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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Apr 02. 2019

명년 봄

후배가 시를 보내줬다. 단톡 방에


제목은 명년 봄.


명년 봄

장석남

파도는 순해지고 풀이 돋고 목덜미의 바람이 기껍고 여자들의 종아리가 신나고 신입생의 노트에 각오가 반짝이고 밥그릇과 국그릇 위로 오른 김이 벅차고 앉은뱅이가 일어나고 상처는 아물고 커피가 맛있고 입맛이 돌고 안되던 드라이브가 되고 시인도 시인이 되고ᆢ시인도 다시 시인이  되고 혁명이 오고


이 시를 읽고 참 좋아서

단톡 방에 물었다.

명년이면 언제야? 올해인가? 내년인가?

가물가물하다. 나이가 오십을 넘어 육십으로 꺾어지니 뭐 하나 확실한 게 없다

확실한 건 입맛 정도?


다들 명년은 금년이란다.

참 잘되었다. 명년이 금년인 게. 명년이 내년 이어 봐라

저 시는 얼마나 비극인가? 하나 명년이 금년이니 저 시는 참 신나고 좋다. 

그래서 태극기 할배들을 이해하며 이 시를 이 방 저 방 퍼 날랐다.


몇 시간 지나 왕언니가 나타났다.

그녀는 짧게 말했다.

명년은 내년이야. 

평소 몸이 가벼워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하기 쉬운 후배가,

분명 명년은 금년이라고 했단 후배가 

명일은 내일이고, 금일은 오늘이고 금년이 올해야.라고 글을 달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틀려도 바로 잡아줄 언니가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했다.


아!


시는 비극이었다.

단톡 방은 희극이었다.


우리는 앉은뱅이가 일어나는 그날을 기다리며 산다.

명년에는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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