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집 터엔 천년전엔 집이 있었고
오랫동안 밭이었다가 70년대에
이 자리에 집을 지었다.
그때는 농사를 짓는 분이 살고 계서서
앞마당에 우물이 있고 농작물을 씻었고
우물 옆 창고에 농작물을 보관했다.
우리가 집을 살 때도 우물과 창고가 있었다.
사진 오른쪽 위의 하얀 부분이 창고 지붕이다.
경주는 신축이 어려워서
대부분 집 처마 끝까지 벽을 내고 실내공간을 만들어 산다.
집의 서쪽도 옆집과 맞닿아 있었고
거기는 보일러실이었다.
아마 몇십년동안 그랬을 거다.
그 전엔 밭이었을 거고.
오늘 집 주변을 돌다 보니
서쪽 벽
사람도 간신히 지나갈 만한 좁은 통로에
무언가 돋아나 있다.
초록색이
옆으로 서서 간신히 들어가보니
세상에나!
쪽파다!
쪽파가 세 뿌리 나 있다.
여기는 서쪽 벽이고 좁아서 거의 볕도 들어오지 않는다.
마당도 아니고 단단한 흙인데
아직 자갈을 못 깐 곳이다.
그새
그러니까 집짓는 4개월 사이
몇십년동안 묻혀있던
쪽파씨가
싹을 틔운 거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래서 뽑아왔다.
돌아오는 차에 쪽파향이 유독
진하게 느껴진 건
50년 넘게 묻혀있다
드디어 싹을 틔운
쪽파의 질긴 생명력 때문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