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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Sep 19. 2019

몇십년전 파

이 집 터엔 천년전엔 집이 있었고

오랫동안 밭이었다가 70년대에 

이 자리에 집을 지었다.


그때는 농사를 짓는 분이 살고 계서서 

앞마당에 우물이 있고 농작물을 씻었고

우물 옆 창고에 농작물을 보관했다.

우리가 집을 살 때도 우물과 창고가 있었다.

사진 오른쪽 위의 하얀 부분이 창고 지붕이다.

경주는 신축이 어려워서 

대부분 집 처마 끝까지 벽을 내고 실내공간을 만들어 산다.


집의 서쪽도 옆집과 맞닿아 있었고

거기는 보일러실이었다.

아마 몇십년동안 그랬을 거다.

그 전엔 밭이었을 거고.


오늘 집 주변을 돌다 보니

서쪽 벽

사람도 간신히 지나갈 만한 좁은 통로에 

무언가 돋아나 있다.

초록색이


옆으로 서서 간신히 들어가보니

세상에나!

쪽파다!


쪽파가 세 뿌리 나 있다.

여기는 서쪽 벽이고 좁아서 거의 볕도 들어오지 않는다.

마당도 아니고 단단한 흙인데 

아직 자갈을 못 깐 곳이다.

그새

그러니까 집짓는 4개월 사이

몇십년동안 묻혀있던

쪽파씨가 

싹을 틔운 거다.


대단하지 않은가?

그래서 뽑아왔다.

돌아오는 차에 쪽파향이 유독

진하게 느껴진 건 

50년 넘게 묻혀있다

드디어 싹을 틔운 

쪽파의 질긴 생명력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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