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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여행 팁

by 발광머리 앤

1. 여행 갈 때 향수를 가져간다. 평소 잘 안 쓰는 걸로. 평소에도 워낙 향수를 쓰지는 않지만 향수 자체는 좋아하는 편이다. 적당한 향수가 없을 때는 여행 가서 사기도 한다.

여행하면서 아침저녁으로 뿌려주면 좋다. 좋은 이유,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 그 향수 냄새를 맡으면 그 여행의 기억이 고대로 떠오른다. 두 번째 여행하면서 참기 어려운 냄새를 만났을 때 향수를 마구 뿌려 완화시킨다.

이번 런던 여행에서 대학 기숙사를 빌려주는 곳에 묵었다. 젊어 유학을 가고 싶었으나 독일에서 온 유학서류를 나 몰래 빼돌린 엄마 때문에 못 갔다. 그래서 유학생 기숙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냄새가 엄청났다. 아랍 사람들 음식 냄새 같았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향수를 마구 뿌리고 문을 활짝 열어놓았더니 나아졌다. 그 덕에 대학 기숙사에 대한 로망은 사라졌다.

IMG_1127.JPG 런던 기숙사는 아니고 아들놈이 묵던 파리의 기숙사

2. 향수랑 비슷한 건데 음악을 가져간다. 그것도 평소에 안 듣던 장르나 가수의 음악. 한 번은 이수영의 시디를 가져갔다(시디로 음악 듣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이 얼마 되지 않을 것 같다). 다음부터 이수영의 노래만 들으면 아침마다 카오디오에 시디를 넣고 출발하던 생각이 난다. 나중엔 현지 음악을 사서 들으며 다녔다. 여행하면서 그 나라 대중가수 음악이나 민속음악 시디도 하나 정도는 사는 편인데, 그것도 나중에 집에 와서 들으면 여행 생각이 나서 좋다. 그래서 향수와 음악을 동시에 가동하면 여행의 추억을 많이 되살릴 수 있다.


3. 여행 가기 전에는 쇼핑을 하지 않는다. 집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하나 머리에 정리한다. 올 이탈리아 여행에서는 침대 시트가 필요했다. 볼로냐에 자라 홈이 있어 거기서 침대 시트를 샀다. 침대 시트를 볼 때마다 볼로냐가 생각난다. 소소히 집안용품을 여행 가서 사들이면 여행하면서 쇼핑하는 욕구도 채울 수 있고, 집안에서 어차피 써야 할 물건들을 색다르게 구입할 수 있다. 스푼 레스트는 크로아티아, 남편 재떨이(남편은 아직 가끔 담배를 태운다), 머그잔 등을 보면 여행지가 생각난다.


4. 어떤 분들은 달걀귀신 보는 것 같다고 하지만 비행기 안에서 얼굴에 팩을 하면 시원해서 잠이 잘 오고, 건조한 기내에서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이러면 내가 엄청 피부에 신경 쓰는 사람 같지만 평소엔 세수도 간신히 하고 산다.


5. 혹시 욕조가 있는 숙소에 묵을 경우를 대비해서 Lush 배스 볼을 가져가거나 현지에서 산다. 피곤할 때 발이라도 담그거나 몸 전체를 담그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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