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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Dec 19. 2023

041. 사회화, 쉽게 말하면 친구랑 놀았어요



첫째 딸내미가 7살을 앞두고 있다. 만 4세를 기점으로 엄마품을 떠나는 시간이 조금씩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친구가 생겼고 친구와 함께 놀고, 싸우고 화해하고 울고 토라지고 상처받고 회복한다. 


오늘 오랜만에 딸내미 친구집에 7명의 아이들이 모였다. 그 집 엄마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의 말을 전한다. 유치원 안에서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엄마는 볼 수 없으니, 이렇게 친구집에서 노는 자리가 마련되면 엄마 입장에서는 레이더를 켜게 된다. 눈과 입은 다른 엄마들을 향해 있지만 정신은 온통 아이에게 가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아이가 노는 모양새가 일 년 전, 6개월 전, 불과 한 달 전과 또 다르다는 걸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일방적 고집은 적당한 타협으로. 생각 차이에 대한 반응은 좀 더 상처받지 않는 방향으로. 요구하고자 하는 건 더욱 분명하게. 


어찌 보면 작은 성장이고 어른들 눈으로 보기에는 한없이 철없을 수 있지만 알 수 있었다. 아이가 성장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말이다. 그건 아이들 사이의 대화를 통해 더 명확해졌다. 

7명의 아이 중 두 아이가 다퉜다. 단순한 문제였다. 엄마들은 개입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았다. 결국 두 아이는 원만하게 자기네들 스스로 원만하게 합의하고 화해를 했다. 모두 엄마들이 성급하게 끼어들지 않고 기다려준 덕분이었다. 


어른의 역할은 기다려주고 이끌어주고 안아주는 것이라고 배웠다. 내가 언제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는 위치에 왔는지 사실 좀 갑갑하다. 아이가 조금 실수할 거 같으면 가서 고쳐주고 싶고 친구와 좀 더 사이좋게 놀라며 잔소리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나의 마음보다 아이 스스로 느끼고 해결해야 할 시기인 걸 우선시해야 하기에 꾹 참는다. 


요즘 아이들이 학원 가느라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 없다고 한다. 유치원 아이들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다. 또래들과 부대끼는 시간이 훨씬 더 많아야 할 텐데 하는 안타까움이 크다. 한글과 수, 영어 이전에 사회화와 정서적 안정과 인정들을 다듬어야 할 텐데 하는 걱정과 함께. 


"오늘 뭐 했니?"라는 질문에 "재미있게 놀았어요"라는 대답이 돌아온다면 그걸로 안심하고 그 재미있게 가 무엇이었는지에 더 관심을 가져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아이가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예쁘게 가꿔나가도록 도와주는 엄마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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