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상민 Jan 27. 2021

건축주 직영공사, 내가 직접 해보니

건축주 직영공사를 선택한 분들에게

1. 집을 짓게 된 계기

나는 왜 주택을 살게 되었을까? 그 이유는 바로 “아이들” 때문이다. 나는 딸이 셋인 다둥이 아빠이다. 아이들이 한 해, 두 해가 지나면서 몸에 지닌 에너지를 어딘가로 분출해야 한다. 그러나 아파트에서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분출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느꼈다. 아이들이 집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우리 부부의 입에는 항상 “뛰지 마”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뛰어놀아야 아이들이지 않을까? 시간이 흐를수록 아파트에 대한 매력을 잃어가며 어느 순간 “창살 없는 감옥”으로 벗어나고 싶어 주택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


2. 건축설계 과정 - 제가 살고 싶은 집은

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하고 나서 우리 부부는 주택 매물을 알아봤다. 학교가 가깝고, 춥지 않으면서 저렴한 집을 찾았다. 그러나 내가 원하는 가격대의 마땅한 주택이 없었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주택 신축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실제 주택 매물로 나온 금액대랑 주택을 짓는 비용이랑 큰 차이가 없다고 판단하고 주택을 짓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어떤 주택을 지어야 할까?


이 질문에 막막해졌다. 과연 나는 어떤 주택에서 살고 싶은 걸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주택 공부를 시작했다. 전원 속의 내 집을 구독하고, 주택에 거주하는 지인을 방문하여 주택 삶에 대한 팁을 전수받기도 했다. 그러다 우리 부부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준 책을 만날 수 있었다. 건축가와 건축주가 집을 지으면서 정보 공유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제가 살고 싶은 집은”이라는 책이다.


집을 신축하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나의 집은 세상에 하나뿐인 집이 되는 것이다. 그런 집은 세상 어디에도 도면이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창조해 나가야 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고 나서 내가 살고 싶은 집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보기 시작했다. 어릴 적 주택생활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면서 내가 갖고 싶은 거실, 부엌, 욕실, 드레스룸, 방, 데크 등 각 실에 대하여 상세하게 기록하였다. 그런 기록을 바탕으로 건축 설계를 하게 되었다.


우리 부부가 작성한 “제가 살고 싶은 집”을 출력해서 설계사무소를 찾아다녔다. 설계의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우리는 허가도면만 작성해주는 허가 방 대신에 제대로 설계를 위해서 건축사 사무소와 계약을 했다. 설계를 하면서 우리 부부는 도급 공사를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도면이 디테일하게 작성되기를 원했다. 시공에 들어간 모든 자재를 도면에 표기하고, 도면에 모든 디테일이 포함되도록 설계를 하였고, 심지어는 스펙 북까지 만들었다. 이런 준비가 되어 있어야 시공업체가 견적을 뽑을 때 가장 정확하게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가 생각했던 예산안에서 주택을 신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3. 직영공사 VS 계약 공사

설계도면이 완성되고 시공업체에 견적을 받았다. 그러나 시공업체에 견적을 받고 나서 우리 부부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업체로부터 견적 받은 금액은 평당 1천만 원 정도의 견적이 나왔던 것이다. 우리가 처음에 생각했던 예산의 약 2배 가까운 금액이었고 심지어 다락을 제외한 금액이었으니 다락을 포함한다면 절대로 추진할 수 없었던 금액이었던지라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런데 땅도 구입하였고 주택설계도 완료되었고 무엇보다도 주택으로 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있던 우리 부부에게 돈 때문에 주택생활을 포기하기는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군산에서 건설업을 하시는 큰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하러 찾아갔다. 큰 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사실 나는 내부 인테리어만 하시는 줄 알았는데, 큰 사업을 하고 계셨었다. 건축의 모든 공정을 알고 계셨고 무엇보다도 원룸을 많이 짓고 다니셔서 모든 공정의 작업자들을 알고 계셨던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가 계속되어가면서 건축주 직영공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건축주 직영공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라고는 크게 2가지였다. “돈”과 “인력”이었다. 시공업체로부터 견적 받은 평당 1천만 원의 금액은 도저히 지불할 능력은 안되었지만 당초 계획인 평당 500~600 정도의 예산은 갖고 있었고, 큰아버지의 인력이라면 직영공사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판단을 하고 건축주 직영공사로 집을 짓기 시작했다.


4. 건축주 직영공사 선정 이유 “돈”

건축주 직영공사를 하는 대부분의 이유는 “돈” 때문일 것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다. 돈이 많다면 건설업자에게 맡기는 것이 속 편하다. 그러나 가난한 건축주들은 조금이라도 아끼기 위해서 직영공사를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면 건축주 직영공사를 하게 되면 어떻게 예산을 절약할 수 있을까?


