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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광머리 앤 Jan 03. 2020

꿈꾸었던 그날

아침에 딸이 

"핸드폰이 고장났어"

한다.


보니 흰 화면에 백설공주가 먹다 남긴 사과가 하염없이 떠 있다.


모든 일을 미루는 아이가

애달아 하기에 

나는 이때다 하고 

몇가지 일을 시켰다.


"어제 사온 돼지목살을 시즈닝해놔라."

"감자스프를 만들어라."


감자스프는 내일로 미루고

시즈닝은 해 놓는다.


11시쯤 모녀가 길을 나섰다. 

딸아이가 찾은 길은 돌아가는 길이고

내가 아는 길은 지름길이다.


가는 내내 

"맞는 길이냐"

고 묻는다.


"이 세상에 나를 무시하는 사람은 너뿐"

이라며 딸의 말을 무시하며 가던 길을 갔다.


졸졸 따라왔다.


수리점 앞에서

"봤지!"

헸더니 

"엄마가 맞다고 대답을 안해서 자꾸 물었다"고 한다.


수리에 서너시간 걸린다기에 

동네 마실을 나섰다. 


신한은행 사거리로

뭔가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일제시대에 무슨 동양척식회사 정도는 했을 것 같은 건물로

읍성으로

읍성 앞 커피숍으로 

헤매다가

갤러리 겸 식당에서 

감바스와 샐러드를 먹었다.


나는 

노포아니면 새로 생긴 양식당엔 안가는데

가면 돈이 아깝다

내가 해도 이보다는 더 잘하거나 이정도는 할 것 같아서이다.

역시 이집도 마찬가지


내가 해도 이보다는 나을 것 같은 감바스 를 먹고(그럼에도 거의 다 먹었다)

딸아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집으로 나섰다

가는 길에 커다란 능과 거기에서 자란 나무들

천마총

을 지나갔다.


아이스크림집에서 

고양이와 놀며 밀크티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우리집 뚱고양이와 달리 저 고양이는 어찌그리 날씬하냐?"


수리점에서 전화가 와서 

수리점으로 가는데

기타를 배우고 싶다는 딸아이를 위한 음악학원이 있다


들어가보자고 하니

핸드폰을 먼저 찾아야겠다고 한다.


핸드폰을 찾아 

음악학원에서 

기타를 배우기로 했다.

엄청 기뻐한다.


성동시장에 가서 몇가지를 사고 

나오는데 길에서 탐스런 감자가 보였다


감자파는 할머니가 없어서 좀 기다렸다.

"할머니 감자사려고 오래기다렸어요!"

하니 할머니가 옆 바구니에서 감자를 두 개 더 집어준다.


"뭐 오래 기다렸어. 2분도 안 기다리고는"

하는 딸에게 

그 말 해서 감자 두개 더 주셨잖아 

했다.


오는 길에

"오늘은 책방"에 들러서

책을 보다가 왔다.


낮달을 보며 돌아오니 다섯시 반이었다.

기억하고 싶은 날이어서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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