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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Sep 19. 2019

자귀나무

어제 현장소장님이랑 서서 이야기를 나눴다.

마당에 나무는 뭘 심어야 할까요?

석암이 어떠냐고 하신다.

들어보니 영산홍과다.

영산홍 싫어한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생각해보니 영산홍이 피어있을 때 나는 기분이 안 좋았던 것 같고 나는 기분이 안 좋은데 저렇게 조화처럼 

영롱하게 피어있는 영산홍이 싫었던 것 같다. 그래서 영산홍 패스


그럼 뭘 심을랍니까?

일단 매화요!

나는 매화가 좋다.

좋은 이유를 생각해보니 고등학교때 교화가 매화였다.

미덕, 인고, 암향.

특히 암향이 좋다. 드러내놓은 향기가 아니라 숨은 향기?

보수적인 성 정체성이 딱 맞는 키워드지만 그래도 좋다.

긴 겨울이 지났을 때 제일 먼저 꽃을 볼 수 있으니.


대학생때 짝사랑하던 선배가 

밥을 먹으며 봄꽃이 특징이 뭐냐고 열변을 토했었다.

그때부터 가지에서 꽃이나는 봄꽃을 좋아했구나.

그래서 매화. 거기다 향기까지, 매화꽃이 피면 

내년 봄엔 차에 띄워 마시시라. 

그래서 제일 볕이 잘 드는 창가에 매화를 심었다.

첨엔 저게 매화인가? 했다.

학교에 피어있는 매화는 저리 안생겼는데

나무를 심고 정지를 하니 매화나무가 꼴을 갖추었다. 

이 나무는 우리들 대화목록에는 없었던 나무가 갑툭튀했다.

이름하여 자귀나무

옛날 시에 특히 동요, 동시에 나오던 나무 같은데 생각이 안난다. 외로운 새가 자귀나무에서 울지요 뭐 

이런 내용인 듯 싶은데. 

현장소장님이 자귀나무라고 하며

부부가 사이 좋아지는 나무라고 했다.

내 설계를 처음 시작할 때,

남편과 되도록 얼굴마주치지 않게 설계해 달라고 그리 말했건만

자귀나무를 갖다 심어주는 이유는 뭔지 궁금했다.

잎이 밤이 되면 마주 붙어 부부금슬에 좋다고 옛날 사람들이 이름을 그리 붙였단다.

인터넷어 찾아보니 잎을, 꽃을, 나무껍질을 달여먹고 차에 넣어 먹으면

관절에 좋고, 어디어디에 다 좋단다.

그것도 꼭 해보리라!



그 외에 

동백, 백일홍을 심었다.

그건 못 보고 왔다.

석암대신 사철 장미를 부탁했다.

청구서가 두렵지만 큰 재산 일군듯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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