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개새끼'니까 널 만나지

서문 3

by 이승민

내 사정을 아는 지인들은 때린놈(전남친)을 개새끼라 욕하지만, 나는 개들을 마음속으로도 미워하지 않고 감싸주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나도 미운 감정이 올라와서 힘들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내가 원하는 것은 그들을 미워하는 게 아니었다. 왜냐하면 난 로맨티스트이니까. 사랑에 죽고 산다. 이 죽일 놈의 사랑... 하다가 정말 ‘죽일 놈’이 생겼다. 그것도 여러명.


하나님은 원수도 사랑하라고 하셨는데, 하물며 사랑‘했던’ 아니 사랑했다고 ‘믿었던’ 아니 ‘사랑’하려고 노력했었던 놈을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내 궁극적 목표는 관계를 유지해서 사랑 실현하고자 했다. 그놈들의 개새끼 짓과 그에 대한 내 실망으로 사랑이 식으면 노력해서라도 그 감정을 채우려 했었다. 그래야 ‘사랑’을 위한 최소한의 보루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으니.


연애, 그 거래의 법칙


그동안 나는 요새 사람들이 입으로 ‘사랑’이라 부르고 실제로 ‘거래’를 하는 연애를 주로 했다. 사랑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거래를 한 것이다. 이해(利害) 득실을 따지는 교환관계에서 철저히 조건을 따졌다. 사람들은 값비싼 물건을 싼 가격에 사면 기분이 좋다고 한다. 이득을 봤기 때문이다. 본인보다 좋은 조건을 가진 사람과의 연애는 만족스럽다. 심지어 한참 나이 어린 여자랑 결혼하면 도둑놈이라고 하지 않는가. 싸게 산 정도가 아니라 훔친 수준으로 이득을 봤단 의미이다.

나의 연애도 다르지 않았다. 나보다 ‘조건’ 좋은 남자를 만나면 성공한 듯 의기양양했다. 내가 이득을 봤으니 처지는 조건의 여자, 나랑 만나는 남자는 ‘손해’를 봤겠지. 세상에 손해 보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도 마찬가지다. 만약 그도 이득을 보려고 나를 만났다면?


즉, 그의 견犬성 때문에 조건이 처지는 나를 만난 것이다. 난 싼 게 비지떡인지도 모르고 덜컥 움켜쥔다. 싸게 잘 사려다, 이익을 많이 보려다, ‘개새끼’들을 만나게 된다. 사귀고 보면은 좋아 보였던 조건들은 견犬에 비하면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었다. 처맞고 사는데 의사면 뭐 하나? 연애를 거래로 하니 늘 상처로 끝이 났다.


이득을 취하는 거래가 아니고 진짜 사랑이었다면 어땠을까?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에서 염미정과 구 씨가 하는 ‘추앙’이 바로 그런 것이었을까? 미정이는 알코올 중독자 구 씨의 술 마시는 삶을 그 자체로 응원한다. 그것이 추앙이라며. 추앙이 ‘진짜’ 사랑의 다른 이름일까?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사랑은 사전적 의미로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헐.. 십 수년을 찾아 헤맨 사랑의 의미가 이렇게 클릭 한방으로 알 수 있는 것이었다니. 허탈했지만 이제 확실한 정의를 알았다. 사랑은 ‘마음’이다. 욕정의 사랑 에로스니 플라토닉 러브 아가페니 하는 그리스식 사랑의 정의보다 ‘마음’에 방점이 찍히는 국어사전 정의가 더 마음에 와닿는다.


사랑이 ‘마음’이라면, 아끼는 마음을 품는 게 다는 아닐 것이다. 여기 바다의 짠 내음과 푸른빛 수평선을 사랑하는 이가 있다. 그럼 그 사람은 필시 어부가 되었거나 적어도 바닷가에 살고 있을 확률이 놓다. 보고 싶으니까. 이렇게 사랑은 마음만이 다가 아니다. 필시 그에 향응한 행동이 뒷 따른다. 명사보다 ‘동사’로서.


그렇다면 개새끼들을 향한 난 어찌 사랑이란 ‘마음’을 품게 되었고 그것은 어떻게 다시 동사가 되었나.




-4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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