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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행의 시작

이태리 그리고 크로아티아

by 발광머리 앤

2015년 8월에 아줌마들 여덟 명이랑 크로아티아를 18일 정도 여행했어요. 한 분을 제외하고는 서로 거의 모르는 사이였어요. 2016년 3월에는 한 달 동안 이탈리아를 돌아다녔고요. 네 명이서 함께 갔는데 두 사람은 모녀지간이고 나머지는 50대 초반 아줌마였어요. 그중에 하나는 저고요. 모녀 중 엄마는 모임에서 한두 번 스쳐 지나간 사이였고, 한 분은 처음 보는 아줌마였어요.


이거 보고 이 여자 엄청 팔자 좋은 여자군 하는 속단은 말아 주셨으면 해요. 제 친한 친구가 제 전화 속풀이를 듣더니 '너 여행 다녀야겠다'라고 했어요. 아마 이런 여행이라도 안 하면 저는 머리에 꽃 달고 뛰쳐나가야 할 거예요. 어느 용한 점장이가 남편은 그냥 장신구다 생각하고 여행이나 다니래요. 그래도 여행 다닐 돈과 시간과 친구가 있으니 다행이지 않냐고요. 그것도 없는 여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아냐고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자 내 머리는 180도 각도에 수렴하게 끄덕였어요. 그래서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도 계속 여행을 다니려고 해요.


근데 제 친구들은 여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어요. 일단 남편과 자식이 있고(저도 남편과 자식은 있습니다만) 상황이 안 맞아요. 그래서 모르는 사람들을 섭외해서 여행을 떠나요.


인생은 어차피 모르는 사람과 여행하는 것 같아요. 울 딸아이가 학년초에 학교 갈 때마다 친구가 없이 다 모르는 애들이라고 가기 싫다고 해요. 그럴 때 저는 말하죠. 날 때부터 아는 사람이 있는 경우는 없어. 날 때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엄마도 그동안 심장 소리랑 창자에 음식 내려가는 소리나 들었지 얼굴도 몰랐잖아요.


모르는 사람들이랑 여행하는 건 짧은 인생살이 같아요. 거기다 24시간 붙어 있다 보니 10년 같이 직장 생활한 사람보다 더 자세히 그 사람을 볼 수 있어요. 조그만 단점이 엄청 크게 보일 수도 있고요. 그리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나를 볼 수 있어요.


여하튼 지금부터 모르는 사람과 여행하는 이야기를 쓰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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