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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Sep 23. 2019

문왕이

콘크리트가 얼추 굳고 

거푸집을 떼내자 제일 먼저 한 게 문틀을 

설치하는 거였다.


문틀이 들어오기에 앞서

시공사장님은 

문을 정하라고 했다.

그동안 내가 인터넷에서 본 문은 

흰색 아니면 나무무늬 시트지였다.


디자이너가 

시공사장님이 준 영림도어 시트지 묶음을 

들고 몇번 펼쳐보고 접어보고 하더니

핑크와 딥그린을 골랐다.

그때부터 우리집 테마 색이 핑크와 딥그린이 되었다.


지금 현관문 딥그린

현관타일 딥그린

1층 문 핑크

1층 주방가구 핑크

1층 화장실 바닥 및 세면대 벽 핑크


2층 문짝은 다 딥그린이다.

내 욕실 바닥도 딥그린이다. 

이외 나머지 흰색 혹은 회색.


지금 색깔론을 펼치는게 아니고

문 이야기를 하는 거다.


문을 주제로 

동화를 쓰다말았다.

시작은 장대했다.

집집마다 구석구석 신이 사는데

문에 사는 신의 이름은 문왕이다.

부엌에 사는 조왕할미

대청마루에 사는 성주할배

측간에 사는 측간각시

문에 사는 건 문왕이 바로 어린아이다.


옛날에는 문이 중요했다.

문도 겹겹이 있었고.

그런데 지금 문은 아파트 현관문?

자동문?

정도?


그런데 집을 지으며 보니

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그 증거가 바로 제일 먼저 들어가 자리잡는게

문틀이고 제일 나중에 들어오는게 바로 문짝이다.


엊그제 토요일 문이 비로소 달렸다. 


2층 아들 방안에 찍은 문


1층 남편 방안에서 찍은 문


현관 중문 유리에 비치는 남자는 남편인듯

1층 화장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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