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이 만나서(한 시간 거리의 도시에 살았음) 여행 계획을 짰어요. 전 그동안 유럽 여행할 때 주로 렌터카로 다녔는데, 아무래도 큰 도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것 같아서 기차를 예약하기로 했어요. 로마, 피렌체, 밀라노, 베니스 등 북부의 대도시를 돈 다음 차를 빌려서 중부도 가고 남부도 가기로 했어요.
렌터카 일정은 내가 짜고 대중교통 일정은 대학생 딸이 짜기로 했어요. 여행 경험이 좀 더 많은 제가 몇 가지 숙소와 교통 예약의 팁을 준 뒤, 대학생 딸이 예약을 하고 전 렌터카 예약과 그 기간 동안의 숙소 예약을 맡았어요. 렌터카를 이용하면 숙소는 교외지역에 잡는 게 좋고 대중교통 이용 시에는 기차역 가까운 곳을 잡는 게 좋겠다고 했지요.
일정은 로마 피렌체 베니스 베로나 밀라노까지 대략 15일이었어요. 밀라노 이후는 대학생 엄마가 꼬모 호수를 가고 싶다고 해서 꼬모, 내가 이태리 농가체험을 하고 싶어서 중부 농가를 거쳐 볼로냐 도서전 그리고 남부(소렌토 나폴리 아말피 포지타노 카프리 폼페이 등)를 가기로 했어요.
동행인 샐리가 가자고 했던 꼬모호수. 해질녁 숙소 베란다에서 호수 건너편에 불이 하나씩 켜지는 걸 보며 우린 무슨 인연이기에 여기까지 와서 같이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있을까?전 대학 입학 때 유럽 배낭여행하기, 5개국어 하기, 소설 쓰기를 하고 싶었어요. 소설 주인공을 구상해서 대학 수첩 뒤에 적어가지고 다니고 프랑스어를 배우고, 배낭여행 책을 사봤어요. 배낭여행 책에 보면 8인실 남녀 혼용 방에 자면 옆 침대에서 남학생이 웃통 벗고 일어나고 어쩌고 한다는데 그거 한번 경험해 보고 싶었어요, 참 제 수준이 드러나네요. ㅋ
하나 정작 유럽여행을 한건 삼십 대 중반이고 자동차 여행이었어요. 그러니 배낭여행 호스텔 체험은 못 해봤죠, 대학생 딸도 있고 하니 대학생 딸이 예약하는 곳은 호스텔로 하기로 하고, 내가 예약하는 곳은 에어비앤비로 했어요. 작년 크로아티아 여행 때도 에어비앤비로 했는데 한두 군데 좀 실패했지만 대략 성공이었고 이제 고르는 눈이 생겼거든요.
그러던 차에 대학생 엄마가 영어회화 학원에서 아는 아줌마를 끌어들였어요. 그래서 넷이 되었죠. 넷이 처음 만나는 날 관상을 보니 그다지 나쁜 사람 같지는 않고 몇 가지 규칙과 계획을 적은 종이를 들고 가서 스터디를 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첫날 제 인상이 깐깐하고 리포트받은 느낌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이 네 번째 아줌마는 여행 가기로 결정하고 그날로 당장 비행기표를 결제했대요. 왜 그랬냐니까 그러지 않고 고민하면 못 갈 것 같아서. 그러면서 나 보고는 결혼을 했냐고 묻네요, 그렇다고 하니까 가정이 있는 아줌마가 한 달씩이나 다녀도 되냐고 물어요. 그러는 당신은?
일정은 서로 가고 싶은 곳, 묵고 싶은 숙소의 유형 등등을 이야기한 후 같이 결정하는 것이 좋아요. 그런 다음 숙박과 교통편의 예산을 대략 정한 후 각자 나누어서 예약을 하면 되겠죠. 자신이 다른 여행에서 경험해 봤고, 잘 하는 걸 맡아하면 돼요.
연령이 다양하다면 숙소나 교통편의 선택도 다양해져요. 누구 하나 빠지는 사람 없이 이 일에 참여하는 것이 필요해요. 하지만 인원이 많다면 예약을 두어 사람이 맡아 진행하는 것도 효율적이겠지요? 그렇다면 이 예약 담당은 다른 일에서 빼줘야 해요.