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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Jan 31. 2023

029. 너의 살냄새

보들보들한 너의 뺨에 부비부비하고 싶다



유튜브 채널을 돌려 보다가 그알 PD의 말을 본 적이 있다. 유가족의 댁에 인터뷰를 갖는데 그때 사건을 이야기해 주시면서 툭, 내뱉는 말이

"내 새끼 냄새 맡고 싶다."

그리고 그 말을 그 PD는 엉엉 울었다고 했다. 

어떤 느낌인지, 어떤 기분인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내 새끼 냄새, 내 새끼 냄새, 내 새끼 냄새. 살아있어도 그리운 그 냄새가 얼마나 사무쳤을지 건너 건너 듣는 와중에도 마음이 찢어졌다. 


아이들은 부모품에 폭 안긴다. 그때 아이들도 편안함을 느끼지만 부모 역시 안정감을 느낀다. 아니, 행복감이 더 정확하겠다. 어떤 금은보화로도 채울 수 없는 행복감이 벅차오른다. 빛의 속도보다도 빠르게 차오르는 그 희열은 마치 마약과도 같아서 계속 아이를 끌어안게 만든다. 말랑말랑하고 보들보들하고 연약한 그 팔다리가 나를 꽉 잡을 때, 나를 꽉 안으며 사랑한다고 어눌하게 말할 때. 그때의 희열을 대체 어느 작가가 표현할 수 있을지 궁금할 따름이다. 


하루를 일하며 보내는 동안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꽤나 길다. 피곤하고 힘이 부칠 때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상상들이 있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여행이나 사랑하는 사람, 좋아하는 음식, 상사의 욕 등이었다. 지금은 아이의 살느낌, 살냄새가 떠오른다. 아, 일하는 시간이 지나면 곧 널 만날 수 있겠구나. 유치원 현관으로 뛰어오는 너의 말랑한 뺨을 감싸줘야지. 재잘재잘 말하는 너의 말을 지겨워햐 지 말아야지. 작고 비둘기 발가락 같은 너의 손을 꼭 잡아줘야지. 그런 생각들을 하고 나면 신기하게 기운이 난다. 그래서 다시 일할 수 있게 된다. 


옛 표현에 고사리 같은 손이라는 말이 있다. 30년 넘게 그냥 그런 표현이었던 그 말은 이제 나에게 현실이 되었다. 고사리 같은 손. 가늘고 휘어지고 조심스러운 그 손가락들. 잡을 때도 조심스럽고 안쓰럽고 몇 년을 잡아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이 되는 그 손을 우리 조상들은 고사리에 빗대었다.

오늘도 그 고사리 손을 가진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엄마, 손잡아줘, 엄마 사랑해, 엄마 손 시려."

아이의 그 말이 듣고 싶어서 오늘의 싸늘한 날씨에 고마워했다. 가느다란 그 체온을 오늘도 느낄 수 있어서 그저 고맙다. 그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엄마인 것도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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