가장 크게 절약하는 것은 부가가치세일 것이다. 업체와 계약을 하게 되면 공사금액의 10%의 부가가치세를 납부해야 되는데 3억이면 3천만 원을 세금으로 내야 된다. 많은 분들이 부가가치세 때문에 직영공사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부가가치세 빼고도 많은 부분에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할 수 있다. 자재를 구매할 때도 직접 구매해야 되고, 작업자들도 직업 섭외하기 때문에 업체에서 가져가는 이윤이 없기 때문에 또 절약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금액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재가 바로 자재상과 작업자 수배가 관건이다. 이 2가지만 해결이 된다고 하면 직영공사를 선택하여 집 짓으면서 가장 큰 걱정거리인 예산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5. 건축주 직영공사 준비사항

그러면 건축주 직영공사를 하기 위해서 예비 건축주들이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나는 다음 3가지는 반드시 준비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첫째, 시공비 산출이다. 비전문가가 시공비 산정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내역서를 검색하였다. 내역서를 검토하면서도 우리 집과 비슷하게 설계한 집의 내역서를 검토하여 전체 공사비용을 산출했다. 각 공종별로 시공비를 산출하여 전체 공사비용을 검토 후 가진 예산으로 건축이 가능한지 확인해봤다. 공사를 진행하다가 뒷 공정에서 예산이 부족하여 공사가 중단되면 안 되니깐 말이다.


둘째, 공정 공부였다. 공사를 하는 데 있어서 공정만 알아도 집은 충분히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집을 짓는 공정은 많은 책과 인터넷에 검색하면 잘 나와있다. 나는 대부분 인터넷에 올라와있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서 공부했다. 많은 건축주들이 자신의 집을 지으면서 많은 기록을 남겨놓았다. 그 일련의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고 건축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해 놓아야 된다. 그래야 공사 중단 없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시공업체 선정이다. 건축주 직영공사라고 해서 업체와 계약을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건축주가 직접 공사를 할 수 없기에 전문가를 불러야 하는데, 나는 운이 좋게도 큰아버지의 인맥으로 업체 선정이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창호 도색 마모륨은 내가 직접 계약을 했다. 업체 선정에 있어서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이럴 때도 인터넷의 힘을 이용하면 된다. 포털사이트에 해당 공정+시공업체로만 검색해도 많은 업체가 나온다. 그런 업체들에 전화해서 상담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6. 직영공사의 아쉬운 점

그렇다면 직영공사를 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없었을까? 직영공사를 하면서 가장 걱정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하자일 것이다. 각 공정별로 작업한 업체에서 하자에 대해서 어느 정도 보수를 해 준다고 하지만 모든 책임을 전가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렇기에 건축을 진행하면서 가장 걱정해야 하는 부분이고 살면서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다.

 

그렇기에 나는 직영공사를 선택했다고 하면 모든 일정은 기록을 해 두길 바란다. 그 기록의 장소로 SNS를 활용하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현장에서 확인하기도 쉬운 네이버나 다음을 이용해 보길 원하다. 나 역시도 그렇게 건축주 직영공사의 모든 일정을 기록했으니 말이다.


그다음으로 어려운 것은 직영공사의 현장대리인은 바로 “나”이다. 그렇기에 내가 모든 공정을 관리하고 업체에 업무지시를 해야 된다. 그런데 업무 지시를 한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현장에서 상주하면서 모든 작업을 지켜보면 좋겠지만 회사원으로 출근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현장에 있어야 작업하는 모든 공정을 사진으로 기록해야 되는데 그러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나는 직영공사를 진행할수록 현장에 매일 들락거려야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모든 공정을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사진으로 기록해 두길 바란다.


7. 그래도 직영공사를 선택하는 분들에게

이 글을 보는 분들은 아마도 직영공사를 고민하는 예비 건축주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나 같이 건축과는 무관한 일을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기에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충분히 공감된다.


주택생활을 선택한 이유는 다양할 수가 있다. 나처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 일 수도 있고, 전원주택 생활이 로망일 수도 있다. 그런데 주택은 아파트와는 다르게 관리하면서 살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내 집의 모든 상황을 알아야 된다. 내 집에 배수관, 오수관은 어떻게 매설되어 있으며, 처마 연결부위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으며, 내벽에 못을 박을 수 있을지 등 자잘하게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정말 많다.


그렇기에 직영공사를 선택하신 분들이라면 가능한 많은 자료를 기록해 두기를 추천한다. 기록의 힘은 대단하다. 기록하면서 건축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높일 수 있고, 집에 대한 애착을 더욱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록을 하면서 나의 생활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기록의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