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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희승 Jun 01. 2023

어쩌지 몸이 저절로 꼬이눼~

꽈배기 맛집 꽈페를 다녀오다

대체휴일이 낀 황금연휴. 오랜만에 입 아프게 수다나 떨자고 만난 친구. 여고 동창 사이 만나면 목소리 톤이 한 단계 높아진다. 남녀공학이었다면 조신한 척 내숭이라도 떨 심산이었겠지만(나만 그럴 수도), 여자들 뿐인 교실에서는 무조건 크게 말하는 사람이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간다. 중구난방으로 떠드는 북새통에 다들 자기 말을 들어줬으면 하니까. 이날도 거의 쉰소리가 나올 때까지 목 아프게 대화를 이어갔다. 그러다 약간 미안한 듯 제안을 건네는 나.      


“좀 목마르지 않아? 너는 어때?”

“훗, 그리 침을 튀겨대니 목이 마를 만도 허지 암.. 그렇고말고..”     


눈을 가늘게 뜨면서 팔짱까지 끼고 나를 올곧이 쳐다보는 통에 제 발이 저렸다. 머쓱;; 말을 너무 많이 했나? 쓱쓱 양볼에 묻힌 침을 소매로 닦으며 은근슬쩍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린다.     

 

“카페나 갈래?”

“빵순이가 빵집 가자고 할 줄 알았더니, 어랍쇼. 웬 카페? 어디 아는 데 있어?”   

 

은근 널 위해서라는 듯 호의적인 눈빛에 입꼬리를 올리며 냉큼 대답한다.      


“너 좋아하는 아인슈페너 잘한다는데 미리 찾아놨지. 새로 생겼다던데 요 근처야”

“아~ 됐고! 오늘은 너님이 우리 동네 왔으니 함 모셔주지.”


아 이게 오랜 지기의 배려인가. 은근슬쩍 회심의 미소가 절로 나온다. 티 내고 싶지 않았지만, 입술을 핥은 능숙한 혓바닥 습관덕에 탄로가 난다.      


“그렇지. 참새가 방앗간에 가야지. 어쩌 꽈배기 먹으러 가?”

“뭐?! 꽈배기?!! 당장 가자!”

“쯧쯔.. 개가 똥을 끊지.”      


친구의 놀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냉큼 일어나 가방을 챙긴다. 뛰어갈 기세로 운동화 끈도 바짝 조여 맨다. 찹쌀 꽈배기를 말하는 거겠지? 근처에 망원시장 있는 거 같은데. 절절 끓은 기름에 바싹하고 노릇노릇 튀겨진 꽈배기가 떠오른다. 한입 물면 찍~ 하고 나오는 고소한 기름에 혀에 척척 붙는 찰진 식감. 상상만 해도 기분은 두둥실~ 꽈배기 동산으로 올라간다~      


웬걸 첫눈에 턱이 밑으로 쑥 빠지더니 의아, 놀람, 황당?! 했다. 그녀가 데려간 곳은 알록달록한 예쁜 카페였기 때문이다. 해사한 밝은 핑크톤의 가게에 여심을 저격당했나 했는데,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내부로 들어가니 동심마저 지배당할 태세였다.

거기에 고소한 기름냄새에 달달한 설탕냄새까지 진짜 꽈배기 동산에 왔나 보다. 진열대에는 꽈배기가 천지 삐까리다. 꽈배기 잔칫집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빼곡히 진열된 꽈배기를 보자 꽈배기 노래, 아니 스크류바 노래가 나도 모르게 나온다.        

   

"이~상하게 생겼네~ 꽈배에기~차압쌀로 꼬았죠, 꽈배에기~ 삐~ㄹ 삐~ㄹ 꼬였네~ 들쑥날쑥해. 사과맛. 딸기맛. 좋아 좋아!"      


박자에 맞춰 몸도 좀 꼬아준다. 친구가 쪽팔린다는 얼굴로 쳐다보자, 곧 정상인의 모습으로 돌아오려 노력한다. 잘 되지는 않았지만 노력한다는 게 중요하다는 듯 턱을 슬쩍 밀어 고개를 든다. 이만하면 됐지. 친구야?   


댄스를 멈추고 진열대 안을 자세히 보니, 종류가 엄청 많다. 시나몬과 설탕을 뿌린 기본 맛 꽈배기부터 쫄깃한 인절미, 치즈케이크, 블루베리 크림치즈 맛까지, 종류를 다 세려면 열 손가락이 다 모자를 지경이다. 발가락까지 꿈틀 거리는 수밖에.


그중에서도 나의 관심을 제일 끈 건, 약간은 어색하게 동서양이 조합을 이룬 티라미수 꽈배기이다.     


밀가루 풀을 넣고 반죽해, 빵을 더 촉촉하고 쫄깃하게 만드는 탕종법으로 만든 꽈배기 베이스에 생크림과 마스카포네 치즈를 섞어 듬뿍 올렸다. 그 위에는 솔솔솔 벨기에산 초컬릿 파우더를 왕창 뿌렸다.     



첫 입에는 아 이게 정말 티라미수 구나 하는 느낌. 마스카포네 치즈의 고소한 맛과 생크림의 폭신한 느낌이 한데 어우러진다. 그 뒤로 갈 때쯤 설탕과 기름에 점철된 꽈배기의 본연의 맛이 느껴진다. 정말 탕종법 반죽의 예술을 맛볼 수 있다. 졸깃하다 못해 쫄깃하며, 쫀득을 뛰어넘어 쫜득하다. 이 찰진 식감은 폭신하고 달콤 쌉싸름한 티라미수와 어울리지 않을 듯하지만, 의외의 환상적 조합을 보여준다.     

꽈배기에 진심이라면, 이 중독적인 식감 함 먹어볼 만하다.     



먹은 곳: 꽈페

사진출처: @quafequafe (1,2,3,5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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