 든 엄마를 보면 나는 아직도 그 냄새를 떠올리고 어디선가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엄마를 떠올린다. 사람의 오감 중에 후각이 가장 둔감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강하게 머릿속에 박히는 걸 보면 밖에서 몸 안으로 들어와 느끼는 것과 이미 몸 안에 들어와 있는 것들이 사그라드는 것은 별개인 듯하다. 


문득 궁금해졌다. 내 아이들은 수 십 년 후 나를 어떤 냄새로 기억하게 될까? 아이들의 머릿속을 돌아다닐 테고 비슷한 향이 날 때 나를, 자기 엄마를 떠올리게 될 그 향이 궁금했다. 살갗의 체취와 향수의 향기와 화장품의 흔적들이 뒤범벅된 그 냄새에 자신들만이 느끼는 어떤 양념 같은 느낌들이 버무려져 엄마 냄새를 머릿속에 꾹꾹 저장하고 있을 텐데. 


바라기는 그 냄새가 아이들에게 행복한 냄새이길 바란다. 편안하고 웃음이 나는 냄새이길 바란다. 빵을 굽는 빵집 앞을 지나면 자연스레 고개가 돌아가고 발걸음이 멈춰지는 것처럼 아이들의 10년, 20년, 30년 후에도 엄마 냄새를 기억하고 맡게 될 때 추억을 떠올리며 웃고, 또 힘을 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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