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야기다.
며칠동안 머리속에서 맴돈 생각들이다.
팔월 아주 더운 날 두시에 실외벽을 칠했다.
어르신 한 분이 이층 비계에서 비틀거리며
스프레이를 뿌렸다.
저러다 떨어지면 어쩌지 싶었다.
마침 어제 낸 산재보험료가 생각이 났다.
비계를 철거한 외벽은 얼룩덜룩했다.
코팅도 잘 분무가 되지 않은게 보였다.
두번이나 다시 칠한 외벽 색깔은 세번째 다시 칠해야 할 판이었다.
시공사장님한테
톡을 했다.
죄송하지만 그 어르신들 말고 다른 분들 보내주세요.
그런데 또 오셨다.
실내벽 칠하는데.
어렵게 한 마이너스 몰딩에 페인트로 떡칠을 해 놓았다.
칠하면 안될 창틀까지 다 칠했는데 거기는 안마른다.
천정도 얼룩덜룩이다.
아아아아아아
작업이 끝나면 얼굴의 반이 페인트로 묻어 있는 분에게
뭐라 말 할 수가 없다.
하지만 페인트를 보면 화가 난다.
엊그제 갔는데
지난번 내가 시공사장님에게 말해서 그런지
다시 실내벽을 칠하고 있다.
이미 도배까지 다 끝났는데 페인트가 다시 들어왔다.
테이핑도 안 하고 롤러로 페인트를 한다.
할아버지 혼자 사다리를 옮기는데 문틀에 쾅 부딪힌다.
내 마음도 쾅 부딪힌다.
저거 패이면 안되는데.
주말에 문틀에 묻은 페인트 남편이랑 와서 다 지웠다.
시간 지나면 영영 안지워지니까.
근데 또 오셔서 저런다.
어제 한 벽지에 페인트 떨어진다고 하지 말라고 하니까
살살 하면 괜찮다고 한다.
와와와와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
큰 소리로 뭐라 하면서도 "어쩌지?'하는 생각이 드는데
두 분이 화내지 말란다. 잘못했단다.
그러니 더 뭐라 할 수도 없다.
그냥 가시라고 했더니
다 하고 가신다고 몇번 이야기 하다 가셨다.
마음이 안 좋았다.
지난번 참석한 회의에 사각지대에서의 산재와 산업안전에 대해
이야기했던 게 떠오르면서
그런데 이전과 달라진 것은
예전같으면 왜 화를 냈을까?
내가 거기까지 밖에 안되는 사람이구나
자책했을텐데
이제는 그냥 내가 화를 냈네. 하고 나를 판단하지 않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