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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Sep 03. 2018

억울한 사랑

어제 딸년이 그랬다.

"엄마는 왜 뭐 하나 맛있다고 하면 질릴 때까지 사줘?"

생각해보니 그랬다.

고3 딸이 애달파서 

어느 날 버블티가 먹고 싶다기에

백화점 갔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버블티 파는 데만 나오면 

들어가서 버블티를 사다 바쳤다.


어제도 버블티 파는 곳에 눈에 띄기에 

사다 바쳤다.

그게 너무 달다고 내려놓으며 

한 말이 위의 저 말이다.


억울하다.

지가 맛있게 먹기에, 그게 이뻐서 보이는 족족 사다 줬는데

저런 말을 들으니 억울하다.

내 맘을 몰라주는 딸에게 서운하다 못해 분하지만,

또 뭐 하나 맛있다고 하면 그것만 기억하고 

또 사다 줄 게 틀림없다.

그래서 더 억울하다.


우리 엄마도 그랬다.

뭐 하나 맛있게 먹으면 

줄곧 그것만 해 놓았다.

나는 속으로 

"요리 솜씨도 없는 엄마가 뭐 하나 알았다고 뽕을 뽑는구나."

나도 얼마나 미운 딸이었는지 이제 알겠다.


우리 엄마의 저주가 이루어졌다.--

"너도 너랑 똑같은 딸 낳아서 키워봐라."

나도 딸한테 말한다. 좀 더 고상하고 우아하게

"너도 너처럼 예쁜 딸 낳아서 잘 키워."

딸은 안다. 그게  액면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는 걸.


부모가 되면 부모 마음을 안다는데 

교만한 나는 그동안 엄마 맘을 몰랐다.

이제는 알겠다.

우리 엄마가 왜 그렇게 뭐 하나 맛있게 먹으면 줄곧 그것만 해댔는지.

그래도 억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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