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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승 May 19. 2023

변심한 애인이 돌아온다고?!

마들렌의 달달한 마법

방배동 한 후미진 골목가, 어디선가 고소하고 달달한 냄새가풍긴다. 카페 거리도 식당 가도 아니다. 가정집 사이로 가게들이 군데군데 있는 평범한 동네 골목.



그럼 누가 빵이라도 굽나라고 하는 순간, 사람들이 술렁이며 줄 선 풍경이 펼쳐진다. 뭐 파나 둘러봐도 뚜렷한 간판이 보이지 않는다. 옆에 주부세탁이라는 세탁소가 보이는데 드라이 맡기려고 줄 선 것은 아닐 테고, 호기심에 사람들 사이를 조심스럽게 비집고 들어가 유리창 안을 살핀다.



한 직원이 빠른 손놀림으로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조개 모양의 빵을 트레이로 옮기고 있다. 유리창에 비비듯이 얼굴을 바짝 대고 그 빵의 정체를 밝히려 눈을 크게 뜬다. 가까이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카스텔라가 진득하니 뜸 들이며 구워질 때 나는 그 고소한 풍미가 코를 찔러 왔다. 발 뒤꿈치를 들고서야 앙증맞은 그 빵의 존재를 드디어 알아냈다. 바로 휘낭시에, 마들렌이었다.



프랑스 수도원에서 박해받던 수도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만들었다던 혹은 변심한 연인에게 주면 달달한 냄새에 취해 상대가 돌아온다는 낭설이 전해지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디저트, 마들렌. 실제로 이것을 처음 만든 사람은 18세기 프랑스 요리사 마들렌 포르미에라고 그녀를 따라 빵에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프랑스에서는 겉이 설탕으로 굳어져 있는 마들렌을 따뜻한 홍차에 담가 먹는다. 3-5시 정도에 정오의 햇살이 느긋하게 바뀌어질 무렵, 마들렌의 달달함과 쌉쌀한 홍차의 맛으로 무료한 오후시간을 달콤하게 보내는 것이 이들의 티 타임, 즉 마들렌 타임이다.



번호표를 받고 줄 서서 가게이름을 검색해 봤더니, 어라 수요미식회 마들렌 맛집이라고 나온 곳이네. 기대감은 미디어의 강력한 뒷받침으로 더욱더 증폭되고, 내 순번이 되어 한발 한발 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빵집 순례 중 늘 이때가 가장 기쁘고 설레는 순간이다. 트레이에 담긴 빵들을 눈으로 찰칵, 또 마음으로 찰칵 찍으며 오래도록 저장하고 싶어 최대한 두리번거리며 구경한다. 제일 맘에 드는 마들렌과 빵들을 사고 나왔다.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가게 뒷골목으로 뛰어가 쪼그리고 앉아 봉투를 연다. 두리번두리번 누가 보는 날 이상하게 보지는 않겠지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맛있는 빵을 먹는 데 있어 남의 눈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방금 산 빵 봉투를 열 때의 그 기쁨. 통통하게 나선형으로 귀엽게 생긴 마들렌을 손끝으로 부서지지 않을 만큼 살짝 쓰다듬어 주고서 한입 먹는다.


첫 입의 환희가 몰아 친다. 혓바닥 위로 바삭한 슈거 코팅이 으스러지고 담백하고 부드러운 카스테라의 맛이 느껴진다. 꼭 카스텔라 바닥에 눌어붙은 부스레기를 긁을 때 앞 이빨에서 느껴지는 그 풍미이다. 약간은 진하고 진득하면서 동시에 촉촉하고 푹신하다. 향긋하게 뒤 따라오는 버터의 냄새는 먹은 다음에도 입과 코 끝을 고소하게 해 준다.


메흐 씨 부끄 마들렌! Merci beaucoup Madeleine! 삼백 년 전에 살았던, 지중해를 건너 프랑스 마르세유에 살았던 요리사 마들렌에게 마음속 깊이 고마움이 절로 나온다. 더불어 이 마들렌을 만든 메종엠오의 사장님 부부께도 이 환희의 경외를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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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 먹은 곳: 메종엠오 마들렌

사진 출처 순서대로: 네이버블로그 효니블리(2) 내일신문(1) 메종엠오 인스타그램(4), 큐원(2), 나머지는 직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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