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뛰쳐나가 동네를 산책한다.
70년대에 조성되었고, 지역적 특성상 수리나 재건축이 불가능했던 지역이다.
초등학교도 하나 끼고 있지만 전교생이 60명이라는 설이 있다.
예전엔 골목마다 초등생이 뛰어놀았을 것이나
지금은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남았다.
봄에 산책을 하다가 어느 집에서 향기가 뿜어져 나와 들여다 보니
내 허리 반만한 천리향이 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은데서
왠지 기품있는 여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 집도 마찬가지
담너머 들여다 보니
무려 세한도가 뙇
어느 집 오래 된 담장에서는
굽은 오이가 뙇
또 어느동네에서는
교복이 뙇
교복을 보니 왜 그리 반갑던지
중학교때부터
엄마가 교복 한 번 빨아준 적이 없는데
아이들한테 교복한번 만족스럽게 준비해 준 적도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토요일 깨끗하게 빨아 저리
햇볕에 널어놓은 걸 보니
반갑고 좋다.
여기는 이말순 할머니가 살았던 집
지금은 비었다
봄에 작약이 텅빈 마당에 혼자 피어있던 걸
발견한 이후로 산책할 때마다 유심히 본다.
동네를 돌아다니다보면 수국도 있고
앵두도 있고
오디를 품은 뽕나무도 있고
고추만 잔뜩 심은 어느 실용주의 할머니의 마당도 있고
그와중에 꽃을 심은 로맨티스트 할머니도 있다.
각자 다 사연을 지녔을 법 하여
이런 저런 상상을 하다보면
내가 초등시절로 되돌아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