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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승 May 15. 2023

뭣이 중한디, 지금 떡이 쉰다고!!!

허기진 배를 움켜잡고 평소 다니던 회사 앞 백반집으로 들어간다. 식어 빠진 고등어조림이 나왔지만 시장을 반찬삼아 허겁지겁 입에 쑤셔 넣고 나와버린다. 비어진 위장을 채워서 그런지 몸뚱이가 사뭇 무겁게 느껴진다. 천천히 발을 질질 끌며 따사해 보이는 공원 벤치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한낮 오후 20도에 버금가는 기온 이상으로 봄인데 초여름에 가까운 매우 따뜻한 날씨. 약간의 더운 기운이 느껴졌지만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이 시원하게 머릿결을 쓸어준다. 아… 잠이 솔솔… 역시 봄 식곤증은 천하장사도 이길 수 없다더니 눈꺼풀이 천근만근……이네… 할 때쯤… 주위가 고요해지더니 점점 깜깜해진다.


“띵동”

달디단 낮잠의 적막을 깬 건 문자 메시지였다.

“택배가 도착했습니다”

뭐 문 앞에 놓고 가겠지 하며 심드렁하게 다시 눈을 감는다.

"맞다. 떡이다"

한순간에 잠이 저 멀리 달아나 버린다. 허둥지둥 집으로 뛰어간다. 방금 밥을 먹고 달리니 누가 옆구리가 찌르는 듯하다. 콕콕 쑤셨지만 어쩔 수 없다. 배가 아픈 게 낫지 더운 날씨에 내 소중한 떡을 쉬게 할 수는 없었다.


집에 거의 다다를 때쯤 회사에서 문자가 왔다.

“점심시간 끝난 지가 언젠데, 어디세요? 2시 프리젠테이션 리허설 곧 시작하는 거 아시죠? 회의실에서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계를 보니 1시 57분 점심시간 끝난 지 30분이 되어가고 있었다. “아차차” 생각해 보니 중요한 프리젠테이션도 오후에 있었다. 헐레벌떡 다시 회사로 돌아갔지만 뇌에도 마음에도 떡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었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았다.

‘뭐 진급을 위한 발표?!! 따위가 지금 뭐가 중요해!! 떡이 쉰다고!!!’

프리젠테이션은 대충 하는 둥 마는 둥, 발표가 끝나자마자 퇴근 시간도 전에 눈썹이 휘날리도록 부리나케 집에 뛰어갔다.


‘아.. 쉬었으면 어떡하지…..‘

미리 한숨을 쉬어두고 걱정까지 하며 박스를 열었다. 스리슬쩍 발효된 막걸리 향이 코 끗을 스친다. 아 진짜 쉰 건가 하고 털썩 주저앉아 망연자실해 있을 때, 상한 냄새라기라고 하기에는 ‘뭔가 맛있는 향인데?’ 하며 의구심이 생겼다. 하나 슬쩍 집어먹어본다. ’어라? 맛있는데? 휴.. 안 쉰 건가..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며 또 한입. 슴슴하게 달달한 팥 앙금과 몰랑몰랑한 떡의 식감이 입에 찰싹하고 와 붙는다.

입으로 먹기도 전에 눈으로 먼저 먹는다더니 앙증맞게 귀여운 모습, 윤기가 자르르 나고 촉촉해 보이는 비주얼 일단 반해버린다. 손으로 잡으면 그 몽실몽실한 느낌이 그대로 전해져 자꾸 손이 갔다. 점심도 대충 저녁도 안 먹은 상태에 앉은자리에서 닥치는 대로 주워 먹어 도무지 몇 개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원래 떡 같은  소화 잘 못 시키는데 많이 먹는데도 속이 더부룩하지 않았다.


입이 미어져라 떡을 넣으니 입속에 가득 막걸리 향과 풍미가 느껴진다. ‘아~ 맞다’ 이게 막걸리랑 쌀로 자연발효시켜 만든 거였지. 아 그래서 소화도 잘되고 안 상하는구나. 나중에 상품설명을 찾아보니 오랜 발효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여름에도 실온에 2일 정도 보관할 수 있다고 한다.

몰랑몰랑하고 달달하면서 소화까지 잘되는 잔가지 떡, 앙증맞고 예쁘장한 외모와 맛, 그리고 합리적 가격. 또 사 먹을 이유가 차고도 넘친다. 얼씨구절씨구 지화자~


사 먹은 곳: 마담잔기지떡 @madam. mainoff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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