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 동행 모으기 혹은 만나기

by 발광머리 앤

아이들 책에 관심이 있어서 언젠가는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 아동도서전에 꼭 참석하고 싶었어요. 무슨 공모전에 당선되면 볼로냐를 보내주는데 거기에 여러 번 냈는데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자비로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 참여하기로 했어요.


우선 날짜를 확인하고 비행기표를 끊었어요, 이왕 가는 거 한 달은 있어야지, 들어갈 때는 로마로 들어가야지, 남부도 가야지 하면서 로마 인 나폴리 아웃으로 한 달 정도 여정으로 비행기표를 결재했지요.


저는 일을 하기 전에 정보를 모아요 엄청 많이 모아요. 그러고 정작 결정할 땐 충동적으로 해 버려요. 왜 그런진 몰라요.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성격인가봐요. 에어컨 사러 가기 전에 에어컨에 대해 몇 날 며칠을 공부하고 가서는 직원 꾐에 넘어가 덜컥 다른 걸 사곤 해요.


비행기표도 마찬가지였어요. 이태리 여행에 대해 책도 몇 권 읽고 인터넷 검색도 하고 엄청 공부하고는 지도도 안 보고 그냥 로마 인 나폴리 아웃으로 결제하고 볼로냐 도서전 날짜를 중간에 집어넣으니 여정이 좀 꼬이더라고요. 그러니까 로마 피렌체 베니스 베로나 밀라노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볼로냐로 내려와서 남부로 가야 하는 거예요. 이태리 여행하면서 우리의 여정을 이야기하니 사람들이 다 이상하다고 하더라고요.


얼마 전 책을 읽으니 정보는 어느 정도 이상 모으면 더 모으는 게 의미가 없대요. 우리가 최대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어느 정도 정보를 모은 다음엔 그걸 바탕으로 직관적인 의사결정을 하래요. 그리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기래요. 제가 바로 그런 경우였는지 어쨌는지 모르지만 공부는 공부대로 하고 비행기 표랑 날짜는 좋게 말해서 직관적으로 나쁘게 말해서 대충 결정해 버렸어요. 그래서 이상하고 특이한 일정이 되어버렸죠.

비행기표를 끊고 혼자 가려니 엄두가 안 나더라고요. 전 성격검사를 하면 외향형이 1도 안 나오는 완벽한 내향형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맨날 혼자 있고 싶다고 외치고 다니는데 또 혼자 가려니 겁이 나요. 그래서 제가 자주 가는 카페에 글을 올렸어요. 혹시 가실 분 없냐고. 그랬더니 카페 모임에서 한두 번 본 이름만 아는 어떤 분이 쪽지를 보냈어요. 대학교 3학년인 자기 딸이 유럽여행 가려고 2년 동안 삼백만 원을 모아서 지금 가려고 준비한다, 남편이 딸 혼자 가는 게 그렇다고 엄마도 같이 가라고 한다, 그런데 둘이 가기엔 좀 두렵다, 같이 가도 되겠느냐?

그래서 셋이 되었어요.


20160316_211446.jpg

첫 여행지였던 로마에서 함께 모인 동행들




동행을 모으는 방법은 주로 유랑이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많이 만나더라고요. 아니면 평소 활동해오던 취미나 관심사, 연령대가 비슷한 사람들이 있는 카페에서 구해도 될 것 같아요.


재작년에 했던 다른 여행에서는 단톡방에서 어느 분이 꽃보다 누나 덕에 한창 많이 가던 크로아티아에 가자고 올리셔서 여덟명이 같이 갔어요. 단톡방 주인이던 한 분을 제외하고는 서로 모르던 사이였죠.


친한 사람과 가서 서로 어긋나 관계에 금이 가느니, 모르는 사람과 여행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었어요. 여행할 때마다 좋은 분 하나씩은 만나서 그 후에도 관계를 이어가고 있거든요.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 여행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