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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iNG Sep 30. 2022

간만에 마주친 친구들의 뻔한 거짓말

언제 밥 한 번 먹자!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 길을 걷다, 업무차 방문한 거래처에서, 사무실이 있는 같은 건물에서, 최근엔 SNS에서도 우연히 혹은 아주아주 오랜만에  동창생이자 친구인 지인들을 마주치곤 한다.


세월을 정면으로 맞은 친구도 있고, 그때 그 얼굴인 친구도 있고...(본인도 고2 때 미리 늙은 얼굴...)


반가운 것도 아주 잠시, 간혹 이 친구의 이름조차도 생각이 안 날 때마다 짧은 시간 동안 온갖 머릿속 회로를 굴리고 굴려서 이름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다행히 빠르게 기억나면 좋겠지만, 아닐 때도 많다. 그만큼 세월이 흘렀다고 핑계를 댈 수밖에... 

그럴 땐 "친구야!"하고 부르곤 한다.


아무튼 오랜만에 '아는 얼굴' (사실 본인은 안면인식 장애급으로 사람 얼굴 기억을 잘 못한다.)을 만나 반가운 것은 사실. 서로 안부와 어디서 일하는지 정보탐색을 한 다음에 헤어지기 전에 꼭 오고 가는 말이 있다.


언제 밥 한 번 먹자!


그래서 언제? 어디서? 답은 그 누구도 모른다. 반가움은 반가움이고, 미래의 시간을 잡 행위는 길거리에 서서 쉽게 이루어질 만큼 가볍지 않다. 어찌 보면 이미, 인류에게 있어서 헤어지기 전에 무의미하게 던지는 상용 어구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냥 '잘 가~'라고 하기엔 너무 성의 없어 보이니, 언제 밥 한 번 먹게 연락하자는 말을 덧붙이는 것 같다. 우리나라 특성인 초코파이"정"이 200% 작용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장선으로 '밥 한 번 먹자'와 더불어 "다음에 연락!"라는 말 또한 기약 없는 담배연기의 날림이요, 어디에 멈출지 모르는 강 위에 떠다니는 나뭇잎인 것이다.

[앨리스의 바쁜 토깽 선생, 디즈니]

물론 바쁜 현대 사회에서 시간을 쪼개어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약속 하나를 지키기 위해 10가지 이상 주변의 관련된 것들을 다 매니징 해야 비로소 만나러 갈 수 있는 것이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약속 당일이 되면 정말 정말 정말 반가웠던 친구라 할 지라도, 

반드시 나.가.기.귀.찮.아.진.다. (이것은 만고의 진리이자 과학이다.)


그래 정말 노력해서 만나서 그간의 회포를 풀고, 이런저런 정보를 공유한 다음 돌아오는 길은 정말로 뿌듯함과 보람됨을 느낄 수 있다. 단지 나가기 귀찮은 것만 이겨내면 말이다. 


[기억의 지속, 살바도르 달리]

그래서 가장 흔한 거짓말인 '기약 없는 미래'를 약속하고 헤어지면, 그 새 또 잊혀지고, 또 몇 년이 흐르고 하는 것은 누구나 겪어본 일이 아니겠는가. 아 물론 약속에 진심이고 외부활동을 적극적으로 활발하게 하는 사람들에게는 생소한 이야기일 뿐이겠지만 말이다. 


이런 '기약 없는 미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즉석 해서 시간과 장소를 잡아야 한다. 약속을 잡는다는 것은 어느 일방의 엄청난 노력과 희생이 없으면 쉽게 성사되지 않는다. 만약 둘 중 하나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약속이자, "언제 밥 한 번 먹자"가 아닐까 싶다.


그 시간을 위해, 오롯이 친구인 '나'를 위해 자신의 노력과 희생을 통해 모든 유혹과 변수를 이겨내며 홀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이겨내서 약속 장소에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 물론 나 역시도 그와 비슷한 유혹들을 뿌리치고 힘을 내서 그 장소로 가서 '약속'을 지켜내야 하는 것이다.


어느 누가 더 노력을 했든 간에,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그 숭고한 순간을 함께 했다는 역사적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시간과 만날 수 있기 위해서는 역시 노력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다.

특히 귀찮음을 이겨낼 수 있는.


이런 노력하는 친구를 한 명이라도 두고 있다면, 여러분은 정말 큰 행운아라는 자부심을 느껴도 부족하지 않을 것입니다.


p.s 미안하다, 이름 모를 친구들아...


by 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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