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가 얼추 굳고
거푸집을 떼내자 제일 먼저 한 게 문틀을
설치하는 거였다.
문틀이 들어오기에 앞서
시공사장님은
문을 정하라고 했다.
그동안 내가 인터넷에서 본 문은
흰색 아니면 나무무늬 시트지였다.
디자이너가
시공사장님이 준 영림도어 시트지 묶음을
들고 몇번 펼쳐보고 접어보고 하더니
핑크와 딥그린을 골랐다.
그때부터 우리집 테마 색이 핑크와 딥그린이 되었다.
지금 현관문 딥그린
현관타일 딥그린
1층 문 핑크
1층 주방가구 핑크
1층 화장실 바닥 및 세면대 벽 핑크
2층 문짝은 다 딥그린이다.
내 욕실 바닥도 딥그린이다.
이외 나머지 흰색 혹은 회색.
지금 색깔론을 펼치는게 아니고
문 이야기를 하는 거다.
문을 주제로
동화를 쓰다말았다.
시작은 장대했다.
집집마다 구석구석 신이 사는데
문에 사는 신의 이름은 문왕이다.
부엌에 사는 조왕할미
대청마루에 사는 성주할배
측간에 사는 측간각시
문에 사는 건 문왕이 바로 어린아이다.
옛날에는 문이 중요했다.
문도 겹겹이 있었고.
그런데 지금 문은 아파트 현관문?
자동문?
정도?
그런데 집을 지으며 보니
문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그 증거가 바로 제일 먼저 들어가 자리잡는게
문틀이고 제일 나중에 들어오는게 바로 문짝이다.
엊그제 토요일 문이 비로소 달렸다.
2층 아들 방안에 찍은 문
1층 남편 방안에서 찍은 문
현관 중문 유리에 비치는 남자는 남편인듯
1층 화장실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