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을 처음엔 아래 네 단만 쌓았다.
그러면 멋있을 것 같았다.
경계라는 심리적인 사인만 주고 들여다 보고 내다 볼 수 있어서.
그렇게 쌓았더니
너. 무. 하. 다.
다 들여다 보인다.
사실 여긴 다 담으로 하려고 했다.
그랬더니 골목을 오고가는 동네분들이
왜 남쪽으로 문을 내지 않냐고 이구동성이다.
우리집은 북쪽이 현관이고
우리나라에는 보통 남쪽으로 문을 낸다.
동네 평화를 위해 남쪽에 출입구를 내기로 했다.
문도 없이 그냥 뻥 뚫어놓기로.
인터넷에 찾아보니 담이 낮아야 오히려 도둑이 덜 든단다.
오가며 다 보이기 때문에
그래서 네 단짜리 담을 내고 집에 들어와서 보니
도저히 살 수가 없다.
사생활이 없는거다.
그래서 다시 네 단을 더 쌓기로 했다.
어떻게 쌓을까
현장소장님과 그 사모님이랑
이야기를 했는데 보이지 않게 큐블럭을 뒤집자고 했다.
좋은 의견이라 뒤집기로 했다. 눈높이에서.
또 다 쌓지 말고 담이 그리 필요없는 곳에서는
단계적으로 담을 내리자고 했다.
그런데 지그재그로 뒤집어 놓으니 이상하다.
차라리 위에서 두번째 세번째 줄을 다 뒤집어 놓을걸.
그러나 이미 늦었다.
어느 어르신이 이미 공사를 하고 가셨다.
이제 저 담위에 우체부가
우편물을 놓고 간다.
발굴지도를 보니
천년전에도 이 집은 북쪽에 문이 있었다.
도로를 북쪽으로 끼고 있었는데
희안하게도 앞쪽에도 출입구가 있다.
결국은 천년전처럼 앞뒤로 출입구를 다 낸 격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