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딸년이 그랬다.
"엄마는 왜 뭐 하나 맛있다고 하면 질릴 때까지 사줘?"
생각해보니 그랬다.
고3 딸이 애달파서
어느 날 버블티가 먹고 싶다기에
백화점 갔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버블티 파는 데만 나오면
들어가서 버블티를 사다 바쳤다.
어제도 버블티 파는 곳에 눈에 띄기에
사다 바쳤다.
그게 너무 달다고 내려놓으며
한 말이 위의 저 말이다.
억울하다.
지가 맛있게 먹기에, 그게 이뻐서 보이는 족족 사다 줬는데
저런 말을 들으니 억울하다.
내 맘을 몰라주는 딸에게 서운하다 못해 분하지만,
또 뭐 하나 맛있다고 하면 그것만 기억하고
또 사다 줄 게 틀림없다.
그래서 더 억울하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뭐 하나 맛있게 먹으면
줄곧 그것만 해 놓았다.
나는 속으로
"요리 솜씨도 없는 엄마가 뭐 하나 알았다고 뽕을 뽑는구나."
나도 얼마나 미운 딸이었는지 이제 알겠다.
우리 엄마의 저주가 이루어졌다.--
"너도 너랑 똑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
나도 딸한테 말한다. 좀 더 고상하고 우아하게
"너도 너처럼 예쁜 딸 낳아서 잘 키워."
딸은 안다. 그게 액면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는 걸.
부모가 되면 부모 마음을 안다는데
교만한 나는 그동안 엄마 맘을 몰랐다.
이제는 알겠다.
우리 엄마가 왜 그렇게 뭐 하나 맛있게 먹으면 줄곧 그것만 해댔는지.
그래도 억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