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끝에 이케아가 도착했다.
아들이 언박싱(요즘 유행하는 말 나도 써 보자)을 하다가 나를 부른다.
가보니 주문한 그 색상이 아니다. 둘이 서서 한참 고민을 하다가 이케아에 전화를 했다.
주문한 거랑 색상이 달라서요.
우리는 아마 포장 착오일 거라고 판단했다.
한참 만에 돌아온 답변
시트지를 뜯으란다.
가서 뜯어보니 주문한 그 색상 맞다.
남편에게 이케아를 조립하라고 명했다.
이 양반은 전동공구에 전기가 연결이 안된다며 돌아다니고
동네방네 골목 지나가는 분들 심지어 산책하시는 분들까지
끌어들여 이것저것 묻는데 창피해 죽겠다.
멱살잡아 끌고 들어왔다.
나에게 뭐라 묻기에 절대 대답 안 하고 옆에 앉아서 감시만 했다.
어두워질 때까지 했는데
못.했.다.
중간에 나가 사 먹인 경주 해장국이 아깝다.
저 사진은 시작할 때이다.
남편의 특징은 하기가 부담스러우면 누군가에게 나가 도움을 청한다.
그 상대는 지나가는 사람부터, 그동안 뿌린게 없는지라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절대 도와주지 않을 사람에게도
막무가내로 도움을 청하는데 그게 밑도 끝도 없다. 이 날도 산책하는 분부터 구멍가게 아저씨까지 다수 걸려들었다. 지나가던 선량한 분들이 붙잡혀 들어와서 조금씩 건드리기에 내가 어서 나가시라고 했다.
어두워질 때까지 못하고 돌아왔다.
담날 저 밥값을 못한 마당쇠의 팔뚝엔 멍이 시퍼렇게 들어있었다.
도대체 이해가 안 간다. 뭘 했다고 멍이 든담?
담날 갔더니 어느 요정이 혹은 어느 우렁각시가
조립을 다 해 놓았다.
2층에서 작업을 하시는 조립요정에게
몇가지 주워들은 주의사항을 알려드렸더니
씩 웃으며 말한다.
"이케아 많이 해 봤어요."
"아, 네."
쏜살같이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