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신한카드가 미리 정해둔 남녀성비 '7:3'에 맞춰 1차 서류전형 합격자를 선발하면서 남성 지원자의 점수만 임의로 올려 여성 지원자 92명이 부당하게 탈락했다고 봤다. 실제로 서류전형 합격자 381명 중 68%가 남성이었다. A 부사장은 당시 인사팀장으로 채용에 관여했다. 신한카드와 A 부사장은 이날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 변호인은 "당시 성비 불균형이 극심해 남성을 더 채용할 필요가 있어 미리 정한 비율에 따라 1차 서류전형에서만 남녀를 달리 대우했다"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남녀고용평등법에 금지된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머니투데이, 2023년 5월 8일 기사).
아내를 지칭하는 말로 집사람이라는 단어가 있다.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 머물면서 집안일을 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비슷하게 영어로 house wife 있지만, 이는 가정주부를 뜻하지 아내라는 기혼여성집단, 그 전체를 상징하지 않는다. 오랫동안 가부장적 유교 영향을 받아온 한국문화는 성별에 따라 역할을 구별해 왔다. 집 바깥일을 하는 남자. 집 안일을 하는 여자. 호칭도 이에 맞게 바깥양반, 집사람 혹은 안사람으로 불러왔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 다른 역할을 맡는 것은 단순히 일의 구별이 아니다. 하는 일의 성격에 의해, 즉 일의 구별에는 차별이 따라왔다. 먹고살 돈을 벌어오는 바깥일이 더 중하지, 집에서 하는 양육이나 돌봄, 가사노동은 꼭 중대하고 필수적인 노동은 아니라고 여겨져 왔다. (어떤) 남편들이 전업주부를 소개할 때 주로 하는 말이 있다. "그냥 집에 있지 뭐", "집에서 놀아". 아내들을 질책하며 이런 말을 하는 남성들도 있다. “네가 하는 일이 뭐 있다고”. 여자가 하는 가사노동, 재생산, 돌봄 노동은 (중요한) 일이 아니다. 집안일을 무시하는 발언이다. 가치 없는 집안일을 하는 여자도 동격으로 가치 없는 사람, 무시할 만한 사람이 된다. 여성비하다.
반대로 남자는 바깥사람으로서 밖에서 돈을 벌어와야 한다. 먹고사는데 중대한 돈을 벌어오는 남자가 되어야 중요한 존재가 된다. 그래야 바깥사람으로서 남성의 권력이 유지된다. 이 논리를 남성 전체로 확대해 보면, 능력이 떨어지는 남성들도 일을 줘서 바깥사람으로 만들어야, 집단 남성의 권위와 권력이 유지될 수 있다. 이것이 신한카드 인사팀이 남성할당제를 한 합리적인 이유이다. 신한카드뿐 아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은행권(하나, 국민)이나 공사(메트로, 한국가스 안전공사, 대한석탄공사), 방송국(대전 mbc)등이 남성할당제를 시행해 처벌받았다.
남성에게 바깥사람의 권력을 주는 남성할당제는 동일하게 여성도 집안사람으로 만드는 효과를 발휘한다. 지배권력은 동등하게 나누어져 행사되지 않는다. 다른 집단에서 권력을 빼앗아야 그 집단을 지배할 권력이 생긴다. 여성에 대한 지배권력을 행사하고 유지하기 위해 남성들은 노동시장에서 여성의 권리를 빼앗아왔다. 남성에 의한 여성지배, 이를 달성하는 게 남성할당제의 핵심이다.
남성의 성기를 가졌다는 이유로 스펙도 능력도 안 되는 남자들을 뽑음으로써 능력 있는 여성을 취업시장에서 도태시킨다. 여성들은 고스펙인데도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린다. 능력을 갈고 닦았지만 뽑히지 않는 그녀들은 노동시장에, 사회에, 그리고 자기 처지에 실망하게 되고, 자진적 실업자가 된다. 그래서 '취집이나 가지' 하며 집사람의 위치에 서게 되는 것이다. 남자들은 반반결혼이니 맞벌이를 주장하며 남녀평등을 외쳐왔다. 도대체 여자들은 어디서 돈을 벌어 올 수 있을까? 스펙 일 순위인 고추가 없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