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회식으로 밤 12시 반에 퇴근했다.
회식 끝나고 몇몇이 마주앉은 자리가 길어졌기 때문이었다.
여튼 퇴근길이 45분정도 되었고, 최근 이사했으니 완전히 낯익지는 않은 거처이다.
2층의 발코니 문이 열려있기에
딸에게 잔소리를 하고
회식하며 묻은 소매단에 퐁퐁을 묻혀
그동안 빨려고 했던 겉옷 두개를 울코스로 돌렸다.
평소의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다.
그냥 걸어놓고 입고 나갈 때
"에잇'하며 그냥 입고나가는 스타일이다.
그런데 이날은 왜?
세탁물을 가지러 1층으로 내려갔는데 1층에서 마당 나가는 문이 열려있다.
잠그고 올라와 딸에게 물어보니
고양이랑 놀다가 들어와서 잠그지 않았다고 한다
역시 잔소리 한마디하고
겨울에 습도조절한답시고 옷하나는 의자에
옷하나는 옷걸이에 걸어 중문 손잡이에 걸어놨다.
옷벗고 침대에 누웠는데
어디서
"끄윽 끄윽"하는 소리가 난다.
나가보니 딸도 들었다고 한다.
워낙 심약한 남편이 경끼라도 하나 싶어서
1층에 내려가 보니
남편은 고이 주무시고 계신다.
2층으로 다시 올라갔는데
소리가 계속 들린다
이번에는 딸과 함께 내려갔다
그리고 다시 올라오는데
2층 거실에 그림자 하나가 서 있다.
"여정아! 도망쳐!"
하고 나는 튀어나갔다 현관문으로
현관문을 여는데 건전기 캡이 툭 떨어진다.
'저놈이 디지탈 키를 어떻게 하고 들어왔구나!'
딸은 소리를 지르며 1층 아빠 방으로 가서
"아빠 도망쳐!" 한다.
핏줄이 땡겼나보다.
"뭐야! 뭐야!'
남편은 현관으로
딸은 마당문으로
튀어나왔다.
셋 다 맨발이다.
초등학교 앞 큰 길
새벽 1시 반
아무도 안 지나간다.
"엄마 신고해야지!"
"119 119"
나오는대로 지껄이는 나
"112야!"
나중에 생각해보니 딸이 나보다 낫다.
딸이 신고하고
우리는 편의점으로 간다
거기 사람이 있을테고 환할테니
허나 편의점은 야간영업을 안하고
편의점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에
맨발에 빤스바람으로 서 있었다.
남편 옷을 벗겨서
허리에 둘렀다.
-투 비 컨티